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먹힐까’ 이연복 셰프, 이러니 대가라 불릴 수밖에

[엔터미디어=정덕현] 중국에서 우리의 짜장면이 먹힐까? tvN 예능 프로그램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은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했지만 사실 그것이 대박이 날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는 예상한 결과였다. 그것은 이번 중국편에 참여한 주인공이 바로 이연복 셰프이기 때문이다.

무려 46년을 중식에 몸담았던 이연복 셰프다. 얼마나 오랫동안 웍을 잡았을까. 그가 잡은 웍으로 내놓은 요리는 셀 수도 없이 많았을 테고, 그 요리를 맛본 사람들도 어마어마하게 많았을 게다. 그런 그가 만드는 음식을 길거리에서 맛볼 수 있다니. 가게를 오픈하자마자 문정성시를 이룬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스마트폰을 보여줘야 잠잠해지는 아이가 짜장면 맛을 한 번 보고 두 번 보더니 나중에는 아예 스마트폰을 제쳐두고 짜장면에 빠지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주는 의문의 답이 일찌감치 나왔다는 걸 말해준다. 짜장면은 중국에서도 먹힌다. 이미 한류드라마를 통해 중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짜장면이니, 낯설기보다는 오히려 기대감을 더 갖게 만든 음식이 아니던가.



맛을 본 아주머니가 너무 맛있다며 하나를 더 주문해 아이에게 먹이는 장면도 그렇다. 어딘지 짤 것 같은 비주얼이지만 막상 맛보면 그 달달한 맛에 놀라게 되는 짜장면. 그것도 대가가 만들어 내놓는 짜장면의 맛이 정답이 아닐 리 없다. 그래서 짜장면을 맛본 중국인들의 호들갑스런 반응에 처음에는 흐뭇한 미소가 나오다가도 ‘짜장면은 본래 그랬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짜장면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보다 더 흥미로운 건 이연복 셰프의 진가가 드러나는 장면들이다. 그가 어떻게 그런 대가가 될 수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들. 그건 어쩌면 음식을 만드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었다. 신선한 재료를 그 때 그 때 구입해 조리해내는 음식이 쟁여둔 재료를 갖고 하는 음식보다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중국 현지에서 시장을 찾아가고 신선한 재료들을 사서 매일 준비하는 이연복 셰프의 면모는 그의 성공의 비결이 바로 그런 ‘성실함’에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이런 면모는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때 정신없이 몰려드는 손님들 속에서 그가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재료 손질에 조리까지 요리를 이것저것 스스로 손을 놀려 만들다가도 손님을 응대해야 하면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만든 요리를 직접 서빙하기도 하며, 부족한 테이블을 만들어 내놓기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중식의 대가라는 칭호가 갖는 괜한 권위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더 좋은 음식을 더 보기 좋게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찾은 손님들의 불편이 없게 하려는 그 모습에서 ‘진정한 대가’의 풍모가 드러났다.

이연복 셰프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중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의 성실함과 낮은 자세는 아마도 이런 긴 세월 동안 몸에 체화된 것들이 아닐까. 40여 년이 훌쩍 지나도록 여전히 기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세. <현지에서 먹힐까>가 보여준 이연복 셰프의 진가가 새삼스레 느껴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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