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자극으로 흐르지 않는 이유[대담2]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세상은 넓고 고민은 많다(?) 그 많은 고민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들어줌으로써 더 이상 고민이 아니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토크쇼가 있다. 바로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다. 최근 들어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토크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이처럼 훈훈하고 가족적인 일반인 출연 토크쇼는 발견하기 힘들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사랑방 분위기를 만들어낼까. 이예지 PD를 만나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의 제작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대담: 이예지 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덕현: 요즘 어디서나 사연의 진위가 문제가 되곤 하잖아요? 출연자들을 섭외할 때 특별히 검증하는 절차라든가 방법들이 따로 있나요?

정석희: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 사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섞인 출연도 문제가 되곤 해요. 그런 건 어떻게 차단하나요?

이예지: 사연을 받고 섭외를 했을 때 출연자가 무조건 자기 혼자만 출연하겠다고 하면 그건 검증이 안 되기 때문에 출연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특별히 비주얼적인 측면이나 현장에서 테스트가 가능한 고민이라면 혼자 나와도 상관없겠지만요. 이를테면 ‘H컵녀’ 박은아 씨 같은 경우죠. 그러나 웬만하면 눈으로 보이는 고민보다는 관계 속의 고민을 많이 다루고 싶어요. 예를 들어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고민과 거기에서 파생된 또 다른 제 3자의 고민을 다루는 식이죠. 식구들이 나와서 함께 수다를 떨 듯 증언해 줄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사연을 우선 택하고 싶고요. 스타가 아닌 일반인이어서 좋은 점이라면 저희 프로그램 작가들과 출연자들이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출연자들이 밝아져서 돌아가는 게 기분 좋은 일이죠. 인간은 누구나 고민을 안고 살아가잖아요. 단지 여느 사람들은 남에게 표현하지 않고 아닌 척 살아갈 뿐이죠. 저도 6살, 4살의 어린 아이들을 키우며 육아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부이자 엄마에요. 저 또한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이해 받고, 위로 받고, 공감하고 있습니다.

정덕현: 다음에서 녹화 당일 생중계를 해주고 있죠. 국내에선 유일한 시도이지 싶은데요.

이예지: 현재 녹화가 일요일에 진행되고 있어요. 왜냐하면 출연자들이 일반인이기 때문에 주말을 포기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야지 가족들이 다 나오실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인터넷 생중계 참여도는 휴일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게 좀 아쉽습니다. 딱 한번 사정 때문에 금요일에 녹화를 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는 확연히 다르더라고요. 새로운 시도니까 시간이 흐르다보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얼마든지 나오리라고 믿어요. 이미 기술적인 오류라든가 문제점은 파악이 되고 있거든요. 공개 녹화는 저희 프로그램의 ‘진실’을 좌지우지하는 부분이라 끝까지 고수할 것이고요. 그런 점에서 다음의 생중계가 우리와 뜻을 함께 한다고 볼 수 있겠죠.

정석희: KBS 예능이라면 좀 올드하리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요. 세트도 색다르고 특히 자막이나 폰트들이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아기자기하니 예쁘다고 느꼈어요.

이예지: 그거 알아봐주시는 분 별로 없었는데요. (웃음) KBS에 ‘자막의 여왕’이라 불리는 분이 계세요. <스폰지> 하면 떠오르는 궁서체라든가 <해피선데이>‘1박2일’ 로고가 그 분 작품이세요. 이정신 씨라는 분이신데 지금은 저희 것을 마지막으로 KBS를 떠나셨죠.



정덕현: 세트 구조가 참 특이합니다. 마치 주발같이 생겨서 모두가 그 안에 담겨져 있는 것처럼 보여요. 따뜻하고 안락한 느낌을 줍니다.

이예지: 원래 기획 의도는 대학로 소극장 느낌이었어요. 반드시 객석위주의 세트일 것, 객석과의 거리는 최대한 좁히는 게 숙제였죠. 또 MC와 객석 사이를 이을 구름다리도 꼭 필요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한 자리에 있는 느낌을 원했으니까요. 그래서 미안하게도 사실상 스텝들의 자리는 마련할 수가 없었습니다. 객석 사이사이에 숨어있을 수밖에 없으니 결국 스텝들에겐 최고로 불편한 세트인 셈이죠.

정석희: 요즘은 부모 자식 간에 고민을 털어놓고 속 깊은 얘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진지하게 서로 속내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저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되더군요. 사람의 고민이라는 게 차이는 있어도 알고 보면 다 고만고만한 거니까요. 왜 나는 내 아이와 저런 얘기를 하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바로 이런 부분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지 싶어요.

이예지: 저희 어머님은 우리 프로그램이 마치 ‘뉴스’를 보는 것 같다고 하세요. 처음엔 무슨 말씀인가 했죠. 어머님은 인터넷을 전혀 모르는 분이시니까 여기 등장하는 고민들이 다 놀라우신 거예요.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냐면서 말이죠. 예를 들어 '몸종 남편'이나 ‘두 얼굴의 아내들’을 보시며 옛날 엄마들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렵게 달라진 현실에 놀라시는 겁니다. 여자 같은 남자들, 남자 같은 여자들을 보면서도 많이 신기해하셨어요. 그리곤 나중에 ‘꼭 뉴스 본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정석희: 어르신들께는 이런 신기한 고민들이 뉴스처럼 다가오는군요. 하기는 그러네요. 모르고 사셨던 것들을 새롭게 알려드리는 거니까요.

이예지: 네. 어머님께서 이 프로그램을 뉴스라고 표현하시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시대상을 보여드린다는 의미로 보면 좋겠죠? 저는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제 자신이 많이 진지해진 걸 느껴요. 저희가 하는 일이 비록 사회에 큰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다는 부분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살린다면 세상의 쓴 소리를 이렇게 저렇게 담아서 보기 좋게 내뱉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너희는 왜 솔루션을 안 해줘?’라는 질문도 종종 받는데요. 현대인들에게는 누구나 마음의 병이라는 게 있잖아요. 스트레스 받았을 때 수다로 치유 받는 것처럼 마음의 병을 얻은 사람들이 치유 받고 그래서 다시 기분 좋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기인열전은 결코 아니거든요.



정덕현: 아무래도 '커밍아웃'이 갖는 힘이 있을 겁니다. 고민을 털어놓는 순간 자신의 것이 아니라 타자화되는 부분이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고민을 나누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힘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들이 좀더 많이 알려지고 부각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프로그램이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인데, 이걸 그냥 일반인들이 나와서 하는 토크쇼라는 인식으로 치부하기에는 좀 아까운 것 같습니다.

이예지 : 제 양가 어머님들을 보면서 사연 접수를 인터넷 게시판으로만 받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이 있으신 어르신들도 많으실 텐데 그분들은 인터넷은 하실 수 없으시잖아요. 우체통을 비치해둘 공공장소를 섭외했으면 좋겠는데,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고민 좀 해봐야 되겠어요.

epilogue
기존의 스타 중심 토크쇼와는 차별화 된 당찬 시도로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한 이예지 PD. 기 센 네 명의 MC들이며 백 명이 넘는 방청객을 이끄는 입장인지라 다소 터프한 이미지일 줄 알았더니 예상과 달리 황토색 재킷과 검정 스키니 진을 입고 나타난 그녀는 마치 커피 광고에 나올 법한 세련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사근사근한 말씨와 떠나지 않는 밝고 건강한 미소, 왜 이 프로그램에서 그처럼 따스함과 경쾌함이 느껴졌었는지 비로소 알 것 같다.


대담 : 이예지 PD,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 : 정주연 기자
사진 : 정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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