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수정 탈락과 ‘위탄2’의 정체성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MBC ‘위대한탄생2’의 최대 이변은 최고의 기대주였던 배수정의 탈락이다. 심사워원들로부터 거의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 부러움과 견제를 동시에 받던 우승 후보 배수정이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탈락했다.
 
이에 대해 예상을 뒤엎는 이변과 반전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묘미라는 반응과 함께 패자부활을 통해 다시 살릴 것이라는 뻔한 속셈이자 꼼수라는 반응이 공존했다.
 
아무리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도 제작진이 배수정 같은 최고의 흥행카드를 포기하기는 쉽지않다. ‘위탄1’의 최고 흥행콘텐츠이자 노이즈로도 큰 기여를 했던 권리세도 생방송 단계인 TOP12에 올라가서야 탈락했다.
 
하지만 런던 정경대학을 졸업하고 회계사로 일하고 있는 ‘엄친딸’ 배수정은 70개팀에서 34팀을 가려내는 과정에서 탈락했다. 너무 일찍 사라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연히 배수정이 부활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면서도 ‘위탄2’의 성격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슈퍼스타K’과 ‘위대한 탄생’은 특성이 조금 다르다.
 
후발주자인 ‘위탄’의 특징은 멘토링이다. 이 점이 ‘슈스케’와의 차별점이다. ‘슈스케’가 희소가치를 중시한다면 ‘위탄’은 발전가능성도 중시한다. 노래를 멋드러지게 불러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참가자 못지않게 발전 가능성을 고려한다. 원석을 가공해 보석으로 만드는 것이 멘토의 역할이다. 그런 각도에서 보면 배수정은 떨어뜨리기 힘든 재목이다.
 
배수정은 이미 독특한 자기만의 톤이 있고, 튼튼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고 심사위원들로부터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박정현의 ‘편지할게요’를 시간에 쫓기듯 불러 탈락했다. 탈락당일 평가도 “선곡 문제였다. 전달되지 않은 감정표현”(이선희) “선곡실패”(박정현) “전반적으로 헤맨다”(윤일상) 등이다. 멘토들이 오히려 가공되지 않은 원석을 세공하려는 열의가 불끈 생길만한 평가들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배수정의 탈락은 ‘위탄’의 성격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신호일까. 실력이 있고 노래를 잘해도 당일 무대에서 실수하거나 못미치는 기량을 보여주면 탈락시킨다는 뜻일까. 예선에서 2NE1의 ‘lonely’를 불러 “소름끼쳤다”는 반응을 얻었던 영국소녀 티타 라우도 “잘 노는 아마추어 정도”라는 평가를 받고 탈락했다.
 
 하지만 반드시 이런 판단과 기준이 그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샘카터의 합격이 그런 경우다. 샘카터는 예선에서 극찬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으나 지난 28일 오디션에서 김동률의 ‘아이처럼’을 부를 때는 불안하고 소극적이며 누가봐도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샘카터는 재도전의 기회를 얻었고, 여기서도 발성문제를 보였지만 심사위원들로부터 구제받아 합격했다.
 
배수정에 이어 실력자로 평가받으며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차여울도 합격했다. 박정현의 ‘편지할게요’를 열창한 차여울은 ””불안했지만 가습이 벅찼다”(이승환), “애드립이 원래 가수보다 못하다”(이성희)는 평가를 받았지만 합격해 30팀내에 들었다.

반면, 배수정은 혹평을 받고 재도전 기회 없이 불합격 판정을 받고 합숙소를 나갔다. 이는 ‘위탄2’의 정체성을 좀 더 분명히 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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