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양 스캔들’, 진짜 범죄자는 따로 있다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쾌도난마] 요즘 단 한자의 알파벳 이니셜에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SNS와 인터넷에서,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 그리고 사람들의 입에서 하나의 영어 이니셜이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바로 ‘A양’입니다. SNS와 인터넷에선 ‘A양의 동영상’이라는 것이 삽시간에 대량유통 되고 있는 상황이고 일부 대중매체는‘A양’이라는 이니셜과 관련 동영상 내용을 선정성과 자극성으로 포장해 눈길 끄는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는 사람들은 A양이라고 떠돌고 있는 한 여자 방송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과 동영상 관련 이야기를 하느라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변함이 없더군요. 1998년 ‘O양의 비디오’사건이 터졌을 때나 2000년 ‘B양의 동영상’이 유포됐을 때 보였던 상당수 대중매체의 보도 행태나 사람들의 관심의 양태, 동영상 사건의 본말이 전도된 반응, 잘못된 비난과 비판의 대상 등이요. 다만 변한 것이 있다면 SNS와 인터넷 처리 속도의 고속화의 영향으로 ‘O양’‘B양’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A양’ 동영상과 사진의 유포된 양이 엄청났고 그 속도 또한 빠르게 유통됐다는 점입니다.

4일 A양의 전 남친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자신의 블로그에 ‘A양의 섹스 동영상’이라며 장문의 글과 함께 동영상과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해당 동영상은 순식간에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나갔고 A양은 5일 변호사를 통해 사이버 수사대에 고소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A양’은 이제 엄청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중매체 뉴스의 아이템에 등장했습니다.

전 ‘A양 동영상’의 유포와 이에 대한 대중매체와 대중의 반응을 보면서 떠오른 것은 두 사람과 그 두 사람의 피눈물 이었습니다. O양으로 알려진 오현경과 한때 B양으로 불리워진 백지영입니다. 사건 직후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두 사람을 만났을 때 두 사람은 죽음보다 더 큰 고통 속에 있었습니다.

오현경은 지난 1998년 사생활을 담은 동영상이 유출되면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 일었고 그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선정적인 대중매체까지 가세하면서 우리사회와 상당수 대중은 오현경을 죄인 아닌 죄인으로 몰아 한 인간으로서, 한 여성으로서 견디기 힘든 상황을 만들어 그녀가 이 땅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비디오 파문으로 미국으로 간지 2년만이었던 지난 2001년 2월17일 한 호텔에서 만난 오현경은 사는 것 자체가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아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백지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고 인기를 얻던 시기에 문제의 동영상이 유포돼 엄청난 파장이 일었던 2000년 11월 29일 기획사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백지영은 “사생활로 물의를 일으켜 청소년 팬과 부모님을 볼 면목이 없다. 비디오의 초반 장면은 인터뷰 연습을 하는 것이고 후반부는 찍는 것을 전혀 몰랐다”며 눈물의 사과를 한 뒤 연예계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2003년 4월12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백지영은 “사건 이후 대중 목욕탕에 갔을 때, 내가 탕에 들어가자마자 황급히 나가는 아줌마들을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면서 자신에게 쏟아진 무차별적인 질타의 시선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눈물의 고백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 사람 모두 죄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엄격하게 보호돼야할 은밀한 사생활과 사적 영역이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유통된 이 두 사건은 동영상을 최초의 유포시킨 사람 뿐만 아니라 대량유통 시킨 사람들이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을 한 범죄자이자 더 나아가 인격 살해한 죄인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면서 때로는 관음증적 쾌락을 얻고 때로는 사건의 본질을 망각한 채 손가락질하며 간접적 사회적 살인을 자행한 우리 사회가 죄인이었던 것입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A양의 동영상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A양 사건의 본질은 A양의 전남친의 지인이 주장하는 A양과 남자친구와의 문제 있는 관계가 아니라 동영상 유포가 A양에 대해 중대한 사생활 침해 그리고 명예훼손을 한 범죄이고 A양의 한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삶을 철저하게 유린하고 파괴한 명백한 범죄라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가, 대중과 대중매체가 A양을 인격과 인권 무참히 짓밟는 잘못된 주홍글씨를 각인시키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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