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의 격전지에 ‘나 혼자 산다’가 살아남는 법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요즘 예능은 ‘불금’ 시대다. 한 주의 피로를 보내는 불타는 금요일 저녁에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예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능 평판도 관련 설문 1위를 놓치지 않는 <나 혼자 산다>와 금요일 밤 시청률의 제왕 <정글의 법칙>이 건재한 가운데, <두니아> 같은 실험적인 예능은 물론, 공중파 예능 중 가장 리얼리티가 뛰어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다, 시리즈 사상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비긴어게인2>을 넘어서 KBS2의 야심작 <거기가 어딘데?>, 유행하는 여행 예능이긴 한데 감성보단 교양에 방점을 둔 <선을 넘는 녀석들>까지 좋은 평을 받는 프로그램이 한두 편이 아니다.

그나마 청춘의 연애백서로 큰 인기를 누렸던 <하트시그널2>가 종영해 잠시나마 쉴 틈이 생길까 했는데, 이번 주부터 전 국민의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 <프로듀스48>가 새롭게 시작했다. 게다가 2주 후에는 나영석 사단의 <꽃보다 할배> 시리즈가 가세한다. 지금까지 나열한 프로그램들만 봐도 금요일 밤 예능의 면면은 4년에 한 번 오는 월드컵 열기도 식힐 만큼 위세가 대단하다.



그런 가운데 금요 예능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나 혼자 산다>는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태세다. 지난 1년간 <나 혼자 산다>는 시청률 10%를 훌쩍 넘기는 역주행을 했다. 소소한 일상을 기반으로 하는 관찰 예능 특유의 공감대 형성을 넘어서서, 기안84와 박나래, 한혜진과 전현무의 썸과 세 얼간이의 소동을 축으로 연예인의 삶을 엿보는 즐거움 이상의 재미와 스토리로 시청자들을 불러 모았다.

무지개 회원들이 뭉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볼거리와 제작진의 센스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은 커뮤니티가 단단해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그들의 일상에 몰입했다. 그 과정에서 실제 연인도 탄생하고 여행도 여러 차례 다녀오면서 끈끈함의 농도는 더욱 짙어졌고, 지금은 이러한 상승 국면을 거쳐 안정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시청자들의 관심과 열망도 어느 정도 냉정을 되찾으며 안착했다. 그러면서 과거 성장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상승 기류 이후 ‘폼’ 유지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앞에 마주하게 됐다.



이런 차원에서, 생소하고 어색한 기안과 한혜진의 조합을 내세운 것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모색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멤버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해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을 찾고, 기안84의 엉뚱한 캐릭터를 파고들어 웃음을 만든다. 다만, 그 방식이 <미운 우리 새끼>처럼 방송이니까 가능한, 방송을 위한 이벤트와 캐릭터를 활용한 설정이란 점이 눈에 띈다. 기안의 외모를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바꿔주는 메이킹오버나 전문 스튜디오에서의 프로필 촬영은 그간 <나 혼자 산다>가 추구했던 스토리라인이나 혼자 살기 콘셉트와는 거리가 먼, 자연스러운 방식이 아니다. 연예인이고 방송이니까 가능한 매우 기획된 볼거리에 가깝다.

물론, 설정이라고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기안84는 특이한 포즈와 믿을 수 없는 자기애의 발현으로 스튜디오에서 웃음을 빵빵 터트렸다. 톱모델에서 달심에서 겸둥이로 캐릭터를 확장시켜온 한혜진은 그간 보여준 적 없는 다정하고 의지가 되는 누나의 면모를 발휘했다. 그런데 이처럼 이야기 흐름이 정해진 이벤트와 캐릭터의 개인기에 기대는 볼거리들은 그 자체로 웃기지만 이런 에피소드들이 많이 쌓이다보면 출연진이 한창 친해질 때와 달리 예전 같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염려가 있다. 지난해 여름보다 시청자들의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고, 금요일 저녁에만 볼만한 예능이 한두 편이 아니니 외부 상황도 좋은 편은 아니다.



<나 혼자 산다>는 <무한도전>이 종영한 이래, 충성도 높은 시청자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예능이다. 지난주와 이번 주 방송이 모처럼 웃겼지만 약간은 허한 이유, 즐겁게 봤지만 최근 이야기가 맴돌고 제자리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이유가 바로 이런 차원에서 기인한다. 현재 방송 중인 어떤 예능 프로그램보다 세련된 감각의 제작진이 스토리텔링을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인 만큼, 그리고 지금까지 나름의 위기와 정체를 수차례 극복해온 만큼, 너무 늦지 않는 시기에 이번 주 성훈처럼 반가운 얼굴이나 새로운 수혈을 통해 적절한 변화를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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