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남2’, 어떻게 ‘라디오스타’와 ‘한끼줍쇼’를 제쳤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수요예능의 왕좌를 새로이 차지한 KBS2 <살림하는 남자들2>는 같은 수요예능인 <아빠본색>과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육아와 살림에 서툰 남자(남편, 아빠)의 반전과 성장에 주목하는 것으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일반적인 가족 예능으로 변화를 했다. 특히 8주째 수요예능 최고 성적표를 받아낸 <살림남2>는 이런 변화를 통해 시즌1의 저조한 성적에서 벗어났다.

<살림남1>은 <미우새>처럼 스튜디오 토크를 기반으로 한 관찰 예능이었다. 웬만한 주부보다 훨씬 야무진 남자 연예인들이 살림 솜씨를 놓고 일종의 대결을 벌인 경연의 장과 같았다. 이를 통해 살림의 팁도 배우고, 고정된 성역할에서 벗어난 남자들의 존재를 통해 부러움, 신기함 등의 판타지를 마련하려고 했다. 함께 사는데 왜 남자가 집안일을 돕는다고 표현하는지 모르겠다는 봉태규의 한마디는 이 예능의 슬로건과 같았다. 그리고 웃음은 살림을 전혀 모르는 또 다른 남자 출연자들의 엉뚱한 살림 솜씨와 좌충우돌 성장 스토리에서 뽑았다.

그런데 이런저런 부러운 가재도구를 펼쳐놓고 살림 실력을 뽐내는 것이 재밌을 리가 없었다. ‘남자가 살림을 잘한대’라는 신기함은 동이 트면 금방 증발되어 버리는 이슬 같은 호기심이었다. 살림의 팁을 얻는 것도 한 두 번이다. 우리네 일상과는 거리가 먼 모습, 살림남의 이미지를 위해 꾸며진 듯한 에피소드들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사기에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지금 한창 방영중인 <살림남2>는 시즌제라며 프로그램명을 그대로 쓰고 있지만 스튜디오 토크쇼를 기반으로 김승우, 봉태규 등이 함께했던 시즌1과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다. 17세 차이의 연상연하 부부 미나 류필립, 3대가 함께 사는 뮤지컬 배우 민우혁과 쇼호스트 이세미 부부의 집, 부모님을 모시고 딸 수빈과 함께 지내는 왕년의 스타 김승현 등 엄청 잘나가는 유명 연예인의 일상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사람 냄새가 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함께 알콩달콩하게 살아가는 행복한 가정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전환됐다.

손녀가 달아준 카네이션 하나에 감동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남자들이 주로 살림을 도맡은 집안의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서글서글한 관계, TV에서 아니면 볼 수 없는 17년차의 연상연하 부부의 일상 등 이런저런 집안 식구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남자의 살림 솜씨를 뽐내는 것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방향을 돌리고, 남자가 아니라 가족 단위의 에피소드를 통해 웃음과 공감에 주목한다. 사실상 프로그램명은 모두 다르고, 기획의도도 저마다지만 SBS <동상이몽2> 등과 출연자들만 다를 뿐 별반 차이가 없는 일반적인 가족예능이다.



오히려 기획이 두루뭉술해지고, 드러내던 남녀평등 사상은 슬쩍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유행에 슬쩍 편승했다고 보는 편이 가까운데, 반응이 달라졌다. 그 이유는 <살림남> 시리즈가 애초에 잡고 싶었던 타깃인 중년 주부 시청자의 기호에 훨씬 직접적으로 가깝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남자 출연자들이 나누는 스튜디오 토크쇼는 팽현숙, 최양락 부부가 티격태격하는 부부의 만담으로 코멘터리를 대신해 주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높이고, 안 그래도 살림 사느라 지치는데 다른 사람 살림 자랑을 보여주기보다는 TV에서 볼법한 신기한 에피소드 속에서 행복한 가족의 모습, 살아가는 특이하지만 가족 간의 애정, 부정, 부부간의 사랑 등과 같은 보편적인 정서를 담아내면서 모두가 훈훈해지는 한 시간을 꾸린다.

<살림남2>는 이러한 익숙함으로 주력 시청자층을 끌어안았다. 출연진들의 속 깊은 마음과 정말 집이나 이웃에서 볼 수 있을법한 캐릭터들이 주는 친근한 일상성이 세상에 저런 남자가 있냐는 ‘요즘 남자’에 대한 환상보다 더 큰 관심과 재미로 받아들여진 케이스다. <살림남2>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지만 <라디오스타>나 <한끼줍쇼>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뱅뱅 이론 같은 예능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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