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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가 어딘데??’, 연출·발상·캐스팅 딱 맞아떨어졌다
기사입력 :[ 2018-06-06 13:31 ]


‘거기가 어딘데??’, 흥미로운 극한 예능이 나타났다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KBS 새 금요 예능 <거기가 어딘데??>은 얼핏 보면 새로움보단 진부한 구석이 훨씬 많다. KBS <1박 2일> 출신 유호진 PD의 또 하나의 생고생 야외 버라이어티, 살벌한 환경을 강조하는 극한 예능, 멤버 전원이 남자인 남초 예능 등 뻔한 요소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극한 예능의 장기 흥행 기록을 써나가는 SBS <정글의 법칙>이 한 시간 일찍 방영되는 것도 불리한 지점이다.

하지만 첫 회를 내보낸 <거기가 어딘데??>는 이 많은 불안 요소를 극복할만한 또 다른 매력으로 가득하다.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도 일치된 호평을 내놓았다. 정석희 평론가는 뻔한 캐릭터까지 달리 보이게 만든 연출의 힘을, 김선영 평론가는 기존의 극한 예능과 다른 길을 가는 역발상을, 이승한 평론가는 “전원이 남성이라는 갑갑함을 잠시 접어놓고” 보는 멤버 구성의 흥미로움을 관전 포인트로 짚었다. 적어도 출발만큼은 성공적인 듯 하다.



◆ 예능이 연출의 예술임을 증명하다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다는 출연자와 제작진이 의기투합했다. 빤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기다려온 시청자에겐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정말 새로울까? 어차피 남자들끼리의 극한 여행이 아닌가. SBS <정글의 법칙>이나 MBC <오지의 마법사>와 흡사하지는 않을까? 가재(?) 눈을 뜨고 지켜볼 밖에. 우선 멤버 조합이 돋보였다. 자의반 타의반 리더가 된 지진희를 필두로 차태현, 조세호, 배정남 등 모두 독하지 않은 정감 가는 사람들이었다. 책임감이 남다른 맏형부터 천둥벌거숭이 막내까지, 스스로 갈등을 유발할 리 없고 그렇다고 촌스럽게 갈등 설정을 더할 유호진 PD도 아니고, 이제 맘 편히 볼 일만 남았다. 온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닌 차태현 배우야 두 말 할 것 없지만 지금껏 여느 예능에서 가벼운 캐릭터로 소비되어온 조세호와 배정남도 이 프로그램에서는 진중하니 달리 보인다. 역시 예능은 ‘누구, 어디, 무엇’보다는 연출이 우선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예능 프로그램은 연출의 예술이다.



섭씨 43도에 습도는 0, 건식 사우나를 떠올려 보라는데 도무지 상상이 아니 된다. 작열하는 태양은 물론 체온을 웃도는 모래 바람과 찌는 듯 뜨거운 지열을 견디며 묵묵히 걸어야 한다. 하지만 걷고 또 걸어 봤자 나무 한 그루 없는 광활한 모래사막이 아니겠나. 카메라 온오프와 상관없이 현장은 그대로다. 피할 곳이 없다. 그야말로 자신과의 싸움. 그들은 이 후퇴 없이 전진만이 가능한 극한 체험을 통해 뭘 배웠을까? 멤버들은 각자 주어진 역할을 잘 해냈을까? 그들과 함께 했던 베두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걸까? 물음표가 마구 생긴다. 본격 탐험의 시작되는 다음 회가 기다려진다. 일단 출발은 성공!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비울수록 채워지는 역설적 여정의 매력

