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네 반찬’, 역대급 일본 원정의 행복한 풍경들

[엔터미디어=정덕현] 마치 동화책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를 보는 듯 했다. 채인선 작가가 쓰고 이억배 화백이 그림을 그린 이 동화책에 등장하는 ‘손 큰 할머니’는 며칠 밤을 새워 동물들과 엄청나게 큰 만두를 빚어 나눠 먹는다. 너무 일이 많아 동물들이 투덜대지만 결국 그렇게 함께 해서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는 그런 이야기. 일본 원정을 떠난 tvN 예능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의 풍경이 딱 그랬다.

무게만 약 560kg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재료들을 가져가고 또 현지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서 일본에 단 이틀 간 여는 반찬가게. 호텔 체크인은 언제 하냐는 최현석 셰프에게 짐 놓고 올 생각 말라며 ‘반찬 만들기’에 돌입하는 김수미의 모습은 마치 한 바탕 잔치를 준비하는 엄마처럼 비장하면서도 따뜻했다. 해외에서 생활하며 그리웠을 우리의 맛을 보게 해주겠다는 엄마의 마음이 전해졌다.

묵은지 볶음에 코다리 조림, 고사리 굴비조림 등등이 거대한 용기에 대량으로 담겨져 요리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요리들을 함께 간 셰프들은 일일이 반찬통에 담아놓았다. 무려 3000인분이 넘는 반찬통은 보는 것만으로도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셰프들이 반찬을 준비하는 동안 장동민과 일식 셰프 정호영 그리고 미카엘은 반찬가게 오픈을 알리기 위해 거리 홍보에 나섰다. 한인 분들이 많이 사시는 신주쿠 거리에서는 이들을 반기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일본인 팬들까지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드디어 오픈한 반찬가게. 역시 예상대로 가게 앞쪽으로 길게 줄이 늘어설 정도로 손님들이 몰려들었고, 그 많은 반찬들은 순식간에 동이 나 버렸다. 반찬을 사고 난 손님들은 테이블에 앉아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그 ‘한국의 맛’에 감동했다. “너무 맛있다”는 반응은 기본이고,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하며 한국의 재료와 현지의 재료가 달라서 맛도 달라진다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잇따랐다.

무려 한 시간이 넘게 기다렸다는 손님 중에는 “그 한 시간을 기다린 걸 모두 잊어버렸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만큼 맛이 있어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는 것.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건 음식 맛을 보며 “엄마 생각이 난다”는 한 손님의 말이었다. 그건 김수미가 굳이 일본까지 가서 손수 만든 ‘엄마표 반찬’을 그분들에게 맛보게 하려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김수미에게서는 마치 오랜 외지 생활을 하는 자식들의 입에 들어가는 밥을 보며 미소 짓는 고향의 엄마가 느껴졌다.



반찬을 사들고 또 맛있는 한 끼를 먹고 나서는 손님 중 한 분이 문득 김수미에게 찾아와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았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은 김수미의 얼굴을 활짝 피어나게 했다. 힘들게 준비했지만 그 말 한 마디에 피로가 싹 가신 것 같은 그런 얼굴. 우리는 그런 얼굴을 명절 고향을 방문해 맛있게 한 끼를 먹을 때 누구나 봤던 적이 있을 것이다.

김수미는 <수미네 반찬>을 하기 전부터 이미 ‘손 큰 캐릭터’로 정평이 나 있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왔을 때 수해지역에 김치를 기부하기 위해 홈쇼핑을 취소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번 일본 원정은 그 ‘손 큰 캐릭터’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저 반찬가게를 열고 반찬을 파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맛과 정을 느끼게 만드는 한 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으니 말이다. 동화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의 그 훈훈한 잔치가 떠오르는 그런 느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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