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리턴즈’, 이들의 다음 여정이 더 기대되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예능 <꽃보다 할배 리턴즈>를 보면서 6년 전 파리로 떠났던 <꽃보다 할배>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안녕바다의 ‘별빛이 내린다’가 깔리는 가운데 파리의 멋진 야경들이며, 노년의 원로 배우들이 예능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장면들은 생경했지만 신선했다. 그들의 여행을 함께하면서 인생에 대한 질문을 예능을 통해 하는 새로운 경험도 했다. 그래서 3년 만에 다시 뭉친 할배들의 정정한 모습과 여전한 여정이 더더욱 반가웠던 것 같다.

2013년 여름, 여행 예능 자체가 익숙하지 않을 무렵 찾아온 <꽃보다 할배>는 오늘날 나영석 사단의 출발점이자, 이 예능 왕국의 세계관을 정의할 수 있는 대부분의 요소와 작법을 담고 있었다. 청춘남녀 스타에 의존하거나 예능 선수들에게 기대던 기존의 캐스팅 관행을 깼다. 시선을 완벽하게 돌려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세대를 주류 예능 시장으로 끌고 들어왔고, 나영석의 페르소나 이서진은 짐꾼으로 등장해 이 세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여행의 설렘, 청춘 예찬,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등과 같은 정서적 감흥을 예능의 재미로 바꾸는 연금술도 선보였다. 할배들의 여행을 통해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정서적 교감과 라이프스타일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또한, 모든 것이 리셋되고 제약이 있는 상황 속에 출연진을 데려다놓고 관찰하는 설정이나, 에피소드를 스토리텔링하는 방식, 마치 드라마 편집하듯 적극적인 BGM 활용, 여행과 밥상 등 함께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드러내는 장면과 이야기에 대한 천착은 이후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윤식당> 등에서도 발견되는 ‘나영석 월드’를 이해하는 단초들이다.

어느덧 6년 차. 꽃할배들은 이번에 막내로 합류한 김용건까지 도합 해도 평균 연령이 78.8세일만큼 그 사이 또 세월이 흘렀다. 장난감 선물을 마련해가야 할 만큼 그 사이 손주들이 자랐지만 동물의 아버지이자 직진 순제, 귀엽고 사려 깊은 구야 형 신구, 젊은 사람 못지 않는 도전을 즐기는 청년 박근형, 긍정적이지만 체력적으로 딸리는 백일섭 등 반가운 캐릭터 그대로 다시 만났다. 프로 짐꾼 이서진이 실수도 하고 눈도 침침해지는 등 중년의 위기가 닥치긴 했지만 6년이 지난 시간 동안 대체로 그대로 있어줘서 고맙고, 아련하면서도 힘이 났다.



그래서일까. 그 전까지 할배들의 좌충우돌 여행기이자 이를 수습하고 극복하는 이서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으로 가장 큰 볼거리를 마련해냈다면 이번엔 백일섭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출연진들이나 시청자들이나 그 전 여행에서 이미 겪어봐서 아는 어려움이다. 그러나 백일섭에 의해 지체되고 방해받는 다는 관점이 아니라 서로 챙겨주고 도와주려는 마음, 조금 느리게 걸어도 가면 갈 수 있다며, 일정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미리 움직이려는 노력 등이 더 눈에 들어왔다. 이는 지난 여행을 함께 지켜봤기에 느껴지는 따뜻함이고, 변화다.

이번 여행에서 수려하고 평화로운 동네를 둘러볼 수 있는 것도 역시나 좋았지만 함께한 추억을 끄집어내 공유하면서 더욱 즐겁고 새로운 분위기가 생겨났다. 늘어난 용돈만큼, 할배들의 체력을 고려한 만큼 여행의 난이도는 낮아졌지만, 그 자리에 서로를 아껴주는 장면과 이야기가 있기에 따뜻하고 즐거웠다. 이번 여행은 함께한 세월이 깊은 만큼이나 깊고 따뜻한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할배들이 ‘건건이’ 김용건의 싱거운 유머와 도서정보관 수준의 기억력으로 소환한 과거에 푹 빠져서 즐겁게 여행을 했듯이, 할배들의 여정을 따라가는 시청자들의 발아래에도 함께한 지난 세월이 깔려 있었다.



여행을 마치며 할배들에게 청춘과 꿈에 대해 물어봤다.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 이서진 외에 모두가 다음을 기약했다. 특히 백일섭은 다음에 갈 땐 더 나아질 테니, 빼지 말고 꼭 데려가라고 신신당부했다. 박근형, 신구 등은 다음 여행지로 쿠바를 지목하며 함께 누린 젊은 시절의 문화적 정취를 다시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이순재를 비롯한 꽃할배 모두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었다. 지금 현재에 감사하면서도 여전히 남은 도전, 아직 남은 과제가 있다고 했다.

오랜 동료들과 함께하는 오랜만의 여행에서 물리적인 나이는 사라지고 그 시절 그대로의 청춘만 남았다. 김용건 말대로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들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가 반복이 아니라 반가움으로, 그리고 또 한 번의 자극으로 다가온다. 이들의 여행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단순한 여행 예능이 아니라 인생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인생을 관조할 나이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새로운 경험을 원하고, 느끼고, 배우고, 설레며 감사한다.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냉소와 무기력과 혐오 따위는 없다. 세월은 흘렀지만 여전히 그대로인 꽃할배들의 청춘이 리턴즈라는 제목과 너무 잘 어울린다. 어느덧 우린 꽃할배의 여정에 동참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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