‘리턴’ 사태, 고현정과 제작진 싸움에 애꿎은 시청자만 피해

[엔터미디어=정덕현] “현재 <리턴>은 고현정 씨와 제작진 간의 갈등이 커 더 이상 같이 작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주연배우 교체를 검토 중이다.” SBS 측은 결국 주연배우 교체라는 초유의 선택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다. 한편 고현정 측은 “제작 과정에서 연출진과 거듭 되는 의견차이가 있었고 이를 최대한 조율해보려는 노력에도 간극을 좁힐 수 없었습니다. 이에 많은 논의와 고심 끝에 더 이상 촬영을 이어 나가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라며 공식 하차를 선언했다. 고현정과 제작진의 갈등. 도대체 무엇이 이런 문제를 만들었던 것일까.

<리턴>은 시청률이 7% 대(닐슨 코리아)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순식간에 10%대를 넘어서고 무려 17%에 달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사실 시청자들로서는 이처럼 점점 잘 되고 있는 드라마가 어쩌다 이런 초유의 사태까지 겪게 됐는가 의아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잘 되는 드라마라고 해도 우리네 특유의 드라마 제작과정에서 이런 문제는 언제든 생겨날 수 있다.

SBS 측은 그 이유를 ‘고현정과 제작진의 갈등’이라고 표현했고, 고현정 측은 “의견차이”라고 표현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라는 게 분명히 밝혀진 건 아니지만 지금껏 방영된 드라마를 통해 그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었을까를 어느 정도는 유추할 수 있다.

가장 큰 것은 고현정이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는 작품이지만 <리턴>에서 그의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리턴>은 각종 갑질과 폭력 심지어 살인까지 일삼는 부유층 자제들을 두고 벌어지는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들 앞에 갑자기 나타난 사체 때문에 엽기적인 사건들이 이어지고, 이를 추적하는 형사와 변호사가 가세한다.



고현정이 맡은 역할은 최자혜라는 변호사. 분명 주인공이 맞지만 드라마에서 그의 분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번 사태가 알려진 후 방영된 13회 14회 분량만 봐도 그렇다. 13회에는 5분도 안 되는 분량으로 등장하고, 14회에는 법정신이 있어서 조금 분량이 많아졌다. 하지만 보통 한 시간짜리 드라마에서 주인공이라면 응당 그보다는 많은 분량이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리턴>에서 고현정이 맡은 최자혜는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이 별로 주어지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신성록, 봉태규가 연기하는 악역들 오태석, 김학범 역할이다. 이 드라마가 초반부터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게 된 건 이처럼 악역들의 관점에 더 초점을 맞춘 면이 있어서다. 만일 사건을 추적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최자혜나 형사 독고영(이진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러한 선정성은 상쇄됐을 가능성이 높다. 살인자의 시선을 따라간다는 건 불편한 일이지만 결국 그 지점이 만들어내는 자극이 <리턴>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다.

제작진 측의 이야기는 고현정이 현장에서 촬영에 제대로 임해주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심지어 한 매체는 고현정이 PD를 폭행했다는 이야기까지 보도했다. 이렇게 보면 이 사태가 온전히 ‘갑질을 하는 유명배우’의 프레임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연 아무런 이유 없이 고현정이 촬영에 불만을 제기했을까.



고현정이 이 드라마를 선택했을 때는 주인공으로서 최자혜가 가진 역할이 분명 매력적이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드라마는 어찌 된 일인지 실제로는 최자혜에게 그만한 역할을 주지 못했다. 신성록과 봉태규 중심으로 흘러가고 이를 추적하는 인물도 이진욱 중심으로 움직였다. 드라마가 애초와는 달리 주인공 대신 다른 인물로 무게중심이 움직였다면 배우로서는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물론 문제를 이런 파행으로까지 흘러가게 한 데는 고현정도 오랜 경력의 배우로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제 아무리 시청자 반응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대본이라고 해도 주인공 자체의 역할이 현저히 줄어 그 존재감을 느끼기 어려운 상황을 만든다는 건 제작진의 책임 또한 크다고 볼 수 있다.

제작진과 고현정 측은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해석의 차이 혹은 의견 차이에서 빚어진 갈등이라고 점잖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달리 보면 주인공이 바뀌어도 시청률만 잘 나오면 된다는 식의 시청률에 좌지우지되는 제작진의 욕망과, 드라마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픈 배우의 욕망이 부딪친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쪽도 잘한 게 없다. 결국 피해는 시청자들에게 돌아올 뿐.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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