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기 파문, 부인할수록 추가 폭로 이어진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배우 조민기의 성추행 폭로가 예사롭지 않다. 조민기 측은 성추행이 아니라 ‘격려’였고, 청주대학교 측에서 징계를 받아 사표를 제출한 것이 “수업 중 사용한 언행이 수업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학생들의 추가 폭로와 학교 측의 진술은 그의 이런 부인을 정면에서 뒤집는 것들이다. 학생들은 조민기가 청주에 있는 자신의 오피스텔로 자주 여학생들을 불러 성추행, 성희롱을 했다고 했다. 노래방에 같이 가 가슴을 만지는 걸 목격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학교 측의 진술 또한 지난 11월말 문제가 불거져 학생처에서 조사를 했고, 이후 양성평등위, 징계위, 이사회를 거쳐 조민기에게 ‘중징계’를 내렸다고 했다. 사유는 ‘품위손상’. ‘양성평등위’가 그 과정에 들어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조민기에 대한 이러한 폭로들이 그저 근거 없는 루머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특히 청주대학교 출신 연극배우 송하늘은 지난 20일 SNS에 조민기가 했다는 성추행 정황에 대한 장문의 글을 올려 루머라는 그의 부인을 일축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조민기가 자신과 친구 둘을 오피스텔로 불러 억지로 침대에 눕게 하고 성추행을 한 바 있고, 남자친구와의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성희롱도 했다는 것이었다.

주목할 것은 연극배우 송하늘이 이토록 구체적인 내용들을 자신의 실명을 밝혀가며 공공연하게 폭로하게 된 이유다.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건 사건이 언론에 공표된 후 조민기가 내놓은 공식발표에 대한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라는 것이다. 이미 연극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윤택 성폭행 사건에서도 보여진 것처럼 진정한 사과가 아닌 그저 ‘면피성 해명’이 오히려 더 많은 추가 폭로로 이어졌던 것처럼, 조민기 사태도 부인하면 할수록 더 많은 폭로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



학생들의 추가 폭로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건 조민기의 입장발표가 억눌려져 왔던 그들의 분노를 터트린 결과다. 학생들은 성공한 배우인데다 학교 교수이기 때문에 그것이 추악한 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저 쉬쉬해왔다고 했다. 성폭력이 결국은 비뚤어진 권력구조에 의해 생겨나는 거라는 걸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결국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충북지방경찰청은 학생들의 폭로를 바탕으로 학교 측에 진상조사 내용을 요청하는 한편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를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공식입장을 내놓았던 조민기의 소속사측도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하차하고 경찰 조사에 임하겠다고 추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워 더 많은 폭로들이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한편 조민기 사태를 계기로 그간 잠잠하게 보였던 연예계에도 본격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려는 일들은 넘쳐나고 할 수 있는 이들은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 연예계의 구조상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 걷잡을 수 없는 폭로들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대중문화계 전체가 적지 않은 파장을 겪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어찌 보면 이는 비뚤어진 권력구조를 정상화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조민기 사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 것인가는 향후 연예계 미투 운동에도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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