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2’ 박은석이 그려낸 좀비, 마약, 관심 중독

[엔터미디어=정덕현] 이 배우가 MBC <검법남녀>에서 봤던 그 박은석이 맞나 싶다. 배우는 역시 배역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했던가. 박은석은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2>가 담아낸 이른바 ‘좀비 사건’에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이 에피소드는 그 이야기 구성 자체가 흥미로웠다. ‘고다윗(박은석)의 엑스파일’이라는 의문의 장소를 찾아가는 인터넷 방송이라는 소재는 마치 영화 <곤지암>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고, 실제로 그 영상들은 상당부분 그 날 것의 방송이 주는 공포감을 끌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골든타임팀이 투입되는 형사물답게 이 상황들은 온전히 <보이스2>라는 드라마 형식 속으로 포용되었다. 인터넷 방송이 제기하는 좀비의 출현은 다소 생뚱맞아 보였지만, 그것은 좀 더 자극적인 방송을 만들기 위해 가출소녀에게 좀비마약이라 불리는 핑크 솔트를 주입시켰던 것. 강력한 환각으로 공격성을 갖게 하는 이 마약은 사람을 물어뜯는 모습으로 좀비 같은 공포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건 이 자작극을 만들어낸 고다윗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중독된 사회의 자화상이다. 한 때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해 퇴출된 고다윗은 이른바 ‘렌미스페셜 증후군(자신의 처지를 잊고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증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좀 더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어 보여주고 거기에 반응하는 대중들의 관심에 중독되어가고 있었던 것.



‘관심 중독’과 인터넷 방송의 자극성은 종종 사회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는 사안이다. 관심을 얻기 위해 이른바 ‘별 풍선’을 받기 위한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을 연출하는 방송의 자극성은 만드는 이도 그걸 들여다보는 이들도 중독 시키기 마련이다. 좀비의 등장 같은 걸 조작하기 위해 실제 마약을 활용한 이번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건 바로 그 ‘중독’이라는 키워드가 담긴 상징적 사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에피소드를 사실상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간 배우가 바로 고다윗이라는 병리학적 인물을 연기한 박은석이다. <검법남녀>에서 검사로 등장했지만 다소 과잉된 설정 속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나아가 연기력 논란까지 있었던 박은석이라, 이번 <보이스2>에서의 고다윗 연기는 의외의 모습으로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스로 약물을 과다하게 복용해 환각에 시달리는 고다윗에게서 느껴지는 공포와 관심에 대한 갈망은 늘 영상을 들여다보고 디지털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 하는 우리네 자화상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본인 스스로도 갖고 있던 관심에 대한 갈증을 찾아냈기 때문이었을까. 좀비에서 마약 나아가 관심 중독으로 이어지는 그 극적인 이야기 속에서 박은석은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S픽쳐스, 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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