“등반은 정상이라는 목표가 있는데 사막 탐험은 목표랄 게 있을까요?” 탐험대 출범식에서 첫 탐험지가 사막이라는 얘기를 들은 배정남은 아무도 예상지 못한 질문을 던진다. 연출자 유호진 PD는 여기에 ‘우리 탐험은 고전적 스타일인 횡단’이라고 답한다.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을 벗어나는 순간이 곧 여정의 끝이 된다. 이 잠깐의 문답은 <거기가 어딘데??>가 기존의 ‘극한 예능’과 어떻게 다른 길을 갈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동안 리얼리티 예능이 주류가 되면서 소위 ‘날 것’을 강조하는 극한 예능의 흐름은 군대, 정글, 감옥 등 점점 더 살벌한 환경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거기가 어딘데??> 역시 장소만 생각하면 “갈 데까지 가버린” 극한 예능의 끝판왕처럼 보인다. “예능하면서 죽는다는 얘기 이렇게 많이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는 차태현의 말이나 ‘생고생’을 강조하는 자막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부분의 극한 예능이 환경을 수많은 난관과 장애물로 가득 채우며 독한 생존게임의 여정을 그려나가는 것과 달리, <거기가 어딘데??>는 유호진 PD의 답처럼 ‘텅 비어있는’ 사막을 그저 건너는 것이 전부다. 이를 설명하는 결정적 이미지가 바로 티저 영상 속의, 광막한 사막과 걸을수록 점으로 멀어지는 멤버들의 모습일 것이다. 사람이 작아질수록 주변의 자연은 점점 커지는 역설의 풍경. 여행예능으로서의 볼거리도, 극한 예능으로서의 게임 같은 재미도 부족하지만, 그 점이 역으로 시청자들이 함께 ‘탐험의 의미’를 찾으며 여백을 채워가는 여정을 만들어준다. 물론 앞으로의 여정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93201 가지의 사건사고들” 예고처럼 기존 극한 예능의 극적 갈등을 연상시키는 지점도 있다. 부디 초반의 지향점처럼 뻔하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예능이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안전한 보편에서 반 발짝 더 들어가는 조세호의 재발견

또 전원이 남성이라는 갑갑함을 잠시 접어놓고 보면, <거기가 어딘데>의 멤버구성은 퍽 흥미롭다. 이미 유호진 PD와 <1박 2일>을 함께 했던 차태현이나 의욕과잉과 나른함이 기괴하게 조합된 배정남처럼 익숙한 캐릭터도 반갑고, 진지하게 열변을 토하다가 금세 제 말을 번복하는 지진희처럼 좀체 예능을 안 하던 뉴페이스도 신선하다. 이 중 가장 시청자와 공감하기 쉬운 멤버는 조세호일 것이다. 사막으로 탐험을 떠났다가 혹시 제 이름 뒤에 붙은 연표(1982 ~ )의 끝이 ‘2018’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다가, 멤버들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밤마다 토크박스와 넌센스 퀴즈, 촛불의식을 마련하겠다며 전형적인 한국 수학여행 레크리에이션 코스를 브리핑하는 조세호의 모습은, 멤버들 중 가장 보편의 반응을 대변한다. 프로그램의 제목 또한 조세호가 얼결에 남긴 명언인 “모르는데 어떻게 가”느냐는 말에서 따온 흔적이 선명하다. 모르는 곳은 갈 수 없으니 대체 거기가 어디냐고 묻는, 가장 보통의 한국인.



그러나 조세호는 그 안전한 보편에만 머무르는 대신 딱 반 발짝 정도 더 걸어 들어간다. 한국 예능이 낯선 땅에 촬영을 하러 갔다가 무심코 저지르는 무심한 결례를 피하기 위해, 조세호는 세심하게 상대와 친교를 쌓아간다. 그는 탐험에 동행하기로 한 베두인팀 멤버 무함마드와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고, 다른 멤버들이 선뜻 따라하지 않는 코인사를 직접 배우려 먼저 다가갔다. 무함마드가 “사막에 들어가면 더워. 피부색이 까매질 거야.”라고 말할 때는 다소 걱정하는 티를 내다가도, 그가 “내 피부처럼!”이라 첨언하자 금세 웃으며 “아 그래? 괜찮아. 나 그거 좋아.”라고 답한다. 심지어 중동 지역의 불안정한 정치상황에 대해 멤버들이 걱정하자 조세호는 그 걱정에 공감하면서도 그 걱정의 이유를 “(우리가) 쓸데없는 것을 많이 봐서”라고 덧붙인다. 조세호의 말이 맞다. 모르는 데 어떻게 갈 것인가. 그래서 조세호는 최대한 그 땅을 호의를 가지고 알아가려 노력한다. 이런 태도가 계속 지속될 지는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첫 방송에서 보여준 조세호의 세심함은 퍽 반갑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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