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와이프’, 지성은 어쩌다 불량남편이 되었나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 차주혁(지성)은 두 명의 와이프를 만났다. 한 명은 과외선생으로 만났다 사랑에 빠져 결혼했던 서우진(한지민)이고, 다른 한 명은 과거를 되돌려 첫 사랑에 성공해 결혼하게 된 이혜원(강한나)이다. ‘과거로 가는 톨게이트’라는 판타지 설정이 되어 있지만, 한 남편이 두 명의 아내를 경험한다는 이야기는 어딘가 아슬아슬한 느낌을 준다. 마치 ‘아내 바꿔 살아보기’ 같은 불륜적 뉘앙스가 그 설정에 슬쩍 자극적으로 얹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런 자극적인 코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새로운 아내와 살아가게 된 차주혁이 과거 현실에 치여 ‘괴물’처럼 변해버렸던 아내 서우진의 진가를 다시금 보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치부하며 살아가는 배우자를 “만일 ...더라면”이라는 가정의 판타지를 활용해 다시 발견해보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이야기 구조에서 차주혁의 입장은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 그가 겪는 현실 속에서의 아내들 앞에 그는 계속해서 불량남편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어서다. 과거 서우진의 남편이었던 차주혁은 늘 자신만 불행하다 여기며 살았다. 그래서 회사 일에 지쳐 역시 똑같이 일터의 고단함을 겪으며 사는 아내가 집에서도 독박육아를 해왔던 그 고충을 잘 헤아리지 못했다. 그렇게 밝았던 서우진이 괜스레 슬픈 멜로 영화를 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걸, 멜로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그는 만나면 싸우려 들고 무언가를 집어던지기도 하는 서우진이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아내라 생각하며,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탄한다. 유일한 낙이었던 게임을 하기 위해 몰래 샀다가 발각되어 버려지게 된 게임기를 보며 그는 자신의 처지만 불행하다 여겼지 왜 아내가 그렇게까지 되었는지 생각하지 못한다. 뒤늦게 아내를 ‘괴물’로 만든 건 자신이었다고 후회하지만.

그래서 과거를 바꿔 첫사랑이었던 이혜원과 사랑에 골인하고 결혼까지 한 차주혁은 그러나 이번에도 자신의 아내인 이혜원에 집중하지 못한다. 재벌가 딸로 자란 탓에 사는 방식이 너무나 달라 어리둥절해 하지만 차주혁이 이혜원과 살아가기로 한 건 어쨌든 자신의 선택이다. 그러니 이혜원과의 부부생활이 생각만큼 좋기만 한 건 아니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다.

그런데 <아는 와이프>의 이야기 구조는 애초부터 ‘차주혁이 서우진이라는 아내를 다시 발견한다’는 것으로 정해져 있어 이혜원은 들러리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이혜원만이 아니다. 서우진에게 호감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사귀기로 한 차주혁의 절친 윤종후(장승조)도 이 이야기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결국 차주혁과 서우진 사이에 살짝 들어왔다 나가는 부수적 인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아는 와이프>의 이야기가 불편하게 다가오고, 차주혁이라는 인물이 어느 아내 앞에서나 ‘불량남편’으로 그려지는 건 바로 이런 이미 정해놓은 이야기와 메시지 틀 속에서 모든 걸 한 번 해보는 체험 정도로 다루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차주혁은 결혼생활이 가져야 하는 책임감과 의무감보다는 자신의 개인적 욕망과 후회, 회한에만 빠진 성숙하지 못한 인간으로 그려진다. 이런 인물은 주변사람들을 모두 힘겨운 상황으로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자신이 과거 결혼생활의 현실에 치여 서우진의 진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 지금 현재의 결혼생활에서 그 경험을 통해 보다 성숙한 결정을 하는 것이 옳다. 부부생활에서 자신의 관점이 아니라 배우자의 입장을 들여다보고 좀더 나은 삶을 함께 살기 위해 어떤 선택들을 해야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시 과거를 되돌린들 무슨 변화가 있을 것인가. 당사자인 본인이 변하지 않는다면.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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