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베테랑 배성우가 신입 정유미·이광수를 만난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오양촌(배성우)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던 걸까. tvN 주말드라마 <라이브>에서 오양촌은 오로지 범인을 잡고 국민을 보호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살아온 베테랑 형사다. 그런 그에게 불행이 동시에 겹쳐져 일어난다. 그가 그토록 존경하고 따라왔던 사수가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하러 들어간 그가 나오지 앉자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사망한 것. 마침 같은 날 지병을 앓아오던 장인댁에서 초상을 치른다. 그리고 언론은 그가 술에 취해 있었다며 마치 자신 때문에 사수가 죽게 됐다는 식으로 의도적인 오보를 낸다.

안 좋은 일들은 집안에서도 벌어진다. 아내 안장미(배종옥)가 불쑥 “이혼하자”고 그에게 말한 것. 오양촌은 엉뚱하게도 그것이 자신이 장인댁 초상을 제대로 치르지 않은 것과 사수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오보로 아내가 화가 난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안장미는 같은 형사로서 그걸 다 이해한다며 하지만 더 이상 같이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결국 오양촌은 집에서 쫓겨나 자신의 아버지 집으로 오게 되고, 사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홀로 뒤집어쓰고 홍일지구대로 강등되어 오게 된다.

이렇게 단 며칠 사이에 밑바닥으로 추락하게 된 오양촌의 심기가 편할 리가 없다. 게다가 홍일지구대로 오며 경감에서 경위로 강등된 처지라 자기보다 새파랗게 어린 상사의 명령을 듣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살벌한 강력 범죄들을 처리하며 종횡무진 활약했던 베테랑 형사가 이제는 지구대에서 취객들을 상대하거나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말리는 어찌 보면 소소해진(?) 일을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베테랑 형사가 맡은 신입들이 과거 경찰 교육대에서 자신이 교관으로 있을 때 그 밑에서 훈련을 받던 이들이다. 염상수(이광수)는 그래서 노골적으로 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무조건 그를 따르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우연히 그 이야기를 듣게 된 오양촌의 심기는 더 꼬일 수밖에 없다. 염상수와 다른 신입들 한정오(정유미), 송혜리(이주영)에게 그는 더 혹독해진다.

어째서 <라이브>는 이렇게 끝없이 추락해 지구대까지 오게 된 베테랑 형사와 신입을 엮어 놓은 걸까. 그건 단지 신입들이 그 실제 경찰생활의 압박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함만은 아니다. 그것과 동시에 이 베테랑 형사가 가진 문제 또한 이들 신입들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어떤 계기가 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양촌이 안장미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은 건 그가 경찰로서의 삶이 잘못돼서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경찰로서의 삶을 너무나 절실히 살아가다 보니 가정에 대해 소홀해왔던 것이 그의 잘못이었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희대의 사건들 속에서 그걸 해결하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그래서 상대적으로 소소해 보이는 자신의 개인적 삶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는 것. 그것이 그의 잘못이었다.

그래서 <라이브>는 물론 한정오와 염상수의 짠내 나는 청춘 이야기가 이야기의 한 축이지만, 또한 이 베테랑 형사가 그 최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상대적으로 일상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지는 지구대 생활을 통해 어쩌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또 한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많은 콘텐츠들을 통해 통상적으로 생각하곤 했던 강력계 형사들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일일 지도 모른다. <라이브>라는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