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 같았던 ‘비긴어게인2’의 다뉴브 강가 버스킹

[엔터미디어=정덕현] 음악은 공간에 따라 달리 들리고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아마도 JTBC <비긴어게인>에서 프로가수들이 굳이 버스킹을 하는 이유는 거기 있을 게다. 버스킹은 아마추어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가 아닌 일상의 현장에서 하는 음악일 것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헝가리 다뉴브 강가에서 한 버스킹은 <비긴어게인>의 이런 취지와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낸 면이 있다. 헝가리의 아픈 역사가 담긴 그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전해줬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유대인들이 총살당했던 비극의 장소. 그 곳에는 당시 유대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신발들이 조형물로 설치되어 있었고, 그 신발에는 그 곳을 찾은 이들이 놓아둔 꽃과 저녁 때면 피워 올려지는 초들이 가득했다. 버스킹을 하기 위해 그 곳을 찾은 박정현, 하림, 수현은 그 크고 작은 신발들이 보여주는 당시의 상황들을 생각하며 절로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신발들을 들여다보던 박정현이 문득 이렇게 말한다. “노란 리본은 우리나라 사람이 와서 놓은 건가?” 그 신발 속에는 세월호 추모의 의미가 담긴 노란 리본이 들어가 있었다. 그 작은 노란 리본 하나는 이역만리의 비극과 우리네 비극을 겹쳐지게 했고, 그 추모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시켰다.



그리고 시작된 버스킹. 첫 버스킹은 하림의 ‘연어의 노래’였다. 독일의 민속악기인 드레라이어(바퀴바이올린)의 신비한 악기소리와 몽골 유목민들이 부르는 창법으로 초원의 바람 소리를 묘사한 것이라는 ‘흐미 창법’으로 시작되는 그 노래는 그 특별한 공간에서 들으니 마치 ‘진혼곡’ 같았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어도 멈춰서 그 노래를 듣는 외국인들 역시 그 소리에서 어떤 아픔 같은 걸 느꼈을 것이다.

이어진 곡은 박정현이 공연에서 앵콜곡으로 자주 불렀다는 시인과 촌장의 ‘좋은 나라’. 하지만 그 노래도 다뉴브 강가에서 부르니 완전히 다른 해석으로 들렸다.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동산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 가사는 죽음이 갈라놓은 망자에게 다시 만나기를 소망하는 산 자들의 이야기로 들렸다.



수현이 부른 이하이의 ‘한숨’도 마찬가지였다. 그 노래는 너무나 안타깝게 삶을 놓아버린 샤이니의 고 종현군이 작사 작곡한 곡으로 새삼 그 의미가 더 절절했던 곡이었다. 그런데 다뉴브 강가에서 부르니 그 곡은 온전히 떠나간 망자들과 떠나보내고 남은 이들 모두를 위로해주는 그런 곡처럼 들렸다.

하림은 음악에는 실제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그런 힘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 곳에서 부르는 그 노래가 심지어 이 곳 우리들의 마음까지 위로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간이 만들어내는 노래의 새로운 느낌과 해석들. <비긴어게인>이 버스킹을 통해 드러내주려는 음악의 그 힘이 다뉴브 강가에서부터 날아와 팽목항에까지 닿고 있었다. 그 음악은 마치 작아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노란 리본’ 같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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