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수목드라마, 어째서 고만고만해졌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지상파드라마에 있어서 수목드라마는 자존심이나 다를 바 없었다. 사실상 수목드라마에 세워지는 미니시리즈가 가장 트렌디하고 완성도도 높은 드라마들로 채워지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지상파 수목드라마를 보면 이런 ‘자존심’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고만고만한 드라마들이 나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 어느 때보다 눈이 높아져 있는 시청자들은 단박에 지상파 수목드라마에서 채널을 돌려버렸다. 지상파 수목드라마 동시간대 1위인 KBS <추리의 여왕2>는 고작 7.2%(닐슨 코리아) 시청률에 머물렀고, 야심차게 시작했던 장근석, 한예리 주연의 SBS <스위치-세상을 바꿔라>는 5.7%의 초라한 시청률로 내려앉았다. 이는 4%에 머물고 있는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도 마찬가지다.



어째서 이렇게 소소해져버렸을까. 현재 지상파가 수목드라마에 편성한 드라마들을 보면 참신함이 보이지 않는다. <추리의 여왕2>는 시즌2로 돌아왔을 만큼 여기 등장하는 하완승 형사(권상우)와 유설옥(최강희)의 캐릭터가 매력을 발휘한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 아무리 KBS라는 플랫폼의 성격에 맞춰진 것이라 하더라도 사건 사이 사이에 채워지는 일상의 느슨한 코미디들은 전체적인 드라마의 긴장감을 흐트러트린 게 사실이다. 요즘처럼 추리물이나 형사물이 거의 영화처럼 긴박감 있게 만들어지는 걸 염두에 두고 보면 왜 <추리의 여왕2>가 좋은 캐릭터를 갖고도 선전하지 못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스위치 세상을 바꿔라>는 만화 같은 장르물에 계속 머물러 있는 최근 SBS 장르물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SBS가 한 때 복합장르 같은 걸 시도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끌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식의 현실감을 채워넣지 못하는 장르물에 더 이상 시청자들이 주목하지 않는다. tvN <라이브>나 <나의 아저씨> 그리고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가진 장르물 속 디테일한 현실 묘사들을 비교해보면 <스위치 세상을 바꿔라>가 왜 시청자들을 몰입시키지 못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는 너무 옛날 드라마의 틀을 가져왔다. 물론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간다는 그 기획의도는 나쁘지 않지만, 매회 이야기의 진전은 지지부진하고, 밀어내고 다시 아쉬워하고 아파하다가 다시 밀어내는 시한부 삶의 소유자가 만들어내는 도돌이표 진행은 시청자들이 떠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어떤 식이든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끌고 가지 않는 드라마에 더 이상 시청자들은 질질 끌려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자존심이라고 하던 지상파 수목드라마의 참신함이나 실험성 같은 것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흔히 말하듯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를 떠올리게 된다. 물론 이건 공교롭게도 힘이 빠진 드라마들이 현재의 지상파 수목드라마들 시간대에 동시에 채워져서 보이는 착시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이들 드라마들이 보이는 한계가 그간 지상파 드라마들이 보여줬던 옛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는데서 나온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저 ‘착시현상’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어째서 지상파들은 맞추지 못하고 있는 걸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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