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시그널2’, 드라마도 아닌데 어째서 엔딩에 집착하게 됐나

[엔터미디어=정덕현] <하트시그널2>는 채널A로서는 대단한 성과를 만들어낸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종편 채널로서 최근 들어 <도시어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존재감을 만들고 있는 와중에 이 프로그램은 이례적으로 시청자들이 찾아보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시청률도 2.7%(닐슨 코리아)로 낮지 않았지만, 화제성은 비드라마 부문 4주 연속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를 기록할 정도로 높았다.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서 최종회에 가까워지면서는 김현우와 오영주가 실시간 검색어에 계속 오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화제성이 높은 만큼 그 후유증도 만만찮다. 결과적으로 최종 선택에 있어서 김현우가 오영주가 아닌 임현주를 선택한 부분은 시청자들에게 놀라운 반전을 안겨줬다. 애초부터 오영주가 최종선택자라고 믿어질 만큼 김현우가 그간 해왔던 모습들과는 상반된 선택을 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보통 엔딩의 문제는 특히 드라마에서 두드러진다. 잘 나가던 드라마가 해피엔딩이 아닌 새드엔딩으로 끝났을 때 만만찮은 후폭풍을 겪게 되는 걸 우리는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 <하트시그널2>는 드라마도 아닌데 엔딩 문제로 비슷한 후폭풍을 겪고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그건 <하트시그널2>가 이토록 화제가 됐던 그 이야기 구조가 드라마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찰카메라 형식의 리얼리티쇼지만, 이것이 가능해진 건 후시편집을 통해서다. 관찰카메라의 힘이란 우리가 일상적으로는 잘 보지 못했던 어떤 심리적 표현 같은 것들을 집중해서 발견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발견된 몸동작이나 표정 같은 걸 편집을 통해 주목하고 거기에 스튜디오 출연자들이 토크를 통해 그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스토리를 얹어주면 드라마적인 효과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김현우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모습이나, 그가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 모두가 긴장하는 모습이 편집되어 나가게 되면서 ‘마성의 남자’로서의 그의 캐릭터는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김현우가 <하트시그널2>의 사실상 주역이 되게 된 이유다. <하트시그널2>의 인물들에 시청자들이 몰입하게 되는 건 그래서 드라마의 주인공에 몰입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하트시그널2>는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스토리 구조’ 대로 굴러갈 수가 없다. 그건 스토리가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부딪치는 감정 변화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물의 감정 변화가 어떤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시청자들이 판단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다. 그건 우리가 실제 연애에 있어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신뢰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했다가 바로 다음 날 다른 사람을 만난다면 그 일관성이 깨지고 그래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화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트시그널2>는 그러나 또한 방송이다. 방송을 통해 일거수일투족이 찍히긴 하지만 거기서 방송이 되는 실제 장면은 필요한 것들이 취사선택된 장면들이다. 그러니 방송에 나온 김현우의 변화된 마음이 놀라움으로 다가왔다는 건 그의 문제가 아니라 방송의 취사선택이 그만큼 시청자들을 잘 설득시키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회에 김현우는 오영주의 ‘마지막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담은 질문에 “시간이 너무 짧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바 있다. 그 말처럼 그는 어쩌면 자신의 마음을 다 표현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속에 들어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방송을 통해 나온 모습들이 그의 전부라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고의 화제를 몰고 온 프로그램답게 엔딩 이후의 후폭풍도 크게 겪은 <하트시그널2>다. 향후 시즌3를 하게 된다면 이제 이 부분을 숙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은 이 실제 상황을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바라보고, 또 그것은 어쩌면 프로그램의 의도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 과몰입 속에서 보여지는 인물의 감정 변화는 충분히 납득될 수 있을 만큼 조심스럽게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이 큰 만큼 충분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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