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300’ 똑같은 설정에도 선전,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나 혼자 산다>는 MBC에게 제2의 <무한도전>이다. 추석 연휴에만 무려 3편이나 연속 특집방송을 준비한 것은 그 믿음의 반영이었다. 전성기를 맞이한 이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MBC는 예능 대격전지인 금요일에 9시부터 밤1시까지 <토크 노마드: 아낌없이 주도록><진짜 사나이 300><나 혼자 산다>로 이어지는 예능 블록을 만들었다. 잘 알다시피 이 시간대는 나영석 사단의 블록이자, 그 나영석도 넘지 못한 <정글의 법칙>의 탐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틈을 비집고 신설한 예능 블록의 성공 여부는 <정글의 법칙>과 새로 시작한 <알쓸신잡3>와 정면 및 측면 대결을 펼치는 <진짜 사나이 300>의 성패 여부에 달려 있다. 진부한 전개, 국방부 홍보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 다른 예능에서도 차용하면서 너무나 뻔해진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진짜 사나이 300>은 돌아오자마자 1회 7.7%, 2회 7%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정글의 법칙>이 9~12%를 오간다) 단숨에 자리를 잡았다. 우유를 넣지 않고서는 도저히 뽀얀 국물이 나올 수 없을 거라 생각할 만큼 우리고 또 우리고, 또 우려낸 사골 취급받던 <진짜 사나이>가 말이다.



<진짜 사나이300>이 인기를 얻은 요인은 제3사관학교에서 최초로 장교 임관에 도전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윤아, 강지환, 블랙핑크 리사 등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감 때문도 전혀 아니다. 전적으로 그간 경험으로 얻어낸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클리쉐의 승리라 할 수 있다. 별다른 변주가 필요치 않는 대중적인 클리쉐는 분명 있다. 예를 들어 출생의 비밀과 남녀 간의 빈부격차, 못된 재벌과 그에 어울리는 며느리 혹은 시어머니, 우연으로 점철된 사건 진행 등등이 매번 반복되고 그렇기 때문에 꾸준한 사랑을 받는 8시대와 아침 드라마처럼 말이다.

<진짜 사나이 300>도 마찬가지다. 그간 성공했던 캐릭터를 모으고 널리 인기를 끌었던 상황들을 발췌해 모았다. 이른바 예능 버전의 빅데이터다. 탁월한 운동능력과 달리 한국 군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외국인 남자 멤버, 뭐든 잘하는 에이스 멤버, 한국말 실수와 사슴 같은 순수함으로 무장해제하게 만들 외국인 여성 멤버, 반전 매력의 악바리, 오락부장 캐릭터 등 앞전 시즌에서 히트 친 캐릭터와 비슷한 배역에 맞춰 캐스팅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선보인다.



연예인들에게서 그간 볼 수 없었던 군기가 바짝 든 낯설고 어색한 얼굴, 초심을 찾자는 한결같은 입대동기, 신병으로 겪는 멘탈 붕괴, 관등성명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들의 발음 문제와 같은 웃음 포인트나 제식훈련, 식사군기, 늘 최고로 힘들고 업그레이드되었다는 훈련 모두 매번 봤던 장면들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들어와 하나 둘 몸에 익히고 전우애를 쌓으면서 참다운 군인으로 성장하는 스토리까지 한 치의 새로움이 없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혹자들은 재방송을 본 것 같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진짜 사나이 300>을 보면서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는 듯하다. 관전 포인트는 더블캐스팅처럼 똑같은 극본과 무대 안에서 누가 더 얼마나 재미를 잘 살리고 시청자의 감흥을 사로잡는지 보는 재미다. 나머지는 익숙한 클리쉐의 미학이 해결한다.



실제로, <진짜 사나이 300>은 어쩜 이렇게 똑같을 수 있느냐의 비평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꽤나 높았다. 시청자들은 똑같은 이야기에 똑같은 방식으로 빠져들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진짜 사나이 300>이 좋은 평가나 칭찬이 나올만한 구석이 있는 콘텐츠는 분명 아니다. 모든 부분에서 노골적인 답습을 추구하기 때문에 조금 뻔뻔하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그런데, 비난을 감수하면서 일부러 더 새롭지 않은 방식으로 돌아온 전략과 선택이 제대로 먹혔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진짜 사나이> 시리즈가 가진 힘은 신선함이나 진정성보다도 연예인이 군대에 가서 고생을 겪는다는 익숙한 스토리라는 점이다. 고통과 어려움은 쉽게 교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고, 짧은 체험 기간만큼 성장 스토리는 압축적이고 직관적이다.

관찰형 예능은 리얼리티의 순도로 인해 진정성이 결정된다. 그런데 이 예능은 궁극의 리얼리티, 궁극의 관찰형 예능 끝에서 드라마 재방송을 보는 듯한, 배우만 바뀐 똑같은 공연을 반복 관람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기이하고, 아이러니하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진짜 사나이 300>이 쟁쟁한 경쟁 상대들 사이에서 거두고 있는 성과다. 신선함과 색다른 재미를 넘어선 무엇이 여기에 있는 것일까. 분명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현상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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