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더 활발해지고 대중들 지지 더해져야 하는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나도 당했다.’ 할리우드에서 벌어진 미투 캠페인이 국내에서도 확산 일로에 들어섰다. 그간 권력구조에 의해 피해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성폭력 사건들은 이제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 용감한 폭로에 의해 하나의 운동으로 커져가고 있다.

충격적인 건 그간 우리 문화계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거론되는 이름들이 성폭력 가해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늘 거론되던 고은 시인이 그렇고, 연극계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던 이윤택 연출가가 그렇다. 워낙 본래 갖고 있던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충격적인 사실들이기 때문에 그 파장도 일파만파다. 고은 시인은 이 사태로 인해 수원시가 마련해준 ‘문화향수의 집’을 떠나게 되었고, 이윤택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 사과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라는 반발과 함께 추가 피해 폭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영화계나 방송계도 이 미투운동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 성폭행범 역할로 나왔던 연극배우 이명행은 성추행 논란이 벌어져 연극에서 도중하차했고, 영화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은 동성 성폭행 혐의로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다. MBC의 유명한 드라마 PD 역시 성추행 혐의로 현재 방송사 내부의 징계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미투운동이 문화계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영화계나 방송계의 파장은 문단계나 연극계의 그것보다는 소소한 느낌이다. 사실 심증으로는 영화계, 방송계, 가요계 같은 대중문화계가 더 많은 피해사례들이 있을 거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 파장이 이렇게 다른 분야에 비해 크지 않게 느껴지는 걸까.

그건 피해사례가 적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아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는 연예계에서 이른바 ‘논란’이라는 이름으로 터져 나온 무수한 성폭력 사건들을 접한 바 있다. 연예인들의 사례만 들어도 최근 몇 년 사이 유명 배우들의 이름들이 줄줄이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바 있다. 또 아이돌 기획사 대표가 연습생들을 성폭행해 입건된 사건이 보도된 바도 있다. 미투운동은 아니지만 이미 이전부터 대중문화계의 성폭력 사건들은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런 사안들이 미투운동처럼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의 용기 있는 폭로’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터져 나온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당시의 사건들은 여전히 피해자가 가해자의 돈을 노리고 벌이는 폭로전 같은 뉘앙스를 밑바닥에 깔고 있었고, 결국 증거가 불충분해 법적으로 ‘무혐의’를 받은 이들은 거꾸로 피해자를 무고죄로 기소함으로써 자신들이 피해자인 양 보이도록 만들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논란에 휩싸였던 이들은 버젓이 다시 본업에 속속 복귀하고 있다.

너무 많은 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심지어 그 사건들이 정치적 사안들을 가리기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대중문화계에서 미투운동은 안타깝게도 다른 분야와는 뉘앙스가 다르게 보여지는 면이 있다. 그 곳은 본래 그런 곳이라는 시선이 깔려 있다는 것. 가장 많은 권력구조들이 시스템화되어 있는 곳이 바로 대중문화계다. 그러니 보이지 않는 사건들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계의 미투운동이 더 활발해지고 대중들의 지지 또한 더해져야 하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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