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한혜진, 잘난 척해도 얄밉지 않다
기사입력 :[ 2011-11-02 10:31 ]


“많이 따라 왔죠. 최대? 하루에? 모르겠어요, 그냥 제 주변에 늘 가득 있어요. 그냥 제가 버스에 타면 따라들 타시더라고요.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가인 씨, 그게 저 인줄 알았어요. 깜짝 놀랐어요, 영화 보면서.”

-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한혜진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얼마 전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한혜진 씨는 학교 다닐 때 버스타면 남학생들이 안 따라왔어요?“라고 이경규가 묻자 한혜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랑을 늘어놓았다. 스스로가 한가인에 필적할 미모라는 주장인지라 어찌 보면 다소 위험 요소가 있는 발언이었지만 얄밉기는커녕 오히려 귀엽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순간 2004년, KBS2 <해피투게더>‘쟁반 노래방’에 나와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버스에 타면 아예 지정석이 있었다’는 자기 자랑 하나로 하루아침에 인기스타 반열에 올랐던 연기자 천정명이 오버랩 됐다. KBS2 <북경 내사랑>의 홍보를 위한 출연이었는데 그날 천정명이 하도 눈부신 활약을 하는 바람에 정작 드라마의 주인공인 김재원의 존재감은 빛을 잃었던 기억이 난다. KBS2 <학교2>와 SBS <똑바로 살아라>에서 노주현의 매니저로 등장해 좋은 인상을 남기긴 했지만 크게 주목 받지는 못했던 천정명, 그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보인 매력 한 가지로 순식간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간 자기 자랑이며 잘난 척은 비호감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배워왔을, 그래서 늘 겸손이 미덕임을 가슴에 아로새긴 채 출연했을 당시 연예인들로서는 뒤통수라도 한 대 맞은 양 허망한 상황이었을 게다. 그러나 무턱대고 천정명의 전철을 밟으려 들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었지 않을까? 듣자니 심리학에 후광효과(halo effect)라는 게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갖고 있는 장점 하나로 인해 다른 특성들까지 더불어 좋게 평가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그날 천정명의 경우, 일단 마냥 순수하고 악의가 없는 인물로 느껴졌기 때문에 아무리 잘난 척을 해도 도무지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것이리라. 따라서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 눈치 없이 자랑질을 했다가는? 결과는 불을 보듯 빤하지 않겠나.

한혜진도 마찬가지다. 매주 틈만 나면 대놓고 자기 자랑을 하는가 하면, 종종 오라버니뻘 되는 김제동이며 한참 선배인 이경규에게까지 퉁박을 주기도 하지만 그 같은 언행들이 맑은 품성 덕에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여동생의 정감어린 투정쯤으로 다가오고 있으니까. 평소 여성과의 동반 진행을 극구 피해온 이경규와 벌써 몇 달 째 무탈하니 호흡을 맞추고 있는 걸 보면 완급 조절에도 상당히 능하지 싶다. 언제 얼마만큼 나가다가 멈춰야 하는지 타고난 감으로 제어를 잘 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혜진이 과거의 인기를 자랑하는 동안, 그 시각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도 또 다른 자랑 한판이 벌어졌다. 초대 손님으로 등장한 가수 김연우가 요즘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MC 신동엽의 질문에 “너무 많이 알아봐서 귀찮아 죽겠어요. 예전엔 김범수 씨와 똑 같은 신세였는데 데뷔 16년 만에 비로소 연예인의 삶은 이런 것이구나, 느끼게 되네요.”라며 너스레를 떨기 시작했으니까. 감히 팬들을 두고 귀찮다는 표현을 하다니, 표면적으로 보면 자칫 오해를 살 법도 한 단어 선택이었지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고마워하는 마음이 배어 있었기에 대중은 그와 함께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이제 자기 자랑은 토크의 기술로 자리 잡았다. 돌아보면 SBS <야심만만>의 김수로나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의 염정아처럼 적절한 ‘자랑의 기술’로 이미지를 상승시킨 연예인들이 꽤 많은데, 이게 사실 아무나 함부로 시전 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호감이 가는 인물일 것, 누가 보든 허세가 아닌 공감이 가는 내용일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고마움과 배려와 도리를 아는 인물로 느껴져야 한다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을 때만 유용하다. 이는 비단 예능 프로그램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니 때로 실생활에도 적절히 응용해 보자, 자랑의 기술을!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사진=KBS, 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