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도 ‘1박2일’ 하는 날 올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다. 그리고 엄청난 철책이 가로막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분계선을 말해주는 작은 턱이 하나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그 작은 턱을 넘나드는 모습 하나로 깊은 감동을 주었듯이, 그 곳을 예능 사상 최초로 KBS 예능 <1박2일>이 찍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찬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벅찬 느낌 속에서도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 <1박2일>을 촬영하고 있는 사이 북측에서 이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군사분계선에 걸쳐 있는 T2회담장 안에 들어갔을 때는 북한군이 창밖에서 안을 들여다봤다. “북한군이 보고 있어.” 데프콘이 그렇게 말했고, 조금은 긴장하게 되면서도 또 반갑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 북한군의 얼굴을 마주한 <1박2일> 출연자들은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윤시윤은 반가워서 손을 흔들어주고 싶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아쉬워했다. ‘같은 민족’이고 ‘같은 말’을 쓰고 있지만 이렇게 남북으로 갈라져 있어 반갑게 만날 수 없다는 그 현실이 그 장면 하나로 느껴졌다. 남북이 자유롭게 있을 수 있는 T2회담장 안이지만 군사분계선을 넘어간다는 그 사실은 꽤나 상징적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사진을 찍을 때도 손가락으로 ‘브이’를 하지 않았다. 그 장소에서는 그 행동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긴장감 가득한 곳을 남북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 정을 나누는 이야기로 조금은 따뜻하게 만들었던 영화가 <공동경비구역JSA>였다. 그래서 그 JSA로 들어갈 때 <1박2일> 출연자들은 그 영화를 거론하며 따뜻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4.27 남북 정상회담이 만든 변화 때문에 이 모든 게 가능해진 것이겠지만, 이번 <1박2일> 판문점 특집은 어쩌면 저 <공동경비구역JSA>가 만들었던 따뜻함을 떠올리게 할 예능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요즘처럼 여행 예능이 쏟아져 나오고, 마음만 먹으면 지구 반대편까지 찾아갈 수 있는 시대에 국내로 여행지가 한정되어 있는 <1박2일>은 어딘지 소소한 프로그램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전국노래자랑>이나 <6시 내고향>에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문점 특집은 <1박2일>이 향후에도 이 프로그램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있다는 증거를 보여줬다. 그 어느 예능도 하지 못한 지역에 들어가 그 곳 역시 ‘긴장감’만이 아닌 ‘즐거움’이 가득할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윤시윤은 “그 동안 살면서 분단, 북한, 휴전, 통일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 닿지 않았을 만큼 다른 세계 이야기라도 생각했는데 판문점을 둘러보면서 느끼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제 남북 공존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1박2일>의 이번 여행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인상 깊은 엔딩이었던 “1박”만을 외치는 그 모습에서 언젠가는 저편에서 들려올 “2일”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어서 <1박2일>이 가보지 못했던 저 북측까지도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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