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공유, ‘슈가맨2’ 익스 이상미가 보여준 음악의 마법

[엔터미디어=정덕현] “안녕하세요-” 특유의 대화하는 목소리로 부르는 익스의 보컬 이상미의 ‘잘 부탁드립니다’ 첫 소절을 듣는 순간 아마도 이 노래가 익숙한 분들은 저마다의 2005년 그 때를 떠올렸을 게다. 당시 대학가요제에서 첫 무대를 보여준 이상미는 이 노래 한 곡으로 엄청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신인 대학생이라고 볼 수 없는 자연스러운 무대매너에 세련된 모던 락의 흥겨움. 게다가 취업전선에 뛰어든 청춘들이라면 귀에 콕콕 박힐 수밖에 없는 가사에 듣고 또 들었던 그 때 그 노래.

그 노래의 첫 소절은 그래서 그 시간을 다시 우리의 기억 속으로 소환해내는 열쇠가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이것은 JTBC 예능 <슈가맨2>가 시청자들에게 경험하게 해주는 음악의 마법이다. 처음에는 가물가물하던 기억도 일단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저도 모르게 흥얼대는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는 마법.



세대별로 나뉘어 객석을 채운 관객들은 노래를 들으며 그 기억을 되살린다. 그들이 켜는 불빛은 그래서 그 기억이 소환되었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무대에서 오랜 만에 노래를 부르는 ‘슈가맨’들이라면 그렇게 켜져 가는 불빛의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그 긴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당시 빼어난 가창력에 이민정을 닮은 외모, 끼도 충분해 노래는 물론이고 시트콤에도 나왔던 이상미에 대한 이야기를 패널들이 나누고 자연스럽게 그랬던 그가 어느 순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 사연이 궁금해진다. 이상미는 당시 엄청난 관심과 사랑이 감사했지만 동시에 커다란 짐처럼 다가왔다고 한다. 밴드 멤버들 사이에 오해도 있었고 그래서 흩어지게 되면서 노래하는 일이 기쁨이 아닌 짐이 됐다는 것.



지금은 대구에서 요가선생님을 하고 있다는 이상미는 결혼을 했지만 헤어진 후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배운 게 요가이고 지금은 이 일을 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것. 그 행복감은 그의 밝은 얼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노래 한 곡이 소환한 과거의 추억과 그 추억에서 현실로 튀어나온 가수가 그간의 살아왔던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낸다. 그건 관객들이 그 노래를 들었을 때의 자신의 삶과 그로부터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을 반추하게 만들기도 한다. 같이 나이 들어가고 있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그 공유점은 그래서 스타와 관객 사이의 벽을 허물어낸다.

‘잘 부탁드립니다’는 이상미 스스로 말했듯, 그가 대학 4학년 때 취업에 실패하고 나서 취업준비생들을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만든 곡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2005년에 나온 노래지만 이 곡은 지금의 청춘들에게도 공감대를 만든다. ‘청춘’이라는 공유의 시간이 노래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세대를 그대로 연결시켜준다. 그의 노래를 신나고 발랄한 뮤지컬처럼 소화해낸 우주소녀의 무대는 세대별로 구분된 관객 간의 거리를 없애버린다. 현재의 시점에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노래 한 곡으로 만들어지는 것.



추억과 공유. 이것은 아마도 <슈가맨2>가 가진 음악을 듣는 새로운 묘미가 아닐까. 그저 한 곡의 노래일 수 있지만, 그 노래가 소환해낸 과거의 추억들이 저마다의 기억 속에서 방울방울 피어나고, 그렇게 되살려 놓은 기억으로 시간과 세대의 장벽을 무화시켜버리는 것. <슈가맨2>가 가진 음악을 듣는 특별한 방법이 가능하게 한 마법 같은 힘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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