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를 생생한 페이크다큐로 만드는 배성우의 리얼 연기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노희경 작가의 신작 드라마 tvN <라이브>는 전국에서 제일 바쁜 ‘홍일지구대’ 경찰들의 삶을 다룬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호흡을 지닌 노희경 작가는 신작 <라이브>에서는 정신없는 ‘홍일지구대’의 삶을 다루기 위해 평소와는 다른 속도감 있는 감각을 보여준다. 물론 그런 감각 속에서도 작가 특유의 휴머니즘적인 세계관은 놓치지 않지만 말이다.

<라이브>는 경찰들이 주인공이지만 이 드라마를 최근 유행하는 장르물로 보기는 힘들다. 그보다는 성실한 취재에 기초한 것으로 여겨지는 페이크다큐 스타일에 노희경 작가 특유의 휴먼드라마가 곁들여진 독특한 작품에 가깝다. 그렇기에 <라이브>는 생활인 경찰들의 퍽퍽한 삶이 날 것으로 녹아 있으면서도 동시에 보는 이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휴먼드라마의 힘을 지녔다.

당연히 <라이브>의 생생함에는 이름 있는 중견작가들의 연기도 한 몫 한다. 홍일지구대장 기한솔 역의 중견배우 성동일은 여전히 교도관이나 형사에 최적화된 폼을 보여준다. 막장 성향의 일일드라마에 악역으로 들어갈 때마다 연기하는 마네킹으로 변하는 중견배우 배종옥은 <라이브>의 여성경찰 안장미를 통해 다시 한 번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이미 MBC <천하일색 박정금>에서 형사로 분했던 배종옥은 <라이브>에서 생활인과 직업인 사이에 놓인 여경의 삶을 안정적인 연기로 전달한다. 또한 젊은 경찰들을 연기하는 남녀 배우들 역시 대부분 각자의 몫을 보여주기에 무리가 없다.



이처럼 <라이브>에는 좋은 작가의 작품 아래 좋은 배우들이 포진해 있다. 당연히 ‘홍일지구대’가 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라이브>가 생생한 페이크다큐처럼 느껴지는 데는 강력반 출신 경찰 오양촌을 연기하는 배우 배성우의 몫이 상당 지분을 차지한다. 배성우는 경찰을 리얼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그냥 날 것의 강력반 형사를 경찰서에서 데려온 것만은 같은 인상을 줄 정도다. 체형도 강력반 형사 체형에 가까운 배우 배성우는 신기하게도 강력반 형사의 일상적인 모습을 채득해서 가감 없이 그리고 과장 없이 보여준다.

오양촌은 마음이 급해서 말을 더듬는다거나, 특유의 짜증나는 톤으로 읊조리는 경향이 있다거나, 감정 없이 말하는 데도 은근히 화난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웃을 때는 픽, 픽 웃거나 뭔가 어색하게 껄껄 웃는다. 밤낮 없는 근무가 힘들어서인지 늘 피곤해 보인다. 그 모든 일상의 풍경이 자연스러워서 보는 내내 이 인물에게 빠져들게 된다. 더구나 오양촌은 곰 안에 여우가 숨어 있는 듯, 아니면 여우 안에 곰이 숨어 있는 듯 은근히 매력 있는 경찰 캐릭터이기도하다.



사실 <라이브>에서도 오양촌의 성격이나 행동은 우스꽝스럽게 보일 여지가 있다. 혹은 그의 태도가 너무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것 같거나, 가정적인 남편으로는 거의 빵점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성우가 연기하는 강력반 출신 오양촌은 지금, 거기 경찰서에 있는 생생한 인물로 다가온다. 그러니 그를 통해 지금 이곳에 살아가는 생활인 경찰의 존재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더구나 장르물이나 코믹물에서 종종 코믹하고 얄팍한 캐릭터로 소비되기 일쑤인 강력반 형사가 이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통해 어느새 살 냄새 나는 살아 있는 인물로 다가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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