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 낭군님’, 도경수만큼 대단한 남지현의 저력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백일의 낭군님>의 시청률이 11%(닐슨 코리아)를 넘어섰다. 이 기록은 <또 오해영>이 기록했던 10.6%를 넘어선 것으로 역대 tvN 월화드라마 최고기록이다. 또한 무려 다섯 편이나 쏟아져 나온 월화드라마 대전에서 <백일의 낭군님>의 독주를 말해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도대체 무엇이 시청자들을 이 드라마에 빠지게 만든 걸까.

사실 스토리가 새롭다고 말하긴 어렵다. 기억을 잃고 평민이 되어 홍심(남지현)과 혼례를 치르고 사는 왕세자 원득(도경수)의 이야기. 물론 국정을 농단하려는 세력들과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져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동력은 홍심과 원득 사이에 벌어지는 로맨스다. 왕세자로만 지냈으니 새끼 꼬는 것 하나 제대로 못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남정네’로 전락하지만, 차츰 의외의 쓸모를 보이는 원득과 홍심의 깊어지는 사랑이 그 원동력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뻔한 스토리라고 여겨지지만, 실상 드라마를 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원득과 홍심 사이에 벌어지는 건 그저 소소한 사랑의 이야기들이지만 그것이 어떤 거대한 사건들보다 편안하게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보통의 사극이 거대한 음모와 정치적 암투 같은 것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인물들을 다루곤 했다면, <백일의 낭군님>은 그 소용돌이 바깥에서 그들만의 따뜻한 세상을 그려낸다.

물론 다시 궁으로 돌아간 원득이 이율이라는 왕세자의 이름으로 살게 되면서 자신에게 닥친 음모들과 대적하게 될 것이지만, 그럼에도 더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건 그가 여전히 홍심을 잊지 못하는 대목이다. <백일의 낭군님>은 거대 서사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되찾고 중대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사적인 사랑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런 관점은 어쩌면 지금의 시청자들이 현실을 바라보는 그 시각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매일 같이 엄청난 사건들이 뉴스에서 쏟아져 나오곤 있지만 그게 나에게 무에 그리 중요할까. 내게 중요한 건 바로 내 앞에서 벌어지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들이 아닌가.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큰 성공을 만든 장본인은 왕세자 이율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남정네 원득을 천연덕스럽게 오가며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든 도경수다. 물론 도경수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나 영화 <카트>, <형>, <신과 함께> 등등 다채로운 작품들을 소화해내며 차근차근 연기자의 길을 개척해온 인물이지만, 이번 <백일의 낭군님>은 온전히 그가 믿고 보는 연기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세우게 만든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는 저력이 느껴진다.

그런데 도경수만큼 놀라운 연기자가 바로 상대 역할을 한 남지현이다. 사실 이렇게 팬덤이 강한 배우의 상대역을 한다는 건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워낙 아역시절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경험해온 남지현은 홍심이라는 털털하면서도 따뜻한 인물을 매력적으로 연기해내고 있다. 도경수의 팬들까지 빠져들게 만들 정도로.



사극이지만 소소한 사랑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 <백일의 낭군님>의 성공은 그래서 그 소소함을 매력적으로 연기해낸 두 배우의 공이 크다고 보인다. 어엿한 원톱 배우로서 성장한 도경수와, 그의 상대 역할로서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설레게 만드는 남지현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는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