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의 마법사’ 종영과 ‘두니아’ 전격 편성을 높게 사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 <일밤 - 오지의 마법사>가 종영했다. 아, 물론 다음 시즌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기약 없이, 그리고 별다른 인사 없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6월 4부작 파일럿으로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오지의 마법사>는 당시 유행하는 여행 예능, 욜로 등의 열풍과 맞닿은 정서가 있었다. 제목에 ‘오지’를 언급했던 만큼 다른 여행과 달리 오지로 여행을 떠난다는 점이 포인트였다. 낯선 여행지(오지)에서 72시간 이내에 정해진 목적지로 가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미션을 수행하는 무전여행 콘셉트로, 모험과 힐링을 두루 찾는 여행을 추구했다. 또한 김수로, 김태원, 윤정수, 최민용, 엄기준 등 출연자 면면만 보더라도 아저씨 감성이 가득한 아웃도어 콘텐츠였다.

그러다 일요일 저녁 정규편성 되면서 오지에서의 무전여행 콘셉트는 조지아, 시칠리아, 캄차카 반도, 스리랑카, 에스토니아 등과 같은 비교적 낯선 여행지에서 현지인과 정을 쌓는 배낭여행 콘셉트로 전환됐다. 출연진에도 변화가 있었는데, 김수로, 윤정수를 두 축으로 팀을 나눠 진행했고, 원년멤버인 엄기준, 김태원과 새로 합류한 김진우, 돈 스파이크 등등의 멤버들이 <정글의 법칙>처럼 매번 새롭게 팀을 꾸려서 여행을 떠나면서 넓은 의미에서 한 가족이 되었다.



오지여행이든, 배낭여행이든, 무전여행이든 그 스타일의 변화와 상관없이 현지인들과 정을 쌓고 방송이 아니면 쉽게 볼 수 없을 세상의 다양한 풍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이 갖는 매력과 가치는 분명 있었다. 또한 최소한의 성과라 할 수 있는 5%대의 고정 시청률도 확보했다. 이처럼 완전한 실패라고 할 수 없음에도 1년 만에 종영을 결정하게 된 것은 변화를 위한 진짜 모험을 떠나기 위함이다.

요즘 예능 시청자들 입장에서 볼 때 <오지의 마법사>는 다소 작위적인 볼거리와 정서를 갖고 있다고 느껴질 여지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출연진부터 설정과 볼거리 모두 <남자의 자격> <뜨거운 형제들> <패밀리가 떴다> <정글의 법칙> 등등의 유사 가족 커뮤니티라는 예스런 리얼버라이어티의 거푸집으로 만들어낸 예능이기 때문이다.

최근 <나물 캐는 아저씨>가 같은 누를 범한 바 있는데, 큰 형님을 중심으로 가족의 역할을 나눠 맞는, 그것도 남자들 위주로 꾸려지는 리얼버라이어티의 캐릭터쇼는 더 이상 새로울 것도 기대할 것도 없는 진부한 설정이다. 진행될 이야기의 방향과 전달할 감성이 굳이 지켜보지 않아도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라서, 이제는 리얼버라이어티를 내세우더라도 너무나 한계가 명확한 스튜디오 버라이어티쇼와 다를 바가 없다.



<오지의 마법사>는 리얼한 여행임을 강조하지만 방송이기에 가능한 트래킹 코스와 환대가 뒤를 따른다. <배틀트립> 류의 시청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 콘텐츠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윤식당> 류의 콘텐츠도 아닌, <하룻밤만 재워줘>처럼 미리 연출된 현지인들과의 우정 나누기와 같은 방송용 볼거리와 설정에 의존하는 기초적인 리얼리티에서 머물고 있다고 보는 이유다. 이처럼 소통과 몰입의 여지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슈나 관심이나 신선함을 지난 1년간 만들어내지 못했다.

색다른 여행지를 찾아가는 여행예능임에도 문화적으로 식견을 넓혀준다거나 체험이 가능한 현실적인 접근보다는 지상낙원으로 표현하거나 현지인들과 나누는 우정에 포커스를 맞추는 볼거리와 감성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보니 스토리라인이 작위적이다. 늘 고난을 마주하지만 현지에서 가족의 정을 나눌 친구를 만나 어려움을 돌파한다. 마지막 방송에서처럼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핀란드 가구 편집매장이나 이탈리아 매장을 구경한 다음 얼음물 수영대회에 참가하는 것처럼 극히 이벤트성 방송 볼거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재미를 생산한다. 어쨌든 여정을 함께하면서 출연진들은 서로에 대한 우정과 애정이 분명 쌓이겠지만, 이런 식의 속이 훤히 보이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예고하듯 드러내면 아무래도 식상할 수밖에 없다.



흥미롭게도 후속작 <두니아>는 지난 10년간 예능을 지배한 리얼 버라이어티의 흐름에 반기를 든 극화된 예능이라 한다. 가장 일반적인 리얼버라이어티의 작법에다가 유행하는 여행을 다룬 <오지의 마법사>와는 전혀 달리, 게임사와 방송사가 합작하는 게임 기반의 새로운 예능이다. 김예분의 <달려라, 코바> 이후 정말 오랜만에 예능과 방송이 전격적으로 만난 셈이니 어떤 이유로든 기대가 된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오지의 마법사>는 사실 굳이 지금 종영하지 않아도 됐다. 그럼에도 없애고 <두니아>를 전격 편성했단 점을 높게 산다. 현실에 안주하며 2류로 남기보다 다음 패러다임에 도전하려는 용기다. 넷플릭스의 <범인은 바로 너>도 그렇듯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은 이제 다큐에서 드라마(영화)로 넘어가는 중이다. 나영석 사단이 개발한 예능의 스토리텔링 작법이 일상화된 지도 5년이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확실한 건,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위해선 지금까지의 캐릭터쇼 기반의 예능과 결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지의 마법사>의 종영과 <두니아>의 기획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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