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츠’ 이미 재료는 최고다, 담는 방법만 고민한다면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수목드라마 <슈츠>는 초반 유명 미드 원작의 리메이크라는 점 때문에 기대 반 우려 반 섞인 시선이 존재했다. 원작이 가진 탄탄한 대본이 있고 여기에 장동건이나 박형식 같은 그 자체가 멋인 배우들이 캐스팅되었으니 기대될 수밖에 없다. 다만 우려는 이런 리메이크의 경우 항상 불거지는 정서적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실제로 <슈츠>는 미드 원작이 갖는 지나치게 쿨한 스토리가 주는 이질감이 분명 존재한다. 예를 들어 최강석(장동건)의 옛 여자 친구가 오랜만에 나타나 사랑을 나눈 후, 자기가 곧 결혼할 거라고 말하는 대목 같은 것이 그렇다. 그런 쿨함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 식의 정서에는 조금 과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남녀 관계에 있어서나 회사 내에서의 알력다툼 같은 비즈니스 관계에 있어서 늘 질척질척할 필요는 없고, 그것이 마치 우리네 정서의 대부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그런 쿨한(다른 말로 표현하면 합리적일 수 있는) 관계들이 오히려 바람직하게 제시되기도 한다. 끈끈한 관계라는 건 어딘지 구세대적이고 나아가 불합리한 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츠>는 그 보는 관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정서적인 문제를 떼어놓고 이야기의 짜임새만 두고 보면 이 드라마가 역시 유명 미드 원작이라는 저력이 느껴진다. 4회에서 최강석과 옛 여자 친구가 이혼소송에서 서로 반대 측 의뢰인을 대동하고 맞서는 이야기가 변호사로서의 사건(?)이면서 동시에 그들 사이에 있었던 과거의 사랑이야기와 연결되는 면이 그렇고, 그 과정에서 고연우(박형식)가 남다른 공감능력으로 이혼소송을 하고는 있지만 당사자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간파해내고 그것이 최강석의 변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대목도 그렇다.

또한 이렇게 최강석이 맡은 사건과 고연우가 맡게 된 순한기업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엮어져 있는 점도 흥미롭다. 장을 담는 마음을 부모가 자식 보듯 하는 순한기업의 회장(손숙)은 고연우가 자신의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은퇴를 생각하게 되지만, 고연우의 임기응변으로 아직 그 장을 담는 마음을 모르는 자식들에게 가업을 물려주려 하던 마음을 되돌린다. 이들 변호사들이 맡는 사건은 그 사건의 내용과 함께 그걸 맡은 변호사들의 이야기가 겹쳐지며 입체감 있는 울림을 준다.



여기에 핵심적인 재미는 최강석과 고연우가 상보적인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반드시 이기는 싸움을 하는 최강석의 경우, 이기기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냉혈한이 되지만, 이제 풋내기 고연우는 단지 이기기보다는 그 사건을 맡긴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한다. 그래서 최강석의 빈 구석을 고연우가 채워주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상보적인 관계가 주는 브로맨스적인 케미는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힘이다. 장동건과 박형식은 그 케미를 연기를 통해 잘 그려내고 있다.

결국 <슈츠>는 대본은 물론이고 연기까지 이미 재료는 다 갖춰져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부족한 면이 그 좋은 재료들을 효과적으로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그것은 연출의 문제다. 이 드라마의 연출은 지나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그냥 대본만 봐도 또 캐스팅만 봐도 충분히 멋이 뚝뚝 떨어지는데, 굳이 “나 멋있지?”하고 말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오히려 몰입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진짜 멋진 장동건과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박형식이라는 재료를 제대로 담아내려면 어깨에 잔뜩 들어간 이 힘을 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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