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2’, 이효리는 더 이상 힙스터가 아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온갖 뉴스로 떠들썩한 요즘, 잠시 세상의 흐름에서 비켜서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예능이 더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페인의 작은 섬에서 연 팝업 식당 이야기의 시청률은 15%를 넘었고, 겨울이 찾아온 이효리의 제주 민박집에는 시즌1의 10배에 해당하는 21만 명이 묵고 싶다고 예약 신청을 했다. 두 프로그램 사이의 별다른 접점은 없지만 지금 현실과는 다른 일상의 로망과 삶을 꾸려나가는 또 다른 방식과 가치를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시즌2로 접어들면서 <효리네 민박>의 로망과 재미는 <윤식당>과 결을 달리한다. 겨울 제주라는 환경적 영향도 있겠지만 두 번째 민박을 오픈하면서 제주에 방점을 두고 일상과 여행의 모호한 경계지로 다루기보다 이효리와 이상순이란 사람에 보다 집중한다. 시즌1이 제주도에서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일정 부분 전시했다면, 이번엔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더욱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다.



시즌1은 제주도로 내려간 이효리가 제주의 기운과 이상순의 음악적 지원을 받아 만든 ‘블랙’ 앨범의 코멘터리 필름 혹은 꽤 두툼한 부클릿 같았다. 제주도에서 보내는 슬로라이프, 요가와 명상을 내세운 한 영적 가치관, 스페셜티 커피를 넘어서 다도를 즐기고, 둘도 없는 친구처럼 사이좋은 부부는 마치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끼니마다 음식을 소담소담 해먹고,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다가 산책과 볕쬐기 등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에 몸을 맡기는 여유로운 일상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부풀어 오르게 했다.

음악으로 못다 말한 제주살이에서 느끼고 체득한 것을 담은 친절한 설명서랄까. 시즌2에 쏟아졌던 큰 기대도 이효리네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반영된 결과다. 아니나 다를까. 이효리가 외출복으로 입고 나온 국내 소규모 브랜드의 롱후리스 자켓은 방송을 타자마자 매진됐다. 이 방면에선 김남주를 제외하곤 이효리를 따라갈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시즌2를 자세히 보면 요가, 채식, 명상, 다도, 내려놓는 삶 등등의 라이프스타일을 굳이 꺼내놓지 않는다. 궂은 날씨로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더 많아졌지만, 손님들의 개인사에도 큰 포커스를 두지 않는다. 모닥불 대신해 야심차게 마련한 게르에서의 흥겨운 술자리도 의외로 큰 분량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추가 촬영을 하기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이 이효리 부부의 행복과 생각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이들은 사람들, 이웃들과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정을 나눈다. 친해지는 그림에 몰두하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지키며 타인의 스타일도 배려한다. 그러다 도움이 필요하다 싶으면 한발 빠른 한마디와 행동으로 책임을 진다. 요즘 보기 드문 어른다운 태도다. 아이돌로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후 그 다음 도약을 위해 숨고르기 중인 윤아를 대하는 모습은 아티스틱한 영역을 마련한 아이유를 대할 때와 또 다르다. 바쁘고 치열하게만 살아온 후배에게 이효리는 그림 그리기도 권하고, 시집을 보게 하는 등 편하게 쉬면서 멈추고 자신을 마주하고, 비우는 법을 넌지시 알려준다.



여자다움을 잊고 산 운동선수들에게는 떠나는 날 화장품과 구두 선물을 하는 것은 물론 언니로서 동생들에게 꾸미는 즐거움을 유쾌하게 알려준다. 두 자매의 고민과 아픔도 앞에선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며 위로의 말을 전했지만 그들이 남긴 편지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이처럼 특유의 쉽고 시원한 화법과 말하지 않아도 알 듯한 배려가 이상순의 여유롭고도 든든한 태도와 어우러지며 <효리네 민박>의 따스한 온도는 유지된다.

이효리는 라이프스타일 제안하는 힙스터로 머물고 싶지 않은 듯하다.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려하기 때문이다. 결코 운동가처럼 나서거나 PPL처럼 튀거나 의도적으로 배치된 주제가 아님에도 이효리는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유기견, 믹스견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 발언을 풀어낸다. 사진 속의 강아지가 무슨 종이냐고 묻는 윤아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믹스견이라 소개 한 다음, 만약 다음에 강아지를 입양할 기회가 있다면 꼭 믹스견을 하라고 당부 또 당부한다. 물론,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또, 너무나 절절한 역사지만 민감한 제주 4.3사건에 관한 대화의 장도 마련한다. 비록 민박객들의 입을 통해 주로 이야기를 했지만 방송에서 꺼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제주를 관광지로만 아는데 슬픈 역사를 가진 땅’이라고 짚으며 시청자들도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한다. 예능이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시대에 이효리의 한마디는 그 어떤 강의보다도, 설득력을 갖기에 그의 이런 태도는 의미와 의도가 깊다.

<효리네 민박2>는 날씨 등의 환경 탓으로 인해 볼거리의 다양함이 줄었음에도, 개별 호실을 가진 안락한 숙소가 아님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찾고 있다. 휘게나 피카식 라이프스테일 제안이나 체험을 넘어선 볼거리로만은 전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우린 이효리라는 사람, 이상순이란 사람에 대해 더욱 궁금해지고 친해지고 싶은 거다. 이들이 말하고 보여주는 행복의 이미지와 메시지는 그래서 더 깊게 다가온다. 위로와 치유의 정서, 혹은 라이프스타일은 엿보기나 스타일만으로 전달되는 게 아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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