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해·이정은 주인공 못지않은 안방극장의 주인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라이프>에서 김원해의 역할은 특이했다. 쓸데없이 무겁고 결국 산으로 갈 때까지 무거웠던 이 작품에서 김원해는 거의 유일무이 무겁지 않은 캐릭터였다. 응급학과 센터장 이동수를 연기하는 그는 욱하는 성격의 평범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 인물은 늘 초점 없이 등장하는 예진우(이동욱)의 맥없는 장면을 잠시나마 반짝 빛나게 만드는 감초였다. 과하지 않은 코믹감으로 김원해는 드라마의 생기는 살리되 분위기는 망치지 않는 센스를 보여줬다.

이 조연배우 김원해의 센스는 이미 안방극장에서 유명해진 지 오래다. 케이블 채널 드라마의 조연급으로 간간이 얼굴을 알린 이 배우는 2015년부터는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넘나들며 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2017년에만 그는 이미 2편의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JTBC <힘쎈여자 도봉순>과 KBS <김과장>이 그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김원해는 이미 감초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힘쎈여자 도봉순>에서는 무식한 건달과 요염한 남성 디자이너를 오가며 지지부진해진 극의 후반부를 재미있게 만든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과장>에서는 소시민 경리부장 추남호를 연기하며 이 황당한 코믹극을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샐러리맨 생활드라마로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이처럼 김원해는 감초 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있다. 단순한 감초 역할로 끝나는 드라마도 있지만 그의 센스 있고 생활 감각 넘치는 연기 덕에 드라마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2017년에 이어 2018년도 김원해는 끊임없이 드라마에 등장했다. KBS <추리의 여왕 시즌2>의 문학청년 조인호 과장, <너도 인간이니?>의 체육관 관장, 그리고 JTBC <라이프>의 이동수까지. 신기하게도 시청자들이 질릴 법도한데 김원해의 연기는 이상하게 질리지 않는다. 그것은 작은 체구의 이 배우가 갖고 있는 희한한 마법이며, 이 조연배우가 꽤 오랜기간 안방극장의 주인으로 자리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KBS <오늘의 탐정>에서 김원해는 탐정 한상섭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탐정사무소를 운영하던 남자주인공 이다일(최다니엘)은 비참한 죽음 이후 유령으로 재등장한다. <오늘의 탐정>에서도 김원해의 연기는 기대한 대로 여전히 빛을 발한다. 특히 유령이 된 이다일을 위해 샌드위치에 포크와 나이프를 꽂아 젯밥을 만들어 주는 장면이 그렇다. 이 황당하고 웃긴 장면에서 김원해는 분명 코믹한 분위기에 충실하게 연기한다. 하지만 그의 씁쓸한 입매, 안타까운 눈빛에서는 이 배우가 가지고 있는 아스라한 휴머니즘이 공존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스운 장면이 우스운데 아주 잠깐 이 배우의 표정 덕에 마음이 먹먹해지는 희한한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웃음과 먹먹함이 공존하는 분위기를 보여주는 조연배우가 최근에 또 등장했다. 바로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고씨 가문의 가노로 등장하는 함안댁을 연기하는 이정은이 그러하다.



이정은은 <미스터 션샤인> 이전에도 김원해와 마찬가지로 케이블과 지상파를 오가며 좋은 연기를 보여준 조연이었다. 특히 2017년 KBS <쌈마이웨이>에서 딸이 남자친구 집안의 식당 일을 도우며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오열하는 연기는 짧은 순간이지만 보는 이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무겁고 안쓰러운 연기나 억센 연기만 어울릴 것 같은 이 배우는 <미스터 션샤인>의 함안댁을 통해 좀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양반댁 아기씨를 돌보는 함안댁은 노비지만 그 시대의 양반보다 더 풍성한 표정과 뜨거운 인간애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며 보는 이를 울리고 웃기는 이정은의 연기는 <미스터 션샤인>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들 중하나다.



한편 이정은은 tvN <아는 와이프>의 여주인공 서우진(한지민)의 모친으로도 등장한다. 초기치매 증상을 앓는 엄마를 연기하는 이정은은 함안댁과는 또 다른 깊이의 진지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두 작품을 통해 이정은은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주는 배우임을 확실히 증명하는 중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JTBC, tvN, 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