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이상한 시댁·방관하는 남편, 뭐가 잘못된 걸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설마 우리 집에도 저런 일들이 벌어졌던 건 아닐까.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보다보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하고 생각하다가도 문득 ‘어쩌면 우리 집에서도 벌어졌던 일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타인의 가정을 들여다보는 관찰 카메라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저들이 가진 문제점들이 너무나 잘 보이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잘 보지 못한다. 그래서 ‘저들의 문제’라고 치부하며 심지어 분노하지만, 과연 그게 단지 ‘저들의 문제’일까.

개그맨 김재욱 아내 박세미가 처한 이상한 상황이 그렇다. 지난 회에서도 임신 8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홀로 시댁에 가는 장면은 물론이고, 그 곳에 도착하자마자 계속 이어지던 일들에 시청자들은 공분한 바 있다. 하지만 시부모에게 아들 지우를 맡기고 산부인과에 정기검진을 갔다 오는 박세미가 처한 상황 또한 이상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박세미는 아이에게 밥을 챙겨 먹이려고 간식을 주지 않기를 바랐지만 시어머니는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빵을 사왔다며 지우를 불렀다. 결국 밥을 먹지 않는 아이를 보며 며느리는 속상해했다. 그리고 박세미와 김재욱이 외출한 사이, 본격적인 간식 타임이 이어졌다. 빵은 물론이고 아이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아이스크림까지 시부모는 챙겨주며 즐거워했다.



스튜디오에서 이 장면들을 관찰한 남성 패널들은 빵과 밥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했지만 달달한 맛에 아이가 길들여지면 밥을 먹지 않는다는 걸 아는 며느리들에게 그건 무식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래도 가끔 아이를 봐주시는 시부모에게 그 정도는 허용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남편 김재욱의 말에 박세미는 그건 시부모님이 전적으로 육아를 해주실 때 이야기라며, 지금은 아이의 육아를 전담하고 있는 자신의 방식을 맞춰주시는 게 맞다고 했다. 지극히 옳은 이야기였다.

게다가 산부인과에서 며느리의 안전을 위해 제왕절개를 하라고 권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시아버지가 자연분만이 좋다며 강권하는 모습 또한 이상한 풍경이었다. 병원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자궁파열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지만, 시아버지는 자연분만을 해야 태아에게 좋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결국 손주만 생각하시는 게 아니냐며 며느리는 눈물을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과연 이건 저들 가족만의 일일까 하는 점이다.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니 그 일련의 상황들이 이상하고, 심지어 분노까지 일으키는 것이지만, 어쩌면 그런 이상한 상황은 우리들 역시 겪고 있는 일들이 아니었을까.

그저 아이가 예쁘다고 간식을 챙겨주는 시부모의 모습은 그리 낯선 것들이 아니다. 특히 과거 먹고 살기조차 힘들던 시절을 지나오신 시부모들이라면 아이의 입에 뭐가 들어가건 들어가는 것만 보면 행복해하는 모습을 우리 역시 겪은 바가 있을 게다. 또 아이만 생각하는 시부모의 모습은 당신들 생각은 늘 두 번째고 자식 잘되기만을 바랐던 기성세대들의 가치관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니 이 풍경들이 이상한 건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그런 시스템적인 문제들이 누적되어 당신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나온 행동들일 수 있다. 물론 그건 과거에는 그저 그러려니 했던 일들일지 몰라도 사실은 잘못된 일들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그러려니 하며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던 그 일들’을 다시금 들여다보고 그 문제를 인식하며 바꾸는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건 바로 남편들이다. ‘고부갈등’이라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사안들은 어찌 보면 암묵적으로 드리워져 있는 가부장적 세계 속에서 문제에 등 돌린 남편들 대신 며느리(시어머니 역시 며느리다)와 며느리가 대리갈등을 하게 되면서 생기는 것이다. 결국 고부갈등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문제가 아니라 남편들이 집안 일에 방관하고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것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보며 느껴지는 이상함은 그래서 거기서 저들의 문제로 치부하며 분노하는 일에 그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내 자신의 상황을 되돌아보고 그 객관화를 통해 우리가 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부모세대들은 물론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들에게도 모두 자신을 반추하는 기회가 되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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