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울 것 없는 연애 예능 패키지, ‘로맨스 패키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채널A <하트 시그널2>부터 tvN <선다방>에 이어 SBS <로맨스 패키지>까지, 따스한 봄바람을 타고 커플 매칭 버라이어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채널의 인지도 차는 있지만 대부분 2% 이내의 소소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다만, 관심은 생각보다 뜨거운 듯하다. 청춘남녀들이 한 집에서 설렘과 갈등과 질투와 전략이 난무하는 썸을 실시간 드라마처럼 풀어내는 <하트 시그널>의 경우 시즌제로 제작될 정도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선남선녀가 끌림이란 직관적인 감정으로 끌고 가는 극본 없는 연극을 보는 듯한 재미가 흥미롭다. 실제로 일반인과 연예인의 경계에 있는 출연자들은 특정 세대에서 만큼은 웬만한 예능 선수들보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선다방>은 <하트 시그널>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자극적인 면들을 빼내고 만든 디톡스 연애 매칭 프로그램이다. 출연자의 스펙과 외모에 판타지를 연결하는 일반적인 연애 예능과 달리, 카페에서 마주칠법한 소개팅 현장을 조심스럽게 중계한다. 이런 리얼한 풍경이 몰입의 계기가 된다. 괜한 코칭을 하고 싶고, 사람 됨됨이를 파악하며 둘 사이 마음의 성사 여부를 궁금해한다. 매력적인 출연자가 자석처럼 시청자들을 이입시키는 게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 내가 원하는 이성에 대한 깨달음이나 사랑의 방식,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파트너를 대하는 태도 등을 통해 스스로의 연애사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과 같다. 그런 점에서 가장 색다른, 진일보한 형태의 연애 예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주 수요일 지난 설 연휴에 SBS가 편성한 유일한 파일럿 예능인 <로맨스 패키지>가 정규 편성됐다. 호텔에 함께 며칠 묶으며 사랑의 짝짓기를 나눈다는 파일럿의 설정은 그대로지만, 요즘 유행하는 관찰형 예능의 재미, 실시간으로 청춘남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는 코멘터리식 예능의 장치를 대폭 보안했다. 호텔 로비에서 만나서 바로 진행되었던 파일럿과 달리 여성 출연자가 버스에 미리 앉아있는 남자 출연자의 옆자리를 선택해서 앉는 과정을 추가했다. 그 과정에서 임수향과 전현무가 외모와 분위기에 대해 품평하는 시간을 벌었고, 시청자들은 출연자의 성향을 파악할 기회가 생겼다. 이처럼 MC진은 모든 상황을 관전하면서 개입하기도 하고 해설을 하기도 하면서 이야기 진행의 템포를 조절하고, 감정의 고조를 담당한다.

허나 <로맨스 패키지>는 관찰형 예능의 장점을 강화했다는 점과 호텔이라는 설정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익숙하게 봐온 연애 예능이다. 남자들은 전문직이거나 일반적인 직장을 갖고 있고, 여자들은 방송이나 예체능계에서 활동하는 인물로 구성한 고전적인 성역할에 따른 배치다. 매력을 더하는 방식은 보다 노골적이다. 처음에는 외모로만 호감을 표현하게 만들고, 그 후 배경을 공개해 반전 매력을 더한다는 것이 이 패키지의 하이라이트다. 그리고 남자들이 여성을 선택하는 기회보다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미니바 선택’이나 버스 좌석 선정 등에 있어 여자들이 주도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도록 설정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타깃은 보다 구체화된다. 여성 시청자들은 누가 누구와 연결될지 맞춰보는 재미와 함께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파일럿 당시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괜찮은 반응을 얻었지만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외모나 스펙에서 나오는 호감에 몰두하다보니 성격이나 가치관, 서로의 궁합을 알 수 있는 장치의 부족함이 문제였다. 또한, 외모와 첫인상만으로 판단하다 직업과 재산 공개를 한 다음 여성 출연자들이 호감 있는 남자 출연자들을 다시 지목해 반전 요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판타지의 노선이 꽤나 노골적이었다.

그러나 <로맨스 패키지>의 첫회는 파일럿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대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큰 아쉬움 없이 막을 내린 <싱글와이프2>보다도 1%포인트 낮은 수치다. 당연히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기 힘든 성적이다. 연애 예능은 기승전결에 따라 관심이 고조되는 형태의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에 설렘이 가장 충만한 첫 만남에 대한 반응이 특히나 중요하다.



선남선녀의 아름다움 위에 연애의 풋풋하고 설레는 감정을 얇게 두른 로맨스는 SBS 예능국의 히트작인 <짝>과는 조금 다른 판타지다. <짝>은 기존 연애 예능이 가진 방송이란 화장을 지운 현실적인 관계와 감정을 내세우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의의가 있다. 그런데 <로맨스 패키지>는 이미 절찬리에 상영 중인 <하트 시그널> 시리즈와 매우 유사한 판타지를 내세운다. 결과적으로 사이즈도 비슷비슷하다. 따스한 봄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설렘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그 설렘을 보여주는 방식이 풋풋하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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