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 깊은 나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유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사극은 박제된 어제의 인물과 사건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작가나 연출자는 상상력과 분석력을 동원해 어제의 인물과 사건에 오늘의 의미를 부여한다. 시청자 역시 사극 속에서 펼쳐지는 인물과 사건에 현재성을 투영시켜 해독한 뒤 현재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제로 그리고 대상과 인물, 현상에 대한 시선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단초로 삼는다.

요즘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사극 한편이 있다. 바로 SBS사극 ‘뿌리 깊은 나무’다. 흥미를 넘어 개인적인 삶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정치적 파장까지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시청자가 ‘뿌리 깊은 나무’를 통해 만나는 이도(세종)를 현재의 인물들, 특히 전현직 대통령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흥미로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극중에서 이도와 대립하는 정기준과 밀본 역시 오늘의 정치판과 사회, 경제를 수놓는 인물들과 유사성과 차이점을 찾기도 한다. 드라마 해독의 한 흥미로운 한 방법이다.

이같은 ‘뿌리 깊은 나무’해독 방식은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지도자상으로 세종의 리더십과 결부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더욱 관심을 고조시킨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의 이도는 ‘성군’‘대왕’이라는 획일적 수식어의 단적인 규정으로 다양한 의미를 보지 못하게 하는 이전의 사극에서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묘사되던 박제된 세종이 아닌 인간의 얼굴을 한 세종의 다양한 모습과 의미, 그 자체다.

국가미래연구원(IFS)이 출간한 ‘세종대왕: 외천본민’에서 강조한 ‘외천본민(畏天本民)’, 즉 하늘을 우러러 사람을 근본으로 삼는 정신이 ‘뿌리 깊은 나무’의 이도가 단적으로 체화해 보여준다. 바른 정치의 기본 원칙, 사람 중심의 바른 정치, 경제개혁법,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법 등을 ‘뿌리 깊은 나무’이도는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상징적으로 끊임없이 표출하고 있다.

이도의 한글창제를 중심으로 한 백성과의 소통을 위한 지난한 몸짓, 민본정치를 위한 언로의 개방, 중국 중심적 사대주의를 극복하려는 혼신의 노력, 사대부 일부계층에 집중된 권력과 이권의 백성에게로의 분산 등이 사극 전면을 수놓고 있는 것이다.



한글창제로 백성들도 권력과 언로의 원천인 문자를 익히게 해 백성과의 소통을 확장하려 고 했고 백성에게 권력을 분산하려했던 이도와 한글창제에 반대하며 한자(문자)를 알고 있다는 기득권을 활용해 특권과 권력을 계속 유지 혹은 확대하려는 정기준과 밀본, 그리고 사대부의 대립은 조선 세종시대에 종지부가 난 것이 아니다. 2011년 12월 오늘의 한국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문양만 달라졌을 뿐이다.

여전히 이 땅에는 진정한 주인인 국민과의 소통은 외면한 채 국민의 진정한 바람과 의사를 무시하는 일부 정치 지도자들, 사회적 약자보다는 부유층의 기득권 보호에 더 열을 올리는 특권층들, 99% 국민의 고통 분담보다는 자신들의 탐욕을 더욱 더 충족시키려는 1% 상위층과 의미 있는 대립각을 세우며 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은 ‘뿌리 깊은 나무’를 보면서 오늘의 이도와 그 적들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