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고수·엄기준이 선택한 환자는 반드시 산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제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극적인 상황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한 게 아닐까. SBS <흉부외과>는 또 박태수(고수)의 어머니 오정애(이덕희)와 태산병원 이사장 딸 윤수연(서지혜)을 두고 누가 심장 이식을 받아야 하는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그려졌다. 원래대로라면 순서에 맞게 오정애가 심장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갑자기 위급해진 윤수연이 당장 이식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최석한(엄기준)은 결국 이 사실을 오정애에게 알리고 그의 동의를 받아 윤수연의 심장을 먼저 이식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물론 충분히 드라마의 극적 상황으로서 만들어질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흉부외과>는 지금껏 너무 이런 비슷한 상황들만을 반복하고 있다. 과거 오정애가 위급한 상황이 되었을 때 박태수가 구급차에 어머니를 모시고 최석한을 찾아갔던 그 상황에서 갑자기 윤현일 병원장(정보석)이 VIP 수술을 먼저 하라고 명령을 내려 선택하게 했던 상황도 비슷하다. 두 명의 환자가 있고, 그 중 한 명의 수술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 하나의 심장이 있고 이식을 받아야 할 두 명의 환자가 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최석한이 과거 당장 응급처치가 필요했던 자신의 딸을 구하지 못하고, 대신 이사장의 딸 윤수연을 구했던 상황도 똑같다. 당장 딸의 수술이 먼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이사장은 그 검사결과를 바꿔 자신의 딸 윤수연을 수술하게 만든다. 결국 시기를 놓친 최석한은 차갑게 식어버린 딸을 안고 오열해야 했다.



이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의 극적인 상황들은 이게 끝이 아니다. 비행기에서 쓰러진 환자를 응급처치하고 태산병원으로 이송해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박태수는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말을 듣는다. 어머니를 향해 달려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눈앞의 환자를 수술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박태수는 갈등하게 된다.

<흉부외과>가 이렇게 의사들을 선택 상황에 놓이게 만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이 드라마로서 극적인 상황을 연출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비슷한 상황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극적 긴장감은 오히려 떨어진다. 게다가 이런 일이 계속 이들 앞에 반복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개연성 역시 점점 사라져버린다. 환자들은 계속 발생하지만 이들을 수술한 의사는 박태수와 최석한 밖에 없는 것처럼 그려지는 것도 이러한 개연성을 무너뜨리는 이유다.



선택 상황이 강조되다 보니 의사가 선택만 하면 그 환자는 살아나는 기적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것도 믿기 어려운 일이다. 박태수와 최석한이 선택한 환자가 반드시 살아나는 이유는, 그 선택의 갈등상황이 허무한 실패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신의 손’을 가진 의사들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흉부외과>는 의학드라마로서의 극적 상황들이 드라마를 끌고 가는 중요한 원동력이지만, 바로 그 상황들의 과도한 반복은 이 드라마가 가진 최대 약점이기도 하다. 선택의 순간에 선택받지 못하는 일들을 계속 당하는 박태수라는 인물은 그래서 갈수록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늘 억울한 얼굴을 한 채 울상을 짓고 있는 인물로 점점 고착되어가기 때문이다. 무한선택지옥에 빠진 듯한 이야기. 시청자들도 지칠 수밖에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