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살그살’, 왜 이토록 김기수 화장법에 열광하는가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모바일 콘텐츠가 지상파 방송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팟캐스트로 출발해 지상파 진입에 성공한 KBS2 <김생민의 영수증>이 장안의 화제였지만 언제 둘의 처지가 뒤바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도 일명 ‘짤방’으로 섭렵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기 시작했으니까. 수시로 보기 편하고 무엇보다 ‘공유’가 강점인 모바일 콘텐츠. 요즘 즐겨 보는 SBS 모비딕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이하 <예살그살>)도 실은 ‘공유’를 통해 알게 된 프로그램이다.

언제부턴가 쉐딩을 할 때마다 김기수가 <예살그살>에서 알려준 정준하의 ‘두 번 죽이는 거라며’ 포즈를 하곤 한다. 그냥 절로 그렇게 된다. 이거 혹시 세뇌일까? 화장을 지우기 전엔 꼭 미스트를 흠뻑 뿌린다. “우리가 주방 찌든 때 불린다고 키친타월 적셔서 올려놓잖아? 그런 원리야,” 맞네, 맞네! 무릎을 탁 쳤다. ‘모나미 3등신 권법’ 대로 눈썹을 그리고, 세안 후 타월로 닦으면 수분이 다 날아간다는 조언을 믿고 따르기 어언 몇 달 째. 나는 과연 예뻐졌을까?

내친 김에 그가 추천한 아이라이너를 주문했다. 바로 다음 날 배송되는 비교적 저렴한 제품이다. 실패해도 크게 마음 상하지 않을 가격이었으나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손쉽게 그려지고 번지지도 않고, 이 회사 물건 잘 만드네! 점점 궁금한 것이 많아졌다. 쿠션은 어느 제품이 가성비 최고인지, 클린징 제품은 어떤 타입이 더 효과적인지. 그래서 그와 <예살그살>을 기획, 연출한 옥성아 PD를 만나러 갔다.



방송에 뷰티 프로그램이 등장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유명 뷰티 블로거, 유튜버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이 아닌가. 고급 뷰티 정보들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당에 내로라하는 전문가가 전해준 팁보다 개그맨 출신 김기수가 우스개를 섞어 툭툭 던지는 이른바 ‘김기수 권법’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김기수 : 중년 남자인 김기수도 하는데, 저 손으로도 하는데 내가 왜 못 하겠나, 하시는 것 같아요. 일단 한 편, 두 편 보시다 보면 이내 자신이 생기실 거예요. 실제로 따라 해보면 누구나 되거든요. 저는 제품보다는 ‘권법’에 중심을 둬요. 굳이 새로 사지 않아도, 가지고 계신 제품으로 따라 해보면 되는 거예요. 물론 제품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전범, 우익 관련 기업 제품은 아무리 우수해도 다루지 않아요. 워낙 화장품을 좋아해서 많이 사고 많이 써 봐요. LP판을 모으고 그릇을 모으는 것과 같은, 하나의 취향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아주 오래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또 전문가들에게 배우고 꾸준히 연습을 해서 여러분께 ‘권법’을 전하고 있는데요. 화장품을 많이 안다는 점에서는 자신이 있습니다. 제게는 은인이 참 많습니다. 울타리가 되어주시는 ‘꼬요’(그가 시청자를 부르는 애칭) 여러분께도 늘 고마운 마음이고요.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드리고자 노력하려고요.



옥성아 PD : 짧은 시간에 친절하고 자세하게 한 가지 스킬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식이 좋은 반응을 얻었지 싶어요. 김기수와 함께 화장하는 재미를 알아가자는 거예요. 우린 망치는 것도 다 보여주는 걸요. PPL이 합법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선은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SBS 모비딕 이전에는 교양 프로그램을 주로 만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자기 검열이 되더라고요. 고가의 제품은 되도록 지양하고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뛰어난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은 김기수의 ‘권법’입니다. <예살그살>을 만들면서 ‘왜 남자가 화장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요리가 더 이상 성별을 가르지 않는 것처럼 화장도 남녀, 나이 고하를 나눌 이유가 없다고 봐요. 그래서 책을 만들었습니다. 영상을 보완할 일종의 교본이 있으면 했거든요. 이번에 출간한 뷰티 안내서 ‘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는 김기수와 제작진이 시청자의 도움으로 만든 책입니다. 복습할 때 펼쳐놓고 차근차근 따라하시면 좋겠어요.

상당한 미모의 옥성아 PD는 1억 뷰를 기록한 뷰티프로그램 기획자답게 흔히 말하는 ‘풀메’ 상태였는데 <예살그살>을 맡기 전에는 거의 민낯 수준이었다나. 뿐만 아니라 곽민지 작가를 위시한 대부분의 제작진이 김기수의 전도(?)에 따라 화장을 즐겨하게 되었다고. 집에 돌아와 그가 넌지시 알려준 쿠션을 구입해봤다. 지금껏 써온 제품의 반의 반 가격임에도 효과는 오히려 한 수 위다. 어느새 나도 이젠 ‘꼬요’!

정석희 방송 칼럼니스트 soyow59@daum.net

[사진=SBS, ‘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김영사), 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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