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우위 사라진 지상파, 비지상파 특권 언제까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시청률표를 보면 현재 지상파와 비지상파가 더 이상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평준화되어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월화드라마 MBC <검법남녀>가 7.7%(닐슨 코리아), SBS <기름진 멜로>가 6.4%, KBS <너도 인간이니?>가 5.5%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을 때 JTBC <미스 함무라비>도 4.5% 시청률을 내는 상황이다. 물론 tvN <어바웃 타임>처럼 아예 관심에서 멀어져 0%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도 있지만.

수목드라마의 시청률 대결구도를 보면 아예 이런 지상파와 비지상파가 역전되어 있는 상황을 발견할 수 있다.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6.3%를 내고 있는 반면, MBC <이리와 안아줘>는 3.8%, SBS <훈남정음>은 3.6%의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주말드라마에도 tvN <무법변호사>가 무려 6.7% 시청률을 내고 OCN <라이프 온 마스>가 3.7%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때 지상파 플랫폼 우위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이건 드라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도 5% 시청률에 못 미치는 프로그램들이 낯선 게 아닌 상황에 비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 중에는 5%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을 넘는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다. tvN <수미네반찬>이 4.5%, JTBC <한끼줍쇼>가 4.6%를 기록하고, MBC에브리원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2> 같은 프로그램도 3% 시청률을 기록한다. JTBC <비긴어게인2>가 4.6%, <히든싱어2>가 5.4%를 기록할 때, KBS <거기가 어딘데??>는 3.5%, MBC <두니아>는 3.7% 시청률을 내는 상황이다.



프로그램별로 편차는 있지만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상파 비지상파 구분은 사라졌고, 화제성으로만 보자면 비지상파 프로그램이 더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는 일도 흔해졌다. 이를 테면 지상파에서 시청률을 내는 KBS <전국노래자랑>(10.9%)이나 <1박2일>(10.7%), SBS <미운우리새끼>(19.3%) 같은 프로그램이 화제가 뜨겁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반면 시청률은 낮지만 화제성 지수에서 높은 기록을 냈던 채널A <하트시그널2> 같은 프로그램은 오히려 더 주목받는다.

이렇게 된 건 이제 본격적인 다채널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만 봐도 그 양적인 팽창이 눈에 보일 정도다. 월화드라마가 무려 5편이고 수목드라마도 4편이나 된다. 그리고 금토일에 방영되는 드라마가 무려 7편이나 되니 일주일 동안 16편의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셈이다(물론 여기에 일일드라마까지 합치면 더 많아지지만). 양적인 팽창은 결국 선택적인 시청패턴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그저 채널을 틀어놓다 보니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괜찮다 싶은 프로그램을 찾아 선택적으로 시청한다는 것.

이렇게 된 건 양적으로는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확연한 편차를 보이고, 그 질적 편차가 지상파 비지상파로 나눠지기보다는 이제 프로그램별로 나뉘는 양상 때문이다. 이를 테면 SBS <훈남정음> 같은 멜로드라마는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비교해보면 그 함량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종영했지만 tvN <나의 아저씨> 같은 드라마가 가진 무게감을 생각해보면 지금 방영되고 있는 많은 드라마들이 조금은 시시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구분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껏 비지상파가 플랫폼의 열세를 들어 누리던 특권들이 이제는 오히려 지상파에게 역차별로 다가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차피 채널 우위가 사라져버린 상황이라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상파 쪽에서 오히려 나오고 있는 건 그래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JT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