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 호러블리’, 공포와 설렘은 어떻게 멜로로 엮어졌나

[엔터미디어=정덕현] 두려움과 설렘은 상반된 느낌 같지만 그 반응은 유사하다.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것. 작품의 기획의도에 밝히고 있는 것처럼 KBS 월화드라마 <러블리 호러블리>는 바로 이 서로 다른 감정의 유사점에서 착안된 멜로다.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고, 그것이 오을순(송지효)을 만날 때마다 벌어진다는 걸 감지하게 된 유필립(박시후)이 느끼게 되는 두 가지 감정. 처음에는 그 두근거림이 두려움 때문인 줄 알았지만, 차츰 그것이 설렘으로 바뀌어간다는 것이 아마도 이 드라마가 그려내려는 독특한 멜로의 밑그림일 게다.

유필립과 오을순의 관계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그 운명이 엮여 버렸다. 죽을 사주를 타고 난 유필립의 어머니인 무속인 김옥희(장영남)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비슷한 사주의 오을순을 그 운명에 끌어들인다. 오을순이 갖고 있던 부적 사과나무 목걸이가 유필립에게 넘어가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뒤바뀐다. 넘어져도 똥밭에 넘어지는 오을순과 돈밭에 넘어지는 유필립은 그런 서로 다른 성장과정을 거쳐 뭘 해도 안 되는 드라마작가와 하기만 하면 성공하는 톱스타로 다시 만난다.



<러블리 호러블리>는 흔히들 작가는 신기가 있다는 속설을 슬쩍 가져와 오을순이라는 캐릭터에 부여했다. 그래서 그가 쓰는 ‘귀신의 사랑’의 대본은 실제로 유필립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예지한다. 산사태로 죽을 위기에 놓인 남자주인공의 이야기를 신기를 받아 쓴 오을순은 그 날 돌아오는 길에 실제 흙더미에 묻힌 유필립을 구하게 된다. 유필립은 오을순이 쓴 ‘귀신의 사랑’ 대본이 과거 자신에게 일어났던 김라연(황선희)의 죽음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그와 얽혀드는 일을 께름칙하게 생각한다.

마치 유필립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이 모두 오을순 때문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반전은 오을순에게 신기를 주는 귀신의 정체에서 드러난다. 그 귀신은 바로 유필립의 모친인 김옥희. 그는 어린 시절 죽을 사주를 갖고 태어난 유필립에게 자신이 죽어도 그를 지켜주겠다고 한 바 있다. 결국 오을순이 가진 신기는 김옥희가 유필립을 보호하기 위해 작품을 빌어 부여한 것들이라는 얘기다. 마치 오을순에 의해 힘겨운 일들을 겪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유필립은 어머니의 신기가 빙의된 그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는 것. ‘호러블’하게 다가왔던 오을순이 ‘러블리’로 바뀔 수 있는 대목이다.



<러블리 호러블리>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만들어내는 공포 설정을 더해 평이한 멜로가 주는 식상함을 넘어서려 한다. 그래서 귀신을 보는 드라마 PD 이성중(이기광)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거꾸로 매달린 귀신 김옥희는 공포물을 보는 듯한 소름을 만들지만, 흔히 공포의 호들갑이 웃음으로 잘 엮어지듯 드라마의 기조는 코미디 장르를 따라간다. 오을순이라는 캐릭터의 ‘허언증’으로까지 보이는 과장된 모습과 외모와 달리 겁이 많은 유필립의 호들갑은 ‘신기’라는 미스터리한 상황 속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그래서 <러블리 호러블리>는 공포물과의 접목을 통한 평이한 멜로로부터의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 거기에는 미스터리와 공포가 어우러지지만 또한 로맨틱 코미디의 설렘과 웃음이 더해진다. 아직까지 그래서 이 드라마가 이러한 장르의 퓨전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저 사랑에 대한 새로운 해석 정도라면 다소 아쉬운 면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이 드라마는 낯선 세계나 존재에 대해 우리가 흔히 느끼는 상반된 두 감정, 즉 설렘과 두려움의 이야기를 담으려 하는 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그 두 감정에 대해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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