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격’, 날로 먹는 이경규와 말이 없는 김국진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남자의 자격’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청춘합창단 이후 선보이고 있는 일련의 미션과 도전들이 시청자의 폭넓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귀농, 야구, 시인 되다, 오토바이 도전 등이 대부분 패착으로 귀결되고 있다.
 
평균 연령이 40살이 넘는 이 멤버들이 꾸미는 이야기는 중년 시청자에게만 소구하는 게 아니다. 출연자들과 미션은 중년들에게 해당되는 사안들이지만 그들이 만드는 이야기는 젊은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이뤄내는 것들이 많았다. 지난해 ‘하모니’편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청춘합창단’ 이후에는 많은 청춘 시청자들이 떨어져나갔다. 물론 이는 ‘청춘합창단’이라는 소재를 오랫동안 방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남자의 자격’은 젊은 시청자들과도 함께 가야 하는데, 이걸 놓친 것 같다. 그래서 ‘남격’에 대한 호응도가 약해졌다. 점점 더 노후화되어가는 느낌이다. ‘남격’에서 다루는 소재는 중년 남자의 로망이 되거나 아니면 자극이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창공을 날아보는 것(패러글라이딩)은 로망은 안되더라도 변화 없는 일상에 대한 신선한 자극은 될 수 있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인생 40줄에 오토바이를 타보는 것은 소수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보편적으로 시청자들이 이를 보면서 로망을 느끼기는 힘들 것 같다. 가수 김광석이 내 나이 40이 되면 오토바이를 몰고 돌아보겠다는 멘트를 깔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귀농편을 보면 1년 동안 ‘남격’ 멤버들이 한 게 무엇이었는지를 묻고 싶다. ‘청춘불패’ 등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서 수없이 써먹은 연예인의 농사짓기를 우려먹은 사골예능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남격’ 멤버들이 멀리 전북 고창까지 가서 농가를 장기 임대했다면 자신들만의 색채가 나왔어야 했다. 그들이 한 것이라곤 고작 오리와 닭을 옮기고 상추와 고추, 감자를 심고 수확한 것 외에 보여준 그림이 거의 없었다. 굳이 농가를 빌릴 필요가 없었다.

야구도 마찬가지였다.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에 양준혁이 여자 아마추어팀과 경기하는 것을 누가 보겠는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플레이오프 경기를 보면 된다.
 
그나마 ‘청춘합창단’ 이후 유일하게 괜찮았던 아이템이 시(詩)를 써보는 코너였다. 이미 다른 프로그램에서 다뤘던 소재이긴 해도 이윤석이 아버지의 틀니를 주 내용으로 만든 시는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할 수 있었고 감동을 주기에도 충분했다.



이 처럼 ‘남격’은 기획에서부터 허점을 보이고 있다. 중장년층 위주로 아이템을 구성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보편적인 소재와 이야기를 찾아내야 한다.
 
‘청춘합창단’이 3개월 넘게 진행되면서 멤버들의 캐릭터가 다 묻혀버렸다. 요즘은 일반인들이 나와서 미션에 도전하는 것 같다. 독한 캐릭터인 전현무 정도만 살아남았다. 하지만 전현무도 이경규가 지적했듯이 ‘열심히 하고 유머와 재치가 넘치지만 모든 게 설정이라 진정성이 요만큼도 없는’ 인물이다. 이 말은 전현무도 시간이 지날수록 싫증이 날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사실 전현무는 쿡쿡 찌르는 건 잘하지만 이런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리얼 예능이 될 수 없다.
 
이경규는 날로 먹는 ‘날방’의 느낌이 강해졌다. 영어시험, 제빵사 도전, 오토바이 면허시험 등에 계속 실패하면서 더욱 뒤처지는 느낌이다. 김태원은 다른 예능과 다큐를 통해 이미지가 너무 많이 소비되었다. 김국진은 말이 없고, 윤형빈은 미션을 잘 소화하지만 웃기는 데에는 약하다. 양준혁은 꿔다놓은 보리자루 신세다.
 
‘남자의 자격’이 과거에는 보고 싶은 사람(캐릭터)가 있었다. 초기에는 김태원과 이경규가 그런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했다. 하지만 요즘은 딱 집어서 보고 싶은 캐릭터가 없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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