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꽃미남 라면가게’, 꽃미남은 미끼에 불과하다
기사입력 :[ 2011-11-18 15:33 ]


- ‘꽃미남’보다 ‘라면’에 주목하는 이유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tvN <꽃미남 라면가게>. 제목에는 ‘꽃미남’을 앞세우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꽃미남 라면가게’가 아니었다. 구석구석 양은비(이청하)의 부친 양철동(정인기) 씨의 손때가 묻어있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은비 분식’이었을 뿐. 6회 말미에 이르러서야 양철동 씨의 유지를 이어 받은 꽃미남 셰프 최강혁(이기우)을 필두로 서로 다른 사연을 지닌 차치수(정일우), 김바울(박민우), 우현우(조윤우)가 의기투합했고 비로소 ‘꽃미남 라면가게’의 출발이 예고됐는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꽃미남’이 아니라 ‘라면’이어야 옳지 싶다.

이미 몸에 유익하지 않은 음식으로 낙인찍힌 라면 따위가 무에 대수라고 주목까지 하겠느냐 반문 할 수도 있겠지만 양철동 씨가 지난 25년간 한 자리에서 주야장천 끓여온 라면은 단순히 라면이 아니라 헛헛한 아이들의 속을 뜨끈히 데워준 영혼의 음식이었으니까.

겉보기는 ‘은비 분식’ 만큼이나 후줄근해 보였어도 실은 양철동 씨는 젊은 시절 일본에서 요리 공부를 한 숨은 인재라고 한다.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고수처럼 실력과 명성을 감춘 채 변두리 고등학교 앞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었던 것. 따라서 그가 격변의 사춘기 소년들에게 제공해온 라면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양은 냄비에 끓여낸 인스턴트라면만은 아니었을 게다.

그렇다고 물론 일본 정통 라면이었을 리도 없지만 비교적 값싼 우리네 시판 라면이 주재료이긴 해도 뜨끈한 국물에 대한 그의 긍지가 남달랐던 만큼 소울 푸드 역할을 해줄 어떤 노하우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맛뿐만이 아니라 음식에 담긴 정서며 철학에서도 말이다. 한때 자폐아였던 강혁도 그가 끓여준 라면을 먹고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게 되었다고 하지 않았나.

모양새는 뭍 여성의 가슴을 설레게 할 꽃미남들이지만 이제 새롭게 문을 열 ‘꽃미남 라면가게’의 멤버 네 사람은 모두 강혁처럼 나름의 속사정을 지니고 있다. 목사 집 장남인 바울도 알고 보면 허울 때문에 입양된 외로운 아이이고 현우 또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졸지에 오갈 데조차 없어진 딱한 처지가 아니던가.





그리고 굴지의 식품회사 차성기업의 외아들로 세상 부러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으나 강혁의 말마따나 집 냄새, 밥 냄새, 엄마냄새가 도통 나지 않는, 왠지 쓸쓸한 기운이 감도는 녀석 치수가 있다. 치수는 양철동 씨가 마주치자마자 ‘모처럼 라면 한 그릇 먹이고 싶은 싹퉁머리를 만났는데 못 먹여서 아쉽다’라고 했던 가슴이 냉한 아이다. 그처럼 누군가의 따스한 정이 필요한 인물이지만 반면 배려라고는 모르고 싸가지 없기로는 대한민국 최강일 차치수가 ‘라면’을 매개체로 어떻게 달라질지, 그 점이 바로 관전 포인트가 아닐지.

그런가하면 구질구질한 라면 가게가, 아버지의 라면에 대한 집착이 하도 지긋지긋해 대학 진학 후엔 ‘은비 분식’ 쪽으론 발걸음도 하지 않았던 은비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아버지의 철학을 이해하고 그리워하게 된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사는 거야. 그럼 좀 손해는 봐도 비겁하지 않게 살 수 있어. 이 아버지처럼.” 편안한 삶에 안주하고자,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가고자 교사직에 연연해 봤으나 어쩌겠나, 그녀는 뼛속까지 양철동 씨의 딸인 것을. 아버지의 라면이 예사 라면이 아니었음을 어슴푸레 깨닫기 시작한 은비가 자신의 아버지를 정신적 지주로 여기는 강혁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라면에 담겨져 있었던 철학을 이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솔직히 <꽃미남 라면가게>가 시작될 때만 해도 그저 순정만화이겠거니 하는 심드렁한 시선으로 지켜봤다. 어차피 허무맹랑한 이야기인 것을 고등학생이 오픈카를 몰고 다니는 게 말이 되느니 안 되느니, 머리며 옷차림이 당치도 않다느니, 게다가 교생선생과의 연정이라니 어처구니없다며 토를 달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는 생각이었다.



허나 양철동 씨의 라면이 단순한 라면이 아니듯 알고 보면 이 드라마 역시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만화 같은 얘기만은 결코 아니다. ‘이상의 꽃이 없으면 쓸쓸한 인간에 남는 것은 영락과 부패뿐이다‘라는 민태원의 ’청춘예찬‘의 한 구절이 연상되는 양철동 씨의 철학이 깊게 배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꽃미남은 손님을 끌기 위한 일종의 미끼일 뿐 이 드라마의 진정한 중심축은 양철동 씨가 지켜온 따스하고 넉넉한 진심에 있다고 본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꽃미남 넷과 은비가 질풍노도의 청소년들에게 어떠한 마음을 담아 라면을 끓여낼지, 그리고 그들 자신은 과연 어떻게 바뀔지, 그것이 궁금하다. 그리고 그 라면의 맛도.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그림 정덕주


[사진=tvN]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