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반갑기 돌아오기 위해 준비할 것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해 7월 첫 방송을 시작해 여행 예능의 새 지평을 연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자축기념 특집을 마련했다. 지난 반 년 간 이탈리아, 멕시코, 독일, 핀란드, 인도, 러시아, 영국, 프랑스 국적을 가진 친구들을 초대해 큰 사랑을 받은 만큼, 그립고도 반가운 친구들을 몇몇 다시 초대해 두 번째 한국 여행 이야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지난 여행을 회상하고, 그동안 발전한 한국어 실력과 보다 능숙하게 서울에 적응하는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반가움과 흥미를 다시 한 번 선사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여행 예능의 시선과 주인공을 바꿨다는 점에서도 신선했지만, 2007년 개국해 지난 10년 간 단 한 번도 시청률 2%를 넘긴 적 없는 변방 케이블채널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렸다는 점도 놀라웠다. 시작부터 채널 자체 신기록을 수립하더니 지난 영국편에선 5%대 시청률을 돌파했다. 반년 만에 100억 매출을 달성했으며, 한국소비자포럼이 주최하는 2018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여행 예능 부문을 수상했다. 여타 채널에서 엇비슷한 아류 프로그램이 나타나는 등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긴 했다. 이 프로그램은 일상과 여행의 경계를 뒤집으면서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냈고, 우리 일상과 현실을 긍정하게 하는 밝은 기운을 몰아넣었다. 하지만 처음의 신선한 시각은 점차 익숙해지면서, 반복되는 조각들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어묵, 한우, 부대찌개 등 한국의 식문화에 대한 예찬, 해산물 도전, 전통시장, 찜질방과 같은 문화 체험, 우리나라 자연 등에 대한 감탄 등이 그렇다.



출연한 친구들은 당연히 초대를 받아 여행을 온 만큼 들떠 있고, 당연히 마음이 열려 있다. 프랑스 친구들이 즉석 떡볶이를 먹지 못한 것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의 모든 것을 흥미로워하고 신비로워했다. 가위와 불판이 테이블에 등장하는 서양식 밥상머리 예절에선 있을 수 없는 것들마저도 좋게 받아들였다. 심지어 빵도 파리바게트가 파리의 빵집 빵보다 맛있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감탄만이 남게 되면서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색다른 시각이나 우리 사회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기회는 대폭 축소됐다. ‘치맥’에 홀릭하는 것과 같은 반복되는 볼거리와 반응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MC진의 뿌듯해하기만 하는 리액션도 이런 분위기를 더욱 고착시켰다. 이른바 천박한 용어긴 하지만 ‘국뽕’ 논란이 점점 짙어진 이유다. 대게가 우리나라의 명물이라거나 값싼 음식도 아니고, 번지점프나 겨울 레포츠의 선진국도 아니며, 동남아에 비하면 노량진 수상시장은 큰 메리트가 없는 백화점 같은 곳인데 있는 그대로의 한국을 보여주는 것에서 신토불이, 코리아 베스트로 흘러갔다.

그런데 이런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문제점이 점점 짙어지는 것과 함께 시청률은 비례해서 상승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이른바 국뽕 논란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볼 이유이자, 이 프로그램의 숨겨진 장점을 해석할 수 있는 단초다. 이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은 자기긍정이다. 외국인들의 시각이 신선했던 근원 이유다. 터치식 자동문, 후방카메라, 주문벨 같은 유럽 오랜 마을에선 잘 볼 수 없는 나름의 첨단 도시문물을 어색해하고 신기하게 여기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 것, 우리의 와이파이 환경에 감복하고, 길거리를 아름답게 여기고, 세계적으로 식도락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지만 인도의 요식업자가 춘천닭갈비에 엄청나게 환호하는 점 등을 접하며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장점과 자랑거리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얻었다.



외국인 친구들의 행복한 반응에서 재미를 얻는 것은 이와 같은 뿌듯함에 기인한다. 핀란드 편이 그토록 좋은 반응을 보였던 것도 순박한 백인 청년들이 한국의 맛과 멋에 흠뻑 젖었기 때문이다. <윤식당>의 손님들이 한식을 맛보고 ‘어메이징’하다고 연신 행복한 반응을 보는 것과 같다. 초대한 손님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듣고 기분 좋아지는 건 너무나 자명한 이치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히트작인 독일편과 최대 시청률을 기록한 영국편은 조금 다른 지점이 있다. 그들의 여행을 보면서 그 친구들과 그들의 나라가 궁금해진다는 점이다. 독일 친구들이 3박 4일간의 짧은 일정 속에서 북한산을 오르고, DMZ와 서대문 형무소 같은 곳을 여행지로 선택한 것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서울이란 메가시티에서 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 중 우리 대부분이 선택지에서 이미 제외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역사를 보여줄 만한 것으로 생각지 않았지만 독일 친구들이 여행할 때 보고 싶은 것이 우리네 여행 문화와 얼마나 다른지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 그 자체였다. 영국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세대를 뛰어넘는 또래 문화의 존재에다가 영국 상류층 사회의 영어를 접하고 아웃도어 라이프를 간접 체험하는 색다른 볼거리가 있었다. 단순히 우리나라 문화와 일상에 감탄하는 것과 또 다른 우리가 지켜볼만한 콘셉트가 확실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친구들이 재방문한 4개국 특집을 5주 정도 방송한 뒤 3월부터 6주간의 휴식기를 갖겠다고 한다. 물들어올 때 노를 젓자는 방송가의 격언과 다른 진지한 태도와 전략이 또 한 차례 호감을 갖게 만든다. 이제 잠시 쉬는 동안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에 대응하는 수위 조절과 함께, 단순히 한국을 보여주기를 넘어선 각국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콘셉트 마련에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예시는 나왔다. 문화 사절단이 될 수 있을 만한 섭외의 영민함은 물론, 논란을 어느 정도는 안고 갈만한 강단도 필요해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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