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의 여왕2’, 최강희·권상우의 매력만이 남았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KBS <추리의 여왕>은 대단한 히트작은 아니지만 독보적인 매력이 있던 작품이었다. 이 드라마는 대중에게 이미 익숙한 스타인 최강희와 권상우를 주연으로 내세웠지만 날 것의 신선한 매력이 있었다.

집안에서 구박덩이에 불과했던 주부 유설옥(최강희)이 특유의 추리 능력으로 삶의 다른 기쁨을 발견하는 것은 그 자체로 꽤 유쾌한 플롯이었다. 더구나 추리물 특유의 음습함이나 잔인함을 적절히 배제하면서 활기차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역시 <추리의 여왕>의 매력이었다. 더구나 주부 유설옥과 형사 하완승(권상우) 사이에 인간적인 애정은 있지만, 로맨스는 존재하지 않는 구도도 좋았다. 그 때문에 남녀 사이인 두 인물을 투닥투닥 다투는 귀여운 한국판 멀더와 스컬리처럼 바라보며 사건의 묶인 매듭을 풀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추리의 여왕>은 배우 자체의 특정한 이미지 소비가 과한 편이었던 최강희와 권상우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던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최강희는 작품의 흥행과 상관없이 MBC <화려한 유혹>에서 묵직한 작품의 미스터리한 여주인공으로는 살짝 아쉬웠던 감이 있었다. 권상우 역시 반복되는 ‘호구형’ 남자주인공의 이미지 때문에 배우 자체의 이미지가 코믹해진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추리의 여왕>은 다소 지지부진했던 과거의 젊은 스타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신선한 매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했다. 그런데 <추리의 여왕>은 흥미롭게도 최강희와 권상우에게 변신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 작품은 두 배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연기 위에 현실적이면서 매력 넘치는 캐릭터의 옷을 입혀주었다. 그게 바로 바로 유설옥과 하완승이었던 것이다.

유설옥은 최강희 특유의 귀여운 4차원 표정 연기를 마음껏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추리물 여주인공으로서의 날카로운 분석력을 더해 준 캐릭터다. 그 때문에 최강희는 본인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면서도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었다.

권상우 역시 몇 년 간 자주 형사 연기를 해왔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치고받는 형사 캐릭터보다 부드러워진 하완승은 이 권상우를 좀 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게 해주었다.

그렇기에 <추리의 여왕2>는 여러 모로 반가웠다. 잘 만들어진 캐릭터와 그와 궁합이 맞는 주연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건 언제나 즐거우니 말이다. 그리고 <추리의 여왕2>에서도 최강희의 유설옥, 권상우의 하완승은 여전히 전편과 마찬가지로 사랑스럽다.

다만 그 사랑스러움만으로 지켜보기에는 <추리의 여왕2>는 그렇게 몰입도가 빼어난 작품은 아니다. <추리의 여왕>에는 무언가 기존에 없던 시도 혹은 날 것의 매력을 그대로 살리려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추리의 여왕2>는 전편의 근성 대신 익숙한 웹드라마를 보는 것만 같은 기시감이 넘친다.

즉, 일반적인 드라마보다 작은 규모로 적당한 재미를 뽑아보겠다는 미심쩍은 구석만 보이는 것이다. 당연히 그만큼 일어나는 사건의 긴장감이나, 그 긴장감을 해소하는 순간 역시 조금은 찜찜하다. 특히 어린이 모방 방화 사건을 다루며, 가해자 가족들이 일순간에 반성하고 회개하는 장면 같은 것들은 너무 당황스러웠다. 시청자들은 KBS 미니시리즈를 보는 것이지 KBS 어린이드라마를 보는 것은 아니잖은가?

더욱이 쓸데없이 복잡하게 꼬아놓은 하완승과 다른 동료들 사이의 다툼 따위도 썩 흥미롭지는 않다. 투덕거리면서도 파트너십은 좋았던 두 사람 사이에 은근슬쩍 아니 대놓고 ‘썸’타는 분위기를 집어넣는 것도 아쉽다. 그런 건 연속 추리물의 에피소드가 떨어졌을 때 어쩔 수 없이 집어넣는 설정 아니었던가? 어쩌면 그런 류의 식상한 로맨스 감정을 배제한 것이 이 드라마가 가진 힘 중 하나였는데 말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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