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법남녀’ 박은석의 폭주, 어째서 공감가지 않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는 MBC 드라마로서는 의외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MBC 드라마가 정상화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거라 여겨졌던 게 사실이었던 터라, 4.5%(닐슨 코리아)에서 시작해 8.2%까지 최고시청률을 내며 월화드라마의 수위를 차지한 건 이변 중에 이변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검법남녀>가 가져온 ‘법의학’이라는 소재의 특별함과 냉탕과 열탕의 상반된 케미를 보여주는 백범(정재영)과 은솔(정유미)이라는 캐릭터의 힘이 작용해서다. ‘법의학’은 ‘사체가 말하는 마지막 증언’이라고 하지 않던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체로부터 법의학을 통해 사인을 밝혀내는 과정은 그래서 그 사건이 말해주는 우리네 현실과 어우러지면서 마치 우리 사회의 단면을 해부해내는 것처럼 그려졌다.

사건의 해결과정은 그래서 법의학을 통해 드러나는 증거가 만들어내는 반전의 재미를 선사하는 동시에, 그 사건이 보여주는 사회적 함의까지 더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각각의 이런 병렬적인 사건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꿰어 주는 건 백범의 과거사다. 그는 과거 사랑했던 여인이 자신의 절친인 강용(고세원)과 사귀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폭주하다 사고로 그 여인을 잃었다. 또 강용이 자살로 판정된 죽음에 동생인 강현(박은석)은 의구심을 품고 지금껏 용의자라 생각한 백범을 은밀히 수사해왔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강현의 역할이다. 현직 검사인 강현이 백범과 얽힌 과거 사건을 현재로 끌어오는 그 과정이 자연스러워야 드라마가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은솔을 남모르게 좋아하고 있는 강현은 백범과 미묘한 삼각관계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현이 현재 보이고 있는 폭주가 좀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검찰 조사관의 죽음과 죽기 직전 백범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는 사실 그리고 현장에 남겨진 족적의 발 크기가 백범과 일치했다는 점과 CCTV에 찍힌 백범의 방문 기록 등등 다양한 증거들을 들어 강현은 백범을 구속 수사하게 된다. 이 정도의 증거들이라면 자연스럽게 백범이 진짜 범인이 아닐까 의심할 수 있지만, 어째 오히려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심증이 점점 더 커진다.



그것은 강현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행동 때문이다. 그는 이 사건을 과거 자신의 형의 사건과 연계하고 이성을 잃은 채 감정을 폭발시킨다. 물론 이런 장면들은 후에 드러날 백범의 무고를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일 수 있다. 하지만 강현의 폭주가 너무 과하고 그래서 백범이 의심되기는커녕 갈수록 무고한 인물이라는 걸 드러낸다는 점은 아쉬운 지점이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보기 어려운 강현의 행동들이 그렇다. 그는 수사를 한다기보다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이번엔 반드시 잡아넣겠어”라고 말하기만 하는 캐릭터처럼 보인다. 이미 범인을 정해놓고 거기에 증거를 짜맞춰가는 감정적인 모습은 그래서 시청자들로서는 답답하게까지 느껴지게 만든다.

오히려 강현이 좀 더 냉철한 수사를 이어갔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진짜로 백범이 범인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더 강하게 드라마로 전개됐을 것이고, 그것은 나중에 드러날 반전의 효과도 더 크게 만들지 않았을까. 대본이 가진 캐릭터의 문제인지 혹은 캐릭터를 소화하는 연기의 문제인지 강현의 모습이 공감가지 않게 그려졌다는 점은 그래서 아쉬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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