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억지로 식구 만들 생각 말고 손님으로 대접해야

[엔터미디어=정덕현] “좀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우리 집 식구가 되겠구나. 안 그러면 정말 남의 집 딸로 평생 갈 수도 있겠구나.”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그간의 관찰카메라 영상을 본 남편 김재욱은 그렇게 말했다. 그건 물론 반성하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지만, 그 개선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가 무지하다는 걸 드러낸 말이기도 했다. 본질적으로 ‘남의 집 딸’인 며느리가 어째서 ‘우리 집 식구’가 되어야 할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3부작 파일럿을 통해 보여준 가장 불합리해 보이는 지점은 결국 타자일 수밖에 없는 며느리를 어째서 자꾸만 ‘식구’라는 감옥에 가두려 하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가족이라고 부르는 어떤 틀에 대한 막연한 강박관념 혹은 잘못된 강요 같은 것이 존재한다. 흔히들 말하는 ‘식구가 된다’는 말 속에는 타자로서의 배려나 예의 같은 것들이 상쇄되고, 그래서 이런 저런 일들을 강요받는 것이 당연시되는 구시대적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가족이라는 암묵적인 틀 속에서 타인일 수밖에 없는 며느리는 결국 힘겨워도 자발적으로 그 힘겨움을 감당해야 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건 가족이 아니라 감옥이다.

3부작 파일럿 마지막회에서 슈퍼 워킹맘 김단빈이 억지로 식당 문을 닫게 하고 하루 근교로 나들이를 떠나는 장면에서도 그런 ‘가족에 대한 막연한 강박관념’을 읽어낼 수 있었다. 김지윤 소장이 말하듯, 이 가족에게 필요한 건 각자의 휴식이지 그 쉬는 시간마저 함께 보내는 나들이가 아니었다. 결국 나들이 와중에도 그 나들이가 못마땅한 시어머니는 계속 해서 “빨리 빨리”하고 집에 가자는 소리만 반복했고, 갈등이 봉합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런 나들이란 애써 ‘가족’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한 일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지지고 볶아도 가족이니 무조건 함께 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가족이 진정으로 구성원들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려면 사실은 각자의 삶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각자는 성인이 된 이상 타인이며 독립된 존재라는 걸 받아들여야 비로소 배려와 예의가 생긴다.

개그맨 김재욱은 시부모보다 본인이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어 보인다. 이를 테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데 그런 일은 엄마가 하는 일이라고 성 역할을 나누는 모습이 그렇다. 그는 암묵적으로 가족이라는 핑계 속에서 아내의 개인적인 입장을 잘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간만에 쉬는 시간에 시어머니가 시댁에 오라는 전화에 아내의 입장을 물어보지도 않고 “나는 괜찮은데”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이다. 시댁에서의 식사를 “외식이라고 생각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시댁에 어색할 수밖에 없는 아내를 혼자 두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그 속내에도 김재욱은 ‘가족’이니까 라고 생각했을 게다. 하지만 타인일 수밖에 없는 아내가 어떻게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자신에게 가족이라고 아내에게도 가족이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아내를 힘겹게 하고 있다는 걸 왜 모를까.

김지윤 소장은 김재욱의 어머니 미용실에서 엄마들이 박세미에게 잔소리를 하는 걸 보며, 우리 사회가 “며느리를 만만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우는 흔히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고 부르는데, 며느리도 ‘백년손님’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시댁이 그토록 이상하게 느껴진 건 며느리를 손님처럼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며느리도 손님이다. 괜한 식구니 가족이니 하는 감옥에 가둬둔다면 불행할 수밖에 없는. 그러니 세심하게 신경 쓴다면, ‘우리집 식구’ 만들려 하지 말고 귀한 ‘남의 집 딸’로서 존중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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