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온마스’ 정경호·박성웅, 복고보다 케미 기대되는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이 제목이 무슨 뜻일까. 아마도 OCN 토일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를 접하는 시청자들은 이 낯선 제목이 먼저 궁금해질 법 하다. 그 제목은 BBC 원작에서 그대로 따왔다. 사고를 당해 과거로 간 형사의 이야기로, 그 낯선 시공간 속에서의 삶을 그런 제목으로 표현한 것.

타임리프라는 설정이 워낙 많이 다뤄지다 보니 <라이프 온 마스>에 겹쳐지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단지 복고와 형사가 등장하는 스릴러가 등장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tvN <시그널>이나 OCN <터널> 같은 작품이 떠오르고, 단지 복고적 장면만을 생각해보면 tvN <응답하라 1988>이 떠오른다. 마침 <라이프 온 마스>의 형사 한태주(정경호)가 간 과거가 1988년이라는 점이 더더욱 그렇지만, 그건 아무래도 우리가 흔히 주먹구구식 일처리를 얘기할 때 표현하곤 하는 ‘쌍팔년도’의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복고적 풍경들이 주는 아날로그적 정겨움이 마음을 잡아끄는 면이 있다. 가판대에 비치된 옛 잡지들이 그렇고, 예전 백화점의 풍경이 그러하며, 하다못해 TV 광고나 뒷골목 풍경들까지 복고적 감성을 끄집어낸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그저 복고나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 정도로 치부하는 건 그 진짜 재미를 상당부분 간과하는 일이다.



이 드라마의 진짜 재미는 캐릭터에서 나온다. 한태주는 ‘과학수사’를 해왔던 인물이다. 그가 쌍팔년도로 돌아가서 맞닥뜨리게 되는 건 여전히 머리를 쓰기보다는 몸을 쓰는 형사들이다. 현장에서 진을 치고 일일이 사람들을 만나 탐문수사를 하는 방식. 그런데 그 과학수사를 고집하는 한태주는 증거가 오염됐다는 사실을 굳이 법정에서 증언함으로써 연쇄살인범이 풀려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자신의 옛 약혼자가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되는 그 순간 총을 맞고 과거로 가게 된다. 과학수사를 고집하는 그가 쌍팔년도로 들어와 몸으로 부딪치는 형사들과 사건을 해결해가며 갖게 되는 미묘한 감정변화들이 흥미로워지는 대목이다.

그 쌍팔년도 수사를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강동철(박성웅)이다. 그는 과학수사 같은 건 모르고 오로지 자신의 육감을 더 믿는 인물. 그래서 용의자를 잡으면 심문이 아니라 일단 주먹부터 나가는 형사다. 그가 사사건건 한태주와 부딪치게 되는 건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때론 과학수사보다 육감과 주먹이 앞서는 강동철이 더 유용할 때가 많다. 확실한 용의자를 증거 운운하며 풀어줬다가 소매치기단으로 다시 나타나 시민을 중태에 빠뜨리는 사건이 벌어지게 되자, 강동철은 한태주의 수사방식을 나무란다. 하지만 그렇게 방식이 달라도 두 사람은 의외의 케미가 만들어지는 조합이다. 두뇌와 육감이 합쳐지면서 어떤 시너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흥미로운 인물은 윤나영(고아성)이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그는 성 차별이 일상화된 당대의 경찰서 풍경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자신도 멋진 경찰이 되겠다고 한 때는 마음을 먹었겠지만 그가 접한 현실은 경찰서에서 커피 타고 묵은 빨래를 해주는 ‘윤양’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윤나영이라는 인물은 의외의 반전을 선사하는 캐릭터다. 이 주먹구구식 쌍팔년도 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서에서 모두가 귀찮아서 떠맡고 있는 ‘수사 자료 정리’는 한태주의 관점으로 보자면 일종의 ‘프로파일링’의 자료들이 된다. 소매치기범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주는 무술 실력은 그가 이미 심리분석에 있어서도 또 현장에 있어서도 준비된 경찰이라는 걸 드러내준다. 성 차별적 시대적 풍경 속에서 그가 보여줄 짜릿한 사이다 반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라이프 온 마스>는 이처럼 복고적 풍경이 주는 정감에 서로 다른 캐릭터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수사의 묘미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여기에 매 회 등장하는, 한태주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는 이 유쾌 통쾌한 수사극에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까지 얹어주는 무게감을 선사한다.

워낙 원작이 탄탄한 작품이지만, 이를 우리 식으로 잘 토착화시킨 면도 주목된다. 마치 <응답하라 1988>의 한 대목을 보는 것 같은 복고적 감성들이 깔려 있고, 그 위에 <수사반장>이나 <살인의 추억> 같은 옛 형사들의 면면과 과학수사를 하는 현 형사의 조합이 더해진 결과다. 과거로 가게 된 한태주라는 형사의 모험담은 그래서 더더욱 우리 정서를 건드림으로써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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