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는 외계인’, 의미 찾기 어려운 연예인 가족 예능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KBS2 <엄마아빠는 외계인>은 또 한 편의 새로운 가족 예능이다. 가족과 함께하거나 혼자 지내는 스타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자식의 입장에서 관찰하면서 웃고 공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머니가 아들을 지켜보는 <미운 우리 새끼>의 설정과 정반대 버전이라 하면 되겠다. 그동안 가족 예능은 육아, 사위, 부부, 부모자식 관계, 하다못해 반려견까지 갔다가 이제 자식이 부모님의 일상을 지켜보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외계인이라 불릴 만한 특이한 부모님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솔직히 연예인의 일상과 풍족한 형편을 지켜보는 것 외에 이렇다 할 특별한 맛은 없다. 아들에게 19금 질문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엄마 김성경, 자기만의 예술 세계에 빠져서 자녀들과 왕래가 없이 지낸 오광록, 친구보다 더 친구 같이 딸들과 함께 지내려는 아빠 김우리, 넘치는 미모와 열정이 그대로인 황신혜, 절대로 입을 멈추지 않는 김구라 등 시시콜콜하면서도 사적인 일상을 스토리텔링화해서 캐릭터를 만드는 정도가 눈에 띈다.



그런데 평생을 가져온 자신감으로 춤과 영어 공부에 매진하는 황신혜나, 몸 관리부터 대중의 관심을 갈구하는 아빠 김우리나 계절마다 김치를 스스로 담근다는 독특한 예술가 오광록이나, 김구라, 김성경 모두 방송 분량을 어느 정도 만들어낼 수 있는 캐릭터지만 ‘외계인’이라는 말을 붙일 만큼 정말 특이하거나 이해 불가한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전반적으로 어디서 본듯 익숙하다. 대부분 넓은 고급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며 연예인인 부모만큼 멋지고 매력적인 자녀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대체로 유학 등으로 인해 영어가 유창한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들도 우리 사회 특정 계층의 한 단면인 건 맞는데, 보편적인 생활양식이나 환경이라고는 할 수 없다. 또한 자녀들은 알고 보면 무슨 지망생이나 활동 중인 신인급 연예인으로 연예계와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우리와 딸은 <둥지탈출3>에, 김구라 김동현 부자는 <아빠본색>에 이미 출연한 바 있다. 정신과 의사 양재웅이 함께하는 스튜디오 패널 구성은 <전지적 참견 시점>과 겹친다.



오늘날 가족 관찰 예능은 먹방과 함께 비교적 제작하기도 용이하고 이슈 생성이나 시청률 확보 면에서 안정된 선택이다. 따라서 시류에 편승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아무 메시지나 정서적 접근 없이도 유행하니까 일단 만들고 보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아직은) 몸치인 황신혜가 딸의 댄스학원을 찾아가 열정적으로 춤을 배우고, 하루 종일 골프에 빠져 있던 김구라가 친구와 스크린 골프를 치고, 김우리 가족이 나름 뜬다는 카페에 찾아가 사진 찍는 것이 왜 예능의 볼거리가 되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다시 말해 아직까지 이 프로그램만의 무엇을 찾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지금 TV 속에는 연예인 가족의 이야기가 정말 많다. <우리 집에 해피가 왔다> <동상이몽2><둥지탈출3><살림하는 남자들2><아빠본색><아내의 맛><엄마아빠는 외계인><랜선라이프><백년손님><미운우리새끼><사랑은 아무나 하나><마마랜드2><슈퍼맨이 돌아왔다><이상한 나라의 며느리><할머니네 똥강아지><외식하는 날> 등이 현재 가족을 전면으로 내세우거나 일부 차용한 가족 예능이다. 오늘날 가족 예능의 효시라 할 수 있는 2014년 <아빠 어디가> 이후부터 꼽아본다면 이 목록은 두세 배로 늘어난다. 후일담을 사회면 뉴스에서 들려준 김부선 모녀의 <엄마의 소개팅>, 김흥국 가족이 등장했던 <아빠 본색>, 미투 시대를 거치며 일그러진 관찰 예능이 된 <아빠를 부탁해> 등도 그 역사의 일부다.



따라서 범람 수준으로 늘어난 가족 관찰 예능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때다. <나 혼자 산다>는 관찰부터 시작해, 옥탑방, 월세방 등 우리네 젊은이들의 풍경과도 같은 삶의 양태 보여주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1인 가구 생활 에피소드보다는 캐릭터쇼의 스토리텔링으로 더욱 크게 일어섰다. 이제는 관찰 예능이라도 단순히 캐스팅하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 같은 가족 예능이라도 길게 가기 위해서는 <미우새>나 <살림남2>처럼 엿보고 싶고 공감할 수도 있는 특정한 세계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이 프로그램들에 대한 평가는 뒤로 잠시 미뤄둔다). 그런 점에서 최후발 주자인 <엄마아빠는 외계인>은 어떤 새로움과 친숙함을 전략으로 삼고 있는지 더욱 명확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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