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2’, 글로벌 시장에 내세울 OCN 대표 작품 되려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보이스2>는 좋은 드라마일까? 흥미롭게 정주행했지만, 이 질문 앞에서는 머뭇거리게 된다. OCN 드라마 특유의 범죄도시 세계관과 마동석, 김홍파 등등이 만들어온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고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메인 플롯과 매회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하위 플롯 에피소드와의 관계 구성은 물론 복선도 비교적 깔끔하다. 여기에 캐릭터의 비밀, 시사 하는 바가 있는 메시지도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초능력과 경찰물을 결합한 소재와 발상이 흥미롭다.

그 덕분에 평균 5.5%의 매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다음 시즌도 제작이 이미 확정됐다. 지난 9일 방영된 ‘보이스2’ 10화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6%대를 돌파하더니, 지난주 마지막 회는 7%대까지 치솟으며 케이블, 종편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이던 <터널>의 6.5%를 뛰어넘은 OCN 역대 최고의 시청률이도 하다.



보다시피 수치상으로 매우 성공적인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스2>가 글로벌 시장에 내세울 만한 OCN의 대표 작품이냐는 물음 앞에선 망설여진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시즌1보다 헐거워진 서스펜스에 있다. <보이스2>는 혐오에 휩싸인 정체불명의 범죄조직과 ‘골든타임팀’의 숨바꼭질이 기본 줄거리다. 그런데 절대악으로 등장하는 방제수(권율)를 초반부터 등장시키고 그의 범죄 수법과 행위를 드러내면서 시청자들의 눈에 보이는 적으로 만들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 선택의 결과 쫓기는 불안감이나 뒤통수를 맞은 듯한 혼란에 혼란이 거듭되는 긴장은 많이 감소됐다. 그 대신 들어온 도강우(이진욱) 형사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이야기와 사내 갈등은 전반적인 서스펜스의 총량을 유지하기엔 무게가 떨어졌다.

게다가 경찰 전체를 도청하고 시내 곳곳의 CCTV를 자유자재로 해킹하는 첨단 기술과 사람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생물학적, 심리학적 지식을 가진 전지전능한 악당이 실은 낡은 아파트의 지하 창고방에 기지를 차리고 있는 공무원이라는 현실적인 설정은 혐오범죄에 대한 메시지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도강우 형사의 원맨쇼와 초능력자 강권주(이하나) 팀장의 콤비에 맞서기에는 뭔가 허전했다. 물론 마지막회에 이르러 관련된 숨은 설정이 드러나면서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허나 시즌2만 놓고 보면 점점 증폭되어야 하는 공포와 갈등의 몸집이 제때 크지 못했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시청자보다 과몰입된 배우들의 연기 연출과 부족한 캐릭터 설명이다. 초능력을 가진 골든타임 팀 팀장 강권주 경감은 업무 과중 탓인지, 원래 심리적으로 쫓기는 캐릭터인지 어떤 상황과 상대 앞에서도 시종일관 심각한 얼굴과 긴장된 목소리, 몸짓으로 12회 내내 일관하는 등 매사 여유가 없고 걱정은 많으며, 행동 하나하나 과장된다. 만약 상사가 이런 성향을 갖고 있다면 꽤나 고달픈 직장 생활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끔 도강우 형사를 보고 있으면 자꾸 SBS <리턴>이 오버랩 된다.

관련해 한 가지 또 다른 아쉬운 점은 골든타임팀이라 가상의 경찰 특수조직을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강권주의 초능력 이외에 팀 단위로 펼치는 협업이나 활약상은 전무하단 점이다. 팀 내에선 해커 출신의 진서율(김우석)이 유일하게 일정 역할을 맡았지만 이 또한 너무 제한적이었고, 늘 도강우와 강권주만이 사건의 키가 됐다. 그 결과 다채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재미가 떨어졌다. 도강우를 돕는 곽독기(안세하)는 코믹 캐릭터의 본분에 맞게 감초로서 생기를 톡톡히 불어넣었으나 왜 그러하는지, 배역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물론, 이 또한 마지막회의 반전용이었지만 그간 복선이 너무나 부족해서 뒤통수를 맞은 듯한 대반전의 서늘함보다는 뜬금없다는 반응이 앞선다.



그럼에도 <보이스2>는 그 다음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을 분명히 갖고 있다. 일주일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해결의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그리고 이 카타르시스는 <보이스2>의 인터넷 혐오 범죄, 보이스피싱, 데이트폭력을 비롯해 인터넷 개인 방송 관련 범죄와 보다 강력한 처벌이 시급한 아동 성범죄 등등 우리 일상과 사회에서 빈번히 그리고 굉장히 빠르게 펴져나가고 있는 위험을 다루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커져 나갔다.

<보이스2>는 첫 방송부터 ‘닥터 파브르’에 아이디로만 존재하는 사람들을 통해 혐오 범죄에 대한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방제수가 범인이긴 하지만 얼굴을 서로 모르는 셀 수 없는 ‘닥터 파브르’의 공모자들이 있었기에 극악무도한 범죄는 가능했다. 사회에 불만과 분노가 가득한 인물들을 끌어 모으고, 목표한 타깃에 대한 그들의 혐오를 이용해 종범으로 이용한 것은 혐오 문화의 특징과 그 심각함을 극화한 것이다. 과거 지역감정과 종북, 최근의 일베, 워마드 현상과 같이 남녀 대결을 넘어 성별 혐오로 치닫는 사회 분위기의 은유다.



제작진도 <보이스2>는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혐오 집단과 그들이 벌이고 있는 최첨단 범죄에 대해 알리고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화두를 품은 까닭에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흥미 있는 전개가 가능했다. 곧이어 제작에 들어가는 <보이스3>는 <보이스2>와 연결 되는 스토리라인과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방제수를 넘어선 더 큰 악을 마주하게 할 모양이다. 높아질 판돈과 긴장도만큼, 완성도면에서도 많은 기대를 해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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