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경찰’, ‘시골경찰’ 시청률의 반 밖에 나오지 않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오늘날 예능은 장르가 아니라 플랫폼이다. 다큐, 드라마, 버라이어티, 토크, 게임, 스포츠, 먹방을 비롯해 TV에서 방송할 수 있는 모든 소재와 작법을 ‘예능’이란 이름하에 모두 소개할 수 있다. <시골경찰> 시리즈의 스핀오프이자 군대 예능 <진짜사나이>의 기시감이 드는 MBC every1 <바다경찰>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예능에서 말하는 재미 추구 이외에도 해양경찰의 세계와 활약을 대중에게 홍보하는 선전영화의 오늘날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바다경찰>은 강력범죄가 있을까 싶은 평화롭고 조용한 시골 마을을 찾아가 시골집에서 함께 숙식하며 동네 주민들과 어우러지는 소소함 속에 친근한 경찰의 이미지, 경찰의 다양한 활동을 홍보한다면, 번잡한 부산 바다를 배경으로 해상경비, 해난구조 훈련과 해상 환경 보존 등 다양하면서도 보다 큰 스케일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배우 곽시양은 <바다경찰>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해양경찰이 하는 일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해양경찰들의 노고를 많이 알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두 문장 속에 <바다경찰>의 기획의도는 모두 녹아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에필로그에서 해양경찰청장이 촬영장을 방문한 현장을 보여줬다.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갈 정도로 조직 내에서 이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해경의 이미지는 볼품없었다.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몇 년 전 우리나라에 새겨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만든 당사자 중 하나로 지목되었고, 그로 인해 해체 쇼까지 벌인 바 있는 무능과 불신이 가득한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3회 차인데, 볼거리의 물량 공세가 예사롭지 않다. 여유롭게 순찰을 돌거나 지구대를 지키는 <시골경찰>과 달리 해양경찰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체험하겠다는 기세다. 임용이 되기 위한 기본 훈련부터 시작해 구조정 정박 등의 기초 업무부터 벌써부터 함정 근무 체험이라는 아껴둘 법한 카드도 깠다.



김수로는 기관실, 곽시양과 조재윤은 안전팀, 김아영(유라)는 항해팀에 배속되어 일일 함정 근무에 나섰다. 체험하는 김에 이들은 실제 상황과 유사한 긴박하게 진행되는 함정 익수자 구조 훈련을 펼치고, 고속단정에 옮겨 타 실제 어선의 검문검색에도 나섰다. 그러나 바로 검문에 들어가지 않고 투망 작업을 기다렸다. 별것 아닌듯하지만, 생존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가운데 공권력을 행사한다는 해경의 따뜻함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에피소드였다. 마찬가지로 순경 4인의 근무지는 전국에서 업무량이 가장 많다는 남항파출소지만, 공동어시장 순찰업무를 보면서 어민들과 웃으면서 안부를 주고받고 모습을 통해 해경이 단순히 치안 및 구조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어민들의 생계를 걱정하고 함께 공생하며 보폭을 맞춰가는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했다.

이처럼 시청자들에게는 부산항의 해경이란 배경이 색다른 볼거리고, 해경 입장에서는 조직의 자부심을 되살리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대형 홍보 프로젝트다보니 충분히 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 가족처럼 뭉쳐서 점차 진정한 해양경찰로 성장하는 스토리와 볼거리 나열하는 방식이 <시골경찰>보다도 <진짜사나이>와 너무 유사하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 같은 훈련 상황이라며 긴장감과 스케일을 과시하고, 낯설고 힘든 체험 속에서 보람을 느끼고, 평소 해경의 노고에 대해 감사하는 식의 의미 부여와 과정들을, 혼나기도 하지만 실은 따뜻한 지휘관과 선배들, 노곤하고 긴장감 넘치는 근무 후 예상과 달리 제공되는 맛있는 배식을 예찬하는 먹방, 김수로의 존재 등 보다보면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인 <진짜사나이>의 워밍업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너무 비슷해서 반가움이 느껴질 정도다.



퇴근 후 소박한 집으로 돌아온 신임 순경들이 오순도순 밥을 해먹고 어우러지는 자취 문화는 <시골경찰>의 전매특허다. 그런데 복잡다난한 부산항에 근무하다보니 다른 볼거리가 많아 아직까지 깊이 있는 전개나 캐릭터 플레이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조합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슈만을 위한 홍일점 전략이나 <진짜사나이>로 활약한 바 있는 김수로를 견제할만한 출연진이 없다는 점 등 관계를 맺는 데 있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스팅이 아쉽다.

그래서 <바다경찰>만의 볼거리나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해양경찰 홍보에 너무 치우친, 군대 홍보에 너무 열을 올리다 볼거리가 굳어버린 <진짜사나이>를 보는 듯한 에피소드 작화 방법은 너무나 익숙하다. 볼거리는 너무나 보여주고자 하는 의욕이 앞선다. 그래서일까. 스케일을 몇 배로 키웠음에도 한적하고 별일 없던 <시골경찰>의 시청률의 반 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ver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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