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가득한 ‘예쁜 누나’, 그래도 건져낸 보석 같은 배우들

[엔터미디어=정덕현] 해피엔딩에도 이렇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드라마가 있을까.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결국은 그 긴 고구마 터널을 지나 다시 윤진아(손예진)와 서준희(정해인)가 사랑을 시작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이 예쁜 커플의 이야기에 심정적 지지를 보냈던 시청자들은 그래서 더 컸던 후반부의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렇게 된 건 ‘스토리의 빈약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애초 드라마가 포착해낸 ‘사랑의 지점’과 그것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그 드라마가 하려는 지향점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만한 관점이었다. 그래서 윤진아와 서준희가 답답한 사회적 통념들 속에서도 두 사람만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피워나가는 걸 지켜보며 아낌없는 지지를 해줬던 것.

하지만 좀체 속 시원하게 바뀌지 않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면서 이야기는 ‘사귀는 걸 반대하는 속물 엄마’와 ‘용기를 내서 바꾸려 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 앞에서 번번이 요령부득의 모습을 보였다. 만일 후반부에 이 드라마가 애초에 기획 방향을 잡았던 사적 멜로와 사회적 사안들의 접점을 제대로 풀어냈다면 ‘멜로드라마의 신기원’이 되었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아쉬움의 목소리도 더 큰 것이겠지만.



대본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가 건져낸 건 보석 같은 배우들이었다. 아마도 이 드라마 최고의 수혜자는 정해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앳된 외모 때문에 신인처럼 보여도 사실은 2014년부터 꽤 많은 작품에 출연해온 정해인은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히 대중들의 눈도장을 찍었다고 보인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정해인이 돋보였던 건, 대본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가 연기한 서준희라는 캐릭터는 누구든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나이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인물. 소년 같은 얼굴을 갖고 있지만 든든함이 느껴지는 그 면모에 시청자들은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후반부의 지지부진한 스토리 때문에 심지어 그 캐릭터가 ‘민폐녀’가 되어버렸지만 이를 연기한 멜로의 여왕 손예진의 명성은 다시 한 번 인정해야 될 듯싶다. 여전히 소녀 같은 설렘을 주는 멜로 연기도 돋보였고, 일과 사랑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 점도 주목할 만했다. 꽤 오랜 만에 드라마로 돌아왔지만 그 시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모습은 손예진이라는 배우의 남다른 저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안판석 감독의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이 작품에서 주목할 건 꽤 많은 조연들이 반짝반짝 빛났다는 점이다. 윤진아의 절친으로 나왔던 서경선 역할의 장소연이 그렇고, 직장동료로서 직장 내 부조리와 함께 싸워나갔던 금보라 역할의 주민경, ‘예쁜 누나’보다 ‘멋진 언니’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정영인 역할의 서정연, 윤진아의 경쟁자로 제대로 나섰던 강세영 역할의 정유진이 그렇다.

또 대표이사인 조경식 역할의 김종태, 윤진아의 아버지 역할로 나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오만석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대본은 실로 아쉬웠지만 보석 같은 이들 배우들의 연기는 박수 받을 만했다. 앞으로 다른 작품에서도 그 연기들을 다시 볼 수 있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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