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연예대상, 줄 사람 없다고?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2011년 KBS 연예대상 시상식은 아직 40일 정도 남아 있다. 하지만 이맘때면 유력한 연예대상 후보감이 떠오르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KBS를 포함한 방송 3사의 연예대상은 강호동과 유재석 이경규, 이 세 사람이 나눠가졌다. KBS에서는 ‘개그콘서트’의 ‘달인’으로 성실과 노력이라는 가치를 보여준 김병만을 3년 연속 대상후보로 포함시켰지만 수상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지난해 KBS 연예대상 수상자 이경규는 올해는 수상하기 힘들 것 같다. 올해는 그가 KBS에서 유일하게 출연하는 예능물 ‘남자의 자격’에서의 활약이 돋보이지 못한데다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대중의 관심에서 많이 멀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1박2일’을 이끌었던 강호동은 연말까지 함께 했다면 대상 수상이 가장 유력했다. 지난 9월 TV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해도 대상 후보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을 주는 KBS쪽도 강호동을 수상자로 선정하기가 쉽지 않고, 잠정 은퇴한 상태인 강호동을 시상식 현장에 나오게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강호동 카드는 실현성이 낮다. 하지만 강호동에게 대상을 주면 ‘대반전’ 효과가 나타난다.

‘해피투게더’ 메인 MC인 유재석은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대상 수상이 점쳐질 수도 있지만 참신한 맛은 별로 없다.
 
KBS의 예능 관계자에게 올해 연예대상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더니 “앞으로 한 달여동안 돋보여 어필하는 사람이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말은 아직 줄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강호동 유재석 이경규 등 ‘형님급’ MC와 김병만 이승기 이수근 등 ‘동생급’ MC, 개그맨 중 누구를 선정해도 아쉬움이 남는다.
 
동생급 중에서 가장 유력했던 예능인은 김병만이었다. 3년 11개월간 방송된 ‘달인’을 ‘개그콘서트’의 킬러콘텐츠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지금은 ‘개콘’이 애정남과 사마귀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 생활의 발견 등 적지 않은 코너들이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고 있지만 그렇게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달인’만은 완성도와 긴장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니까 작년이나 재작년 김병만에게 연예대상을 줬어야 했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올해는 최근 김병만에게 변수가 생겼다. 지난 13일 ‘달인’ 코너가 문을 닫았고 SBS ‘정글의 법칙’에도 출연하고 종편인 jTBC에서도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 이런 변화는 KBS예능대상과는 관계가 없다. KBS는 자사 예능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좋은 반응을 얻었는지를 체크하고 평가하면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 그렇다.
 
KBS는 김병만에게 올해 예능대상을 주기도 힘들고, 안주기도 힘들다. 안주면 역시 “KBS에 미운 털이 박혔구나” 하고 받아들일 것이고, 주면 “집 나간 애한테까지 대상 줄 필요 있나”는 내부 정서에 직면하게 된다.


 
이수근은 KBS에서 ‘1박2일’ ‘승승장구’ ‘청춘불패2’ 등 무려 3편에 MC로 출연하고 있다. KBS 기여도도 단연 높다. 하지만 진행하는 프로그램 수로 대상을 주지는 않는다. 그건 다작(多作)상이다. 끊임없이 작은 웃음을 만들어내는 MC로는 이수근만한 예능인이 없지만 대상을 수상하기에는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다.
 
이승기는 ‘1박2일’에서 ‘강호동 공백’을 잘 메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승기에게 대상 수상은 아직 이르다는 반응도 많다.
 
따라서 올해 KBS 연예대상은 ‘개그콘서트’나 ‘1박2일’과 같은 단체에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MBC가 2007년 연예대상을 ‘무한도전’과 이순재에게 공동으로 준 적이 있지만 KBS는 단체에 대상을 준 적이 없다.
 
하지만 특정 개인에게 주기 힘들다면 KBS 예능을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해온 ‘개콘’과 ‘1박2일’에게 대상을 주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하다. ‘1박2일’은 멤버들이 고른 활약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없지는 않겠고, ‘개콘’에 주면 힘들게 개그를 짜는 많은 KBS 개그맨에게 용기와 사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
 
특히 요즘 한 국회의원의 개그 같은 실제 상황에 직면해 개그 하기에도 힘들어죽겠는데 엉뚱한 일로 신경을 써야하는 사마귀유치원의 최효종이 있는 ‘개콘’에 준다면 상징성도 있을 것 같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wp@heraldm.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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