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2’, ‘슈가맨1’과는 다른 다양한 추억의 재미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JTBC 예능 <투유프로젝트-슈가맨2>의 첫 방송에서 이 프로그램의 MC 유희열과 박나래는 언더 음악에 대해 서로 오해한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언더 음악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유희열이 생각하는 언더 음악이 1990년대에 폭발하던 홍대 감성의 인디뮤직이었다면, 박나래가 생각하는 언더 뮤직은 지하에 있던 콜라텍이나 클럽에서 크게 흥했던 가요들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자가 추억하는 음악에 대해서는 서로 거의 문외한에 가까웠다.

쎄쎄쎄의 <떠날거야> 전주 부분을 듣고 유희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국 가요 중에 이런 전주가 있었느냐고 했다. 아마 유희열만이 아니라 대부분 1990년대 가요를 좋아했던 이들 중에서도 쎄쎄쎄의 노래들을 모르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당연히 전주를 듣고 이 노래를 안다고 버튼을 누른 방청객들은 아주 적었다.

솔직히 이 여성그룹의 히트곡인 <아미가르 레스토랑>이나 <떠날거야>는 온 국민이 다 좋아하는 빅 히트곡은 아니었다. 리어카에서 팔던 불법 최신가요 테이프에 섞여 있던 노래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알고 보니 쎄쎄쎄의 노래는 클럽에서는 그 위상이 다른 히트곡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쎄쎄쎄의 <아미가르 레스토랑>은 1995년 수능시험 당일 아침에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나왔던 노래여서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 곡이기도하다. 나름 대학입시의 압박에서 해방된 날에 들었던 노래이기에 그렇다. 쎄쎄쎄는 모두에게 슈가맨은 아니지만 필자에게는 충분히 슈가맨이었던 출연자인 셈이었다.



<슈가맨2>의 첫 출연자들이 모두의 슈가맨이 아닌 경우는 첫 번째 출연자 이지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1980년 후반에 10대를 보낸 남학생들에게 이지연은 1980년대 청순 여가수의 등장을 알리는 전설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핑클과 S.E.S의 노래에 열광하던 10대 남학생에게 이지연은 낯선 존재에 다름없었다. 단 그녀의 히트곡인 <바람아 멈추어다오>는 끊임없이 리메이크되었고 오히려 어떤 이들에게는 장나라나 러브홀릭의 노래로 더 기억에 남기는 하겠지만.

생각해 보면 <슈가맨1>의 짜릿한 재미는 방청객들의 ‘올불’이었다. 노래의 첫 소절이 나오는 순간 깜깜한 방청객에 현란하게 불이 켜지는 그 매혹적인 순간 말이다. 하지만 <슈가맨2>에는 이런 광경은 아쉽게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떤 시청자들은 <슈가맨2>에 대해 이미 핫한 슈가맨들이 지나간 자리에 쓸쓸히 남은 예능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슈가맨2>는 <슈가맨1>과는 다른 재미를 주는 예능프로그램으로도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노래방에서 고음 배틀에서 열광했던 이들에게는 [You]의 김상민은 살아 있는 전설이 틀림없다. 비주얼락의 불모지였던 1990년대 한국에서 아름다운 마귀 역할을 했던 그룹 걸의 보컬인 김세헌과 이브의 등장은 그 시절의 마니아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슈가맨이 틀림없다. 태국에서까지 사랑받았던 <첫사랑>의 주인공 파란과 성공은 못했지만 남학생들 사이에 강렬한 멋스러움으로 기억에 남은 디베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재미는 같은 시절을 살았지만 각자의 음악 취향에 따라 누군가의 슈가맨이 누군가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쉐도우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 다른 취향과 다른 음악의 즐거움을 새롭게 느끼는 것도 <슈가맨2>가 주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단 아무래도 이제 <슈가맨3>의 등장을 기다리려면 최소 5년은 지나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때쯤 되면 어떤 노래가 처음 소환 될까? 에프엑스의 [Nu ABO]? 투애니원의 [I don’t care]?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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