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각시별’ 이제훈과 채수빈, 그 비범과 평범 사이

[엔터미디어=정덕현] 미스터리하다. 도대체 이 이수연(이제훈)의 정체는 무엇일까. SBS 새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의 주인공 이수연은 마치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사는 슈퍼히어로 같다. 수하물을 잔뜩 실은 카트가 아이를 향해 돌진하자 몸을 날려 오른손으로 카트를 막아내는 괴력을 발휘하고, 사고로 달려드는 차량을 역시 맨 손으로 막아낸다. 그런가하면 조현병을 앓는 한 승객이 휘두른 쇠로 된 봉을 손으로 막아내 휘게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별 생각 없이 툭 건드리기만 해도 박살을 내는 괴력의 팔. 적어도 그는 ‘무쇠팔’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어느 골목길을 지나 ‘여우각시별’이라는 카페로 들어가는 이수연은 다시 살짝 문을 열고 바깥을 살핀 후 다시 문을 닫는다. 그 곳이 어딘가 특별한 공간임을 슬쩍 드러낸 것이다. 점점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수연의 정체는 그래서 항간에는 ‘별에서 온 그대’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설득력을 얻는 이야기는 그가 본래 파일럿이 되려했었지만 사고로 그걸 포기했다는 데서 떠올리게 되는 추론이다. 아마도 사고로 팔을 잃었거나 해서 로봇팔을 갖게 된 건 아닐는지. 그가 카이스트 출신이라는 사실도 그렇고.

이수연이라는 미스터리한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이 이제껏 방영된 2회 분의 중요한 동력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우각시별>이 하려는 이야기는 그 존재가 외계인이든, 무쇠팔이든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그것보다 그가 평범해지고 싶어도 평범하게 살 수 없는 그런 존재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가 공항에서 일을 하게 된 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는 그 속에 스며들어 평범하게 살아가기만을 원한다.



하지만 이 곳으로 오게 된 한여름(채수빈)과 얽히기 시작하면서 그가 원하는 그 평범한 삶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한여름은 이수연과는 정반대로 어떻게 하면 상사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특별해지려 안간힘을 쓰는 그런 인물이다. 첫 출근부터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긴 그는 공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사사건건 참견하는 오지랖을 보인다.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범의 전화가 공항 전체를 뒤숭숭하게 만든 상황 속에서, 금괴를 쓰레기통에 넣어놓고 가버리는 수상한 사람을 발견한 한여름은 이런 문제들을 자신이 해결해 윗사람으로부터 주목받고 인정받으려 한다.

조현병 환자를 발견했을 때도 절대 혼자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매뉴얼을 어기고 다가간 이유도 그것이다. 그는 특별한 스펙도 없고 여러 차례 떨어진 후에 가까스로 이 직장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비범해지고 싶어한다. 이런 점은 그의 사수가 된 이수연과 부딪치게 되는 이유가 된다. 평범하게 살려 했지만 한여름이 자꾸만 위험한 일에 연루되고 그것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보호하려다보니 숨기고 있던 자신의 괴력이 자꾸만 드러난다.



<여우각시별>은 왜 비범과 평범을 각각 대변하는 두 인물을 세워놓고 서로 부딪치면서 갈등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결국은 서로를 알아가고 아마도 사랑하게 될 그런 이야기를 그리려 하는 걸까. 그건 아마도 경쟁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춘들이 가진 ‘인정욕구’의 실체를 들여다보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비범해지려 애쓰지만 한편에서는 평범해지려 하는 사람이 존재하고, 그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어쩌면 삶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실 비범해도 또 평범해도 삶은 다 그리 다르지 않다. 결국 행복은 그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다만 경쟁적인 삶이 평범이니 비범이니 하며 우리를 나눠놓고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 뿐이다. 이수연의 정체가 궁금한 것만큼 이 두 사람의 향후 관계가 궁금해지는 건 이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흥미롭게 그려질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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