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우리 새끼’, 쾌속 순항의 비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대한 평가 중 대표적인 한 가지가 젊은 시청자들이 보지 않는 예능이라는 거다. 수치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드러났지만 대중문화의 주류들이 많이들 언급하는 화제성 면에서, 또 너무나 기획된 에피소드와 예능적인 면이 부각된 캐릭터를 앞세운다는 점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신선한 예능이란 색채가 많이 벗겨진 것은 사실이다.

엉뚱한 개구쟁이 아들 노릇을 톡톡히 하는 김건모가 친한 동생 지상렬과 함께 업소용 불판을 집집마다 찾아가 깜짝 배달한다. 일반적인 가정집의 규모나 쓸모를 생각한다면 굉장히 불편한 선물이 될 확률이 높다. 박수홍은 승리와 함께 발리에서 화려한 휴가를 보내는가 하면, 20대 초반 젊은이들보다 클럽 문화를 즐기다 부상까지 당한다. 잔소리를 듣는 정도를 떠나 한심한 시선을 받기 딱 적당한 사건이다. 운동에 중독된 김종국은 양세찬을 꼬셔서 불금에 복싱 체육관을 찾아간다. 일반적으로는 재미없거나 욕먹을 일이지만 김종국을 떠올리면 매우 당연하게 느껴진다. 공통점을 유추해보면 오늘날 <미우새>의 에피소드들은 연예계 인맥을 동원한 이벤트나 특이한 체험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이제는 분명, 일상성을 기반으로 하는 관찰형 예능이라고 하기에, 혼자 사는 중년 남자들의 하루를 들여다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예능에서 진정성과 일상성이 결여된 이런 기획 에피소드들이 계속된다면 어려움을 겪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지만 <미우새>의 시청률은 늘 20%에 육박한다. 장르 불문, 현재 방영중인 모든 방송 프로그램 중 최고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초창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유인 중장년층을 휘어잡은 종편의 떼토크와 20~40세대의 대세 콘텐츠인 관찰형 예능의 결합을 통해 폭 넓은 타깃 시청자를 형성한 영향도 일정 부분 있겠지만, 보다 결정적인 것은 <미우새>가 갖고 있는 익숙함이다. 캐릭터를 기반으로 이벤트성 에피소드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은 예능 차원에서도, 또 작은 에피소드가 맞물리고 맞물려 큰 줄기와 세계를 만드는 연속극의 작법 차원에서도 그리 낯설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미우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사람이 좋다. 출연자부터 어머니들은 물론 MC진과 게스트들까지 모두 좋은 사람들임을 드러낸다. 사람에 대한 호감이 중요한 이유는 <미우새>가 관찰형 예능을 넘어 행복과 가족의 사랑과 건강이 담긴, 한마디로 ‘행복 이미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연속극처럼 전개하는 단초가 바로 캐릭터 플레이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미는 <미우새>에 신선함이나 리얼한 일상이란 조건을 경감시키고, 주말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편하게 다가오게 만든다.



<미우새>의 엉뚱한 중년 아들들은 에피소드의 반복과 확장을 거듭하다 확실한 캐릭터를 갖추게 됐다. 그 덕분에 <미우새>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그 캐릭터만이 할 만한 에피소드를 발굴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를 통해 방송이 아니면 보기 힘든 새로운 간접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엄마 무서워하는 50대 아들과 아들의 장난기에 도리질 하는 70대 엄마, 착실한 이미지로 평생 살다가 40대 후반에 클러버로 전향한 연예인, 운동에 모든 신경과 에너지를 소비하느라 연애를 못하는 김종국 등 확고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엄마의 분노를 자아내는 에피소드를 만들거나, 답답하거나 자랑스럽게 만든다. 혼자 사는 남자에 대한 관심과 보여주기가 중년 예능인들이 펼치는 각종 색다른 이벤트와 볼거리로 전환된 셈이다. 그런 한편에서 결혼과 남녀 성역할관, 부부 관련 농담은 종편 토크쇼처럼 스튜디오 토크에서 만들어낸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나 정서가 대체로 보편적인 까닭에 시청자들과도 공감대를 여전히 유지한다.

그래서 <미운 우리 새끼>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다른 듯 비슷한 예능이다. 가족이란 울타리를 기본으로 삼고, 어느 누구나 웃고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말 연속극 같다. 그 속에 행복한 이미지와 정서가 깃들어 있다. 그래서 더 이상 <미우새>가 장년층을 위한 예능이라든가, 공유 가능한 일상성이 사라지고 이벤트만 남은 방송용 관찰 예능이라는 평가는 무색하다. 하루하루 살고 있는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넘어서, 그곳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행복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